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송희일 감독의 퀴어 3부작 중 하나인 이 영화는 약 40분의 짧은 러닝타임을 가진다. 영화 속 플롯은 상당히 단순하다. 가정방문을 도는 평범한 한 선생과 그를 졸졸 쫓아다니는 한 남학생의 이야기. 그러나, 두 명의 등장인물과 함께 만들어나간 영화의 내러티브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프레임 속 소년의 일방적인 행위는 영화를 보는 이로 하여금 세상 물정을 모르는 아이로 인식되어질 정도로 직선적이며 올곧다. 반면 경훈은 사회에 몸 담아 자신을 감출 수 밖에 없는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선생이 학생 상우를 대하는 태도와 그의 감정변화다. 우연찮게 게이바에서 상우와 마주친 경훈은 그 이후로 상우를 줄곧 피해 다닌다.
"이래도 아니에요? 이 술집에서 그 날 나랑 눈까지 마주쳤으면서"-상우
상우가 경훈을 바라보며 던지는 말과 행동들은 수 없이 경훈을 뒤흔들어 놓는다. 이는 사회에 안주해야하는 선생의 삶과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살아가길 원하는 삶에 대한 생각으로 자라난다. 이 상충되는 두 생각들이 자라 경훈을 계속해서 옭아매는 것이다. 게이바에서 마주쳤던 순간 상우가 느꼈던 감정과 경훈이 마주한 감정과 사회를 대하는 자세의 차이, 이러한 두 생각의 거리도 그처럼 계속해서 멀어져 갔을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선택하게 되면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훈의 노력이 다 물거품이 될 수 밖에 없다. 비단 그 생각 뿐 아니라 덜컥 사회에서 낙오될 것이라는 현실적 걱정을 하게 되는 나이에 위치한 경훈은 저돌적이고 스스로에 충실한 그가 감당하기엔 너무 두렵고 벅찬 것이다. 이렇듯 사회의 시선은 그를 무겁게 조여온다. 그의 현실은 이 소년이 생각하는 것과는 너무 달랐으니 말이다.

"맞아요 협박. 그러니까 나 하자는 대로 해요.그냥 오늘 하루만 나 하자는 대로 해요."
-상우
"수업 시간에 자꾸 나 훔쳐봤잖아.그럼 나한테 왜 여자친구 있냐고 물어봤어요?방학 전에 나한테 준 책은.그것도 기억 안나요?선생님도 나한테 관심 있었잖아."-상우
그들의 위태롭던 감정의 교류는 해질녘에 클라이 막스에 도달한다. 전 날 상우가 자신을 기다렸던 흔적들을 발견한다. 미처 떠나지 못하고 다시 한 번 그의 문을 두드리는 상우. 그러나, 경훈은 그를 애써 외면한 채 집으로 들어간다. 그 미련함이 너무도 멍청하고 멋모르는 것 같아서, 앞으로 다가올 이 사회의 눈총을 견뎌낼 수 없을 것 같아서. 뇌리를 교차하는 만감은 경훈으로 하여금 상우에게 주먹질을 하고야 만다. 나동그라진 상우. 경훈은 이내 상우의 상처받은 눈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에 흔들리지 않을듯 다시 일어나는 그의 모습에 울먹인채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상우를 껴안는다.
무더운 여름에 미쳐 그를 부둥켜 안은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상우가 가진 열기가 지금 온 세상을 내리쬐는 여름의 빛보다 더욱 뜨겁다는 것을 그는 느낀다.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의 열기. 그것은 감당할 수 없던 ‘다름’이 아닌 ‘틀림’의 무게를 지게끔 했던 사회와 그 시선에게 익숙해져 있던 경훈에겐 너무도 강렬한 노을의 빛처럼 눈이 아파올 정도의 것이었다. 선생의 뺨을 타고 흐르는 땀줄기, 상우의 눈물 한 방울. 그들을 훑고, 파고 들었던 한 여름의 열기가 남기고 간 흔적들이다. 그와 더불어 단 한번도 사용되지 않던 배경음악이 그들의 포옹과 함께 스멀스멀 영화를 지배한며 둘의 열기를 더욱 가중시킨다. 지난 여름, 갑자기 그들에게 찾아온 그 열기를.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하는거야’라는 선명한 가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이 영화의 엔딩을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