
추석이다. 그동안 꾹꾹 눌러 왔던 식욕을 봉인해제할 합법적 이유가 생겼다. 매끼가 마지막인 것처럼 명절 음식을 먹는다. 열심히 먹음에도 밥 먹을 때 종종 핀잔을 듣는다. 밥을 깨작깨작 먹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젓가락질 잘 해야만 밥을 먹나요 / 잘 못해도 서툴러도 밥 잘 먹어요 / 그러나 주위 사람 / 내가 밥 먹을 때 한 마디씩 하죠 / 너 밥상에 불만있냐?
90년대 나온 DJ DOC - ‘DOC와 춤을’의 가사 일부다. 지금도 이 가사가 공감이 되는 이유는 유독 우리 문화가 밥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깨작깨작 먹으면 밥 맛 없다고 하고, 숟가락 가득 밥을 담아야 뭘 좀 먹을 줄 아는 사람이 된다.
야근을 많이 시키는 것보다 야근할 때 밥 안 먹이면 나쁜 놈의 회사가 된다. 음식을 사랑하는 민족답게 먹방, 쿡방 트렌드가 우후죽순 생겼다. 대결에서 살아남은 건 먹방이다.

지난 5년간 먹방 검색량 증가 (출처: 구글 트렌드)
먹방을 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리만족하기 위해 먹방을 보는 경우. 둘째, 혼밥인구의 증가다. 혼자 밥 먹는 게 좋지만, 외롭다. 그럴 때 먹방을 틀어놓고 있으면 함께 식사하는 기분이 든다.
실제로 많은 유튜브 브이로그를 보면 혼자 밥먹을 때 심심해서 먹방 콘텐츠를 소비한다. 자취하는 친구들도 적적해서 먹방이나 다른 음식 프로그램을 보며 식사한다는 말을 종종 한다. 각자의 방에서 즐기는 저녁 식사*는 온라인 방송을 넘어 공중파, 그리고 유튜브에 'Mukbang'이라는 영어 단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파급력이 높아졌다.(The Koreans who televise themselves eating dinner, BBC Seoul, 2019-09-14)


먹방 콘텐츠에 주로 등장하는 음식은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유튜브에 먹방을 검색하면 주로 라면, 떡볶이, 햄버거, 피자, 중국 음식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온다. 탄수화물을 많이 소비하는 건 기본이다. 이에 더해 맵고 짜고, 단 음식이 주를 이룬다.
사는 게 팍팍해졌기 때문일까. 점점 더 자극적인 음식이 유행한다. 많이 먹어도 배가 헛헛하고, 간식을 찾게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맛있는 걸 먹으면 행복하고, 그 감정을 조명하는 건 좋다. 문제는 마른 사람이 많이 먹는 모습이 미덕처럼 포장된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