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하고 온종일 일하고 퇴근하면 저녁 먹고 침대와 하나되던 일상을 반복하던 중, 문득 잊고 있던 나의 취미 중 하나가 떠올랐다. 지금보다 훨씬 시간적 여유가 있었을 때, 내가 즐기던 취미 중 하나가 고전 영화 보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유투브 및 다른 사이트에서도 시간이 많이 흘러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내가 태어나기 전의 시대의 영화를 보는 것이 꼭 내가 태어나기 전의 시대로 시간 여행 하는 것 같은 기분을 갖게 하고, 시대 배경과 영화 속 상황, 배우 스타일 등을 찬찬히 보는 것만으로도 내 나름의 공부를 하는 것 같은 나름의 유쾌함도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고전 영화 중에서 한국 영화를 감상할 때는 외국 영화와는 다른 재미가 있었는데, 바로 부모님 청춘의 시대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주인공들의 말투, 옷차림, 거리의 모습을 바라보다 아빠, 엄마도 저런 옷을 입고 다녔을까, 그 때는 집에 저런 장신구를 뒀을까 이런 저런 상상에 혼자 흐뭇하곤 했다.
어느 날, 또 무슨 영화를 볼까 고민하다가 유투브에서 누가 봐도 60, 70년대 한국 느낌이 물씬 풍기는 썸네일을 발견했다. "로맨스빠빠(1960)". 찰나의 순간,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1960년대, 아니 1960년에 개봉했으면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건데, 그 시기에 로맨스빠빠? 그게 가능한가? 하기야 가능하지 않으니까 영화로 만들었겠지, 뭐 한번 보자."
1960년에 개봉한 만큼 지금 관객들에게 뻔하다면 뻔하고 예측 가능하다면 가능한 내용이지만, 보고 난 후에 다시 생각나게 하는 따스함이 있는 영화, 로맨스빠빠를 소개한다.
![[크기변환][포맷변환]3.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1908/6e2091ab7333604cebd8837a239dc39d_uVhvV3kOrQrBFS.jpg)
["로맨스빠빠"의 주인공, 로맨스빠빠]
"제가 로맨스빠빠예요.
이제 겨우 쉰두 살밖에 되지 않는 날 보고
노망을 부린다고 해서 애들이 붙여준 별명이 로맨스빠빠예요.
인생에 낭만을 갖는다는 게 왜 노망이죠?"
영화는 등장인물이 모두 나와 자기 소개를 하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로맨스빠빠의 자기소개를 시작으로 뒤이어 아내와 세 딸과 두 아들, 그리고 그 외의 극중 인물들이 각각 자신들의 생활과 남편, 아버지에 대한 소외를 밝힌다. 이렇게 지금의 관객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인물들이 관객과 소통하는 방식의 자기소개가 끝난 후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크기변환][포맷변환]4.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1908/6e2091ab7333604cebd8837a239dc39d_EwPWa4L9rzPsEz1THc93a9rOC.jpg)
주인공은 아내와 두 아들, 세 딸과 사는 가장이다. 출근하면서 꽃을 사고, 사무실의 빈 꽃병에 노래를 흥얼거리며 꽃을 꽂는 낭만을 지닌 중년이다. 그리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에, 자식들도 부모의 노고를 모르고 용돈 주세요, 신발 새로 사주세요, 할 때도 좋은 말로 타이르는 성품을 지녔다.
형의 물건만 계속 물려받는 둘째 아들이 어머니 아버지는 꼭 나를 형의 찌꺼기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냐 푸념할 때는 "너는 내 찌꺼기도 네 형의 찌꺼기도 아니고 너는 어디까지나 네 자신의 너야"라고 말하고, 결혼한 큰딸에게는 힘들면 언제든지 걱정하지 말고 부모에게 돌아오라고 말해주며, 막내딸에게 익명의 연애편지가 왔을 때 아내가 빨리 뜯어보자고 재촉하자 이렇게 답한다. "안돼, 인권 침해야" (영화가 1960년에 개봉한 것을 감안하면 딸, 아들 가리지 않고 마음 해아릴 줄 아는 당시에는 매우 부드러운 아버지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로맨스빠빠"의 이런 따스한 낭만적 성품은 가족들에게만 향한 것은 아니다. 어느 날, 가족 모두가 놀러 나가고 "로맨스빠빠" 혼자 있던 날, 집에 도둑이 든다. 도둑과 마주한 "로맨스빠빠", 자신을 위협하며 너, 이 집 주인이냐 하는 도둑에게 나도 이 집 털러 들어온 도적이라고 답하고 위기를 모면한다. 천연덕스럽게 도둑인 척하며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왜 도둑질을 하느냐고 묻자 도둑은 자식이 12명인데 아내가 또 아이를 가진 이 시점에 평생 일한 곳에서 감원으로 쫓겨났다, 미역국 끓일 돈도 없어서 이럴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가만히 사정을 듣던 "로맨스빠빠"는 아무 말 없이 부엌에 있는 미역을 도둑에게 건네고, 마침 가족들이 돌아온다. 지금껏 마주 앉았던 사람이 집주인이라는 걸 깨달은 도둑은 미역을 내던지고 부리나케 줄행랑을 치고 "로맨스빠빠"는 그런 그를 뒤쫓아 가며 외친다. "이 사람아, 미역 가지고 가! 미역 가지고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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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포맷변환]2.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1908/6e2091ab7333604cebd8837a239dc39d_TtTfzEMHPwb2zcb1jNmVS6aRshHkhpk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