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니까 사탕을 날 주는 거야 널 주는 거야?
아 사탕이고 뭐고 모르겠고, 할로윈데이는 언젠데?”
내게 할로윈데이란 딱 이거였다. 아마 대부분의 대한민국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 내가 유난히 모르기도 하지만, 할로윈데이가 10월 31일이고 그때를 축하하는 파티를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그만큼 할로윈데이는 우리의 기념일들 사이 어색한 상태로 놓여 있다. 나 또한 할로윈에 대한 이렇다 할 추억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할로윈 레드문 공연 소식을 접하고 눈이 번쩍 뜨였던 것 같다. '패션'과 '음악'과 '할로윈'이 합쳐진, 마치 홍어 삼합 같은 조화였다. 이건 아주 작정하고 놀아보자는 거 아닌가! 듣자마자 내 숨겨진 흥이 '너 이건 꼭 가야 해!'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평소 EDM 페스티벌을 다녀온 친구들의 살아 숨 쉬는 것 같다는 후기를 들으며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떤 느낌인지 그런 느낌은. 그래서 나도 가슴 터지게 발돋움 하며 내가 살아 숨 쉬는 열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수많은 사람 속에서.
무엇이든 새로운 경험은, 벅찬 경험은 기억에 오래 남으니.
오래 남는 기억
몇 년 전인가. 친구 자취방에 있는데 그날 유성이 유난히 많이 떨어지는 날이라 해서, 북악스카이웨이로 택시를 타고 올라가 맨바닥에 등을 깔고 누워 본 적이 있다.
시야는 온통 검고, 그 위로 별들은 띄엄띄엄 박혀 있고, 그 사이를 유성이 눈 깜짝할 새 긴 꼬리를 자랑하며 지나갔다. 난 그때의 그 느낌을 잊지 못한다. 등이 배겨도 행여나 놓칠까 눈 한번 안 깜빡였던 그 날이. 유성이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환호성 치던 그 소리를.
그 야밤에 집을 나선 건, 아마 이런 말 때문이었다. “지금 안 보면 몇십 년 후에나 볼 수 있습니다!”라는 뉴스 보도. 내 평생 살면서 자주 보기 힘든, 겪기 힘든 것이 우주와 자연의 신비로움일 테니까. 그래서 유성, 슈퍼문, 블루문, 레드문 소식이 난 꼭 한정판 소식으로 들리기도 한다.
이번 페스티벌의 제목이 <할로윈 레드문>인 건 그런 의미일까. 우리에게 쉽게 오지 않는 달이니, 그 달이 붉게 빛날 때 만큼은 모든 걸 내던지고 일탈을 즐기라는. 재밌든 재밌지 않든 흔치 않은 추억이 될 것이다. 왜냐고? 그냥. 나의 첫 패션 페스티벌이고, 할로윈 파티고, EDM과 함께하는 음악 파티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여태껏 어정쩡한 상태로 남아있던 10월 할로윈데이는 이제 내 기억에 남을 수 있지 않을까.
Ready,
이번 페스티벌이 가장 기대되는 또 하나,
서울 패션 페스티벌인 만큼, 패션쇼다. 옷을 잘 입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관심이 있는 나로서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나는 옷이 '나'를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심하게 말하면 내가 그날 옷에 힘을 줬냐 아니냐에 따라 내 기분이 달라지기도 한다. 옷 하나로 자신감이 넘치기도 당당해진다. 내가 입는 옷은 결국 나란 사람의 정체성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옷을 고르고 입는 건 나에게 재밌는 일이다.
그래서 한 번쯤 패션쇼를 가보고 싶었지만, 내가 익히 알고 있는 브랜드 디자이너들의 패션쇼는 구경하기 어려웠다. 그런 패션쇼를 조금 더 가벼운 느낌으로 볼 수 있다니. 그것도 단독 패션쇼에서도 보기 힘들 대단한 디자이너들이 나와 준다니!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내 평생 이렇게 하나하나 매력적인 파티에 초대될 기회가 몇 번이나 있겠는가.
*
먼저 1차 디자이너 브랜드 라인업은
D-ANTIDOTE/ D.GNAK/ GREEDILOUS/ OiOi 이다.
모든 브랜드가 워낙 유명하니 말하기도 입 아프지만,
세 브랜드만 소개해보고자 한다.
01. D-ANTIDOTE
먼저 해독제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앤티도트. 2014년도에 디자이너 박환성이 론칭한 디-앤티도트는 패스트 패션, 럭셔리 패션으로 양분화돼 지친 소비자들에게 해독제 같은 역할을 하기 위해 탄생한 브랜드다. 최근 7월 3일 “프리미엄 베를린”에서 매 시즌 주목할만한 디자이너 Young Talents로 올해 선정될 정도로 핫 하게 치고 나오고 있는 브랜드이다.
이번 2018 fw 헤라서울패션위크에서는 휠라와 협업을 했는데 쇼가 꽤 재밌게 진행됐다. 도입부 워킹부터 춤과 함께하며 등장, 신선했다. 이번 컨셉이 90년대 초 중반 영국의 올드스쿨 힙합 아티스트인 ‘런던 포시’와 한국의 아티스트인 현진영의 ‘흐린 기억속의 그대’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한다. 그만큼 쨍한 색감과 레트로하지만 또 너무 올드하지 않은 스포티함이었다. 오히려 신선하고 대중적으로 느껴졌다.
이번 서울 패션 페스티벌엔 어떤 옷들을 가지고 나올까. 이 옷들을 직접 봐도 재밌을 것 같다.
02. D.GNAK

개인적으로 테일러링에 취향 저격당해 인상 깊었던 브랜드. 디자이너 강동준의 별명 강디(KANG.D)를 거꾸로 한 디그낙. 사실 거꾸로 한 것뿐인데 엄청 멋있는 느낌이 난 브랜드다. 이게 취향 저격인가. 사담은 넣어두고, 디그낙은 ‘다크웨어’를 표방한다. 그래서 모노톤의 어둡고 아방가르드한 옷이 강점이며 대표적이다.
최근엔 18 s/s 런던 패션위크 남성 컬렉션 데뷔를 했다. 특히 미이라 컬렉션이 인상 깊었다. 테일러링을 인상 깊게 본 관계자가 잇따른 초청을 했었다고 하는데, 나 또한 처음 보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의 한복과 서양의 테일러링을 접목한 것이 독특하면서도 너무도 잘 어울려 놀랐다. 뭔가 현실 세계 사람이 아닌 것 같고, 저승사자 같기도 한 느낌. 아, 저승사자라고 하니 종영한 드라마 “도깨비”에서 이동욱 옷을 협찬한 곳도 디그낙이라 한다. 당분간 런던 패션위크에 집중한다고 봤는데 이번 패션 페스티벌에는 참여한다니 기쁘다.
03. GREEDILOUS

GREEDILOUS는 ‘욕심이 많다’라는 뜻의 Greedy에 뒷말을 붙여 만든 이름이라 한다. 박윤희 디자이너의 아버지가 직접 지어준 이름이라고. 박윤희는 15년간 굴지의 기업인 한섬, 도호, 오브제 등 대기업 디자이너로 일하다 자신이 더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하기 위해 회사를 나와 브랜드를 차렸다. 그게 바로 GREEDILOUS이다.
‘greed’가 탐욕이라는 뜻이잖아요.
탐욕이란 게 곧 내 자신이 가지는
사상이나 가치관에 대한 욕망을 뜻하고요.
저는 그 욕망을 더욱 많이 드러내며 살고 싶었어요.
그 욕망의 대상은
제 브랜드가 되는 거고요.
그리디어스는 패션 안에서
여성의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을 이야기해요.
아름다운 것을 얻고자 하는
여성들의 필요를 느끼게 하되,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목표죠.
그녀가 2012년 스타패션과 인터뷰한 말이 인상적이라 가지고 와봤다.
박윤희는 15년간 굴지의 기업인 한섬, 도호, 오브제 등 대기업 디자이너로 일하다 자신이 더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하기 위해 회사를 나와 브랜드를 차렸다. 그게 바로 GREEDILOUS이다. 꽃과 다이아몬드, 기하학적인 패턴, 화려한 프린팅. 화려하면서 과감한 디자인이 그녀만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게 하지 않았나 싶다. 보자마자 그 개성이 확 드러난다 생각했다.
또, 그녀의 옷을 보면, 어떤 여자든 한 떨기 꽃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다. 하나뿐인 존재로서. 가장 당당한 존재로서.
아임 레디! <패션 페스티벌 할로윈 레드문>의 준비는 끝났다. 이제 2차 라인업을 기다리며 붉은 달 아래로 달려갈 일만 남았다.
마지막으로, 1차 라인업에 오른 EDM DJ Isaac의 “Qlimax 2015 페스티벌” 영상을 올리며 다가올 27일 어떤 옷을 입을지 고르러 가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