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1446183932060.jpeg
 

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의 초대로 11월 22일 오늘 저녁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있었던
그랑기타의 스페셜 콘서트에 다녀왔다.

일반적으로 앙상블을 떠올릴 때 우리는 대개 서로 다른 악기들의 화합을 떠올린다.
보편적인 실내악의 구성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퀸텟이라고 한다면 나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피아노와 바이올린 두 대, 비올라와 첼로로 구성되는 피아노 5중주다.
그렇기에 클래식 기타로만 구성된 기타 퀸텟은 매우 생경하여 그것이 오히려 신선한 기대를 갖게 한 것 같다.

날이 점점 흐려지는 가운데 광화문으로 향하면서 오늘의 공연이 어떨지 기대하며 갔는데
공연이 끝난 후 비바람이 치는 밖으로 나와서도 그 여운이 전혀 가라앉지 않은 것을 보면
오늘의 공연은 정말로 인상적이었다는 말 외엔 표현할 길이 없을 것 같다.


1446282208145.jpeg


프로그램 표에는 위와 같이 레퍼토리가 구성이 되어 있었는데 실제 공연에서는 순서가 조금 바뀌었다.
먼저 1부에서는 스페인 모음곡, 도둑까치 서곡 그리고 쾌지나 랩소디 순으로 진행되었다.
이어서 2부에서는 경기병 서곡, 아를의 카르멘, 프런티어, 신세계 판타지 순으로 이어졌다.


1부의 서두를 장식한 알베니즈의 스페인 모음곡 중 아스투리아스, 탱고, 세비야 세 곡을 엮은 첫번째 곡은 변화무쌍했다.
먼저 첫번째로 연주된 아스투리아스는 스페인 북부 지방의 도시인데 이곳은 우리나라로 치면 철원과 비슷한 곳이라고 한다.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최근에 조성진 씨 앨범을 자주 듣느라 빗방울 전주곡(프렐류드 op.28-15)를 많이 들었는데 비슷한 자연현상을 두고도 매우 상반되게 풀어내는 느낌에 굉장히 재미있게 들었다.
이어서 연주된 탱고는 일반적인 탱고보다 느린 곡조였다. 장조인데도 어쩐지 하바네라가 연상되는 곡이었다.
3악장에 해당하는 세비야는 탱고보다도 더 탱고같이 자유분방하고 뛰노는 선율이었다. 스페인 남부의 거점도시인 세비야의 신나고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회화처럼 그려낸듯한 곡이었다.


두번째로 나온 도둑까치 서곡은 처음 듣는 곡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시니의 곡이라는 것이 여실히 느껴지는 곡이었다.
이탈리아의 정서를 느껴볼 수 있는 곡이라 음악 감독 정승원 님이 부연해주셨는데
어쩐지 세빌리아의 이발사 서곡처럼 익살스러운 선율이 이어졌다.
까치가 종종거리며 움직이는 느낌을 살린 대목도 있어 이 오페라를 보지 못했어도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며 들을 수 있었던 곡이었다.


세번째 곡인 쾌지나 랩소디는 쾌지나 칭칭 나네 주제에 의한 광시곡이라고 음악감독 정승원 님이 표현하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민요가락, 주제 선율 그리고 선창과 후창의 느낌을 살려서 편곡한 곡이었는데
멜로디언을 연주한 재즈피아니스트 최지훈의 연주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5대의 기타와 어우러지며 우리의 가락을 연주하면서도 재즈풍의 느낌을 살리는 연주를 해나갔는데
호흡과 건반의 완급을 아주 여유롭게 다루는 것에 관객들이 매료될 수밖에 없는 무대였다.





이어서 2부에서는 경기병 서곡으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사실 오페라 경기병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오페라인데
그 서곡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선율을 담고 있다.
윌리엄 텔 서곡과 혼동하기 쉽다는 것을 음악감독님이 먼저 짚어주고 연주를 시작했는데
듣고 보니 내가 딱 그 케이스였다. 기대했던 그 선율은 아니지만 아주 익숙한 그 멜로디가 나오는 것을 목도하면서 새삼 이 곡을 다시금 원곡 버전으로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부의 두번째 곡은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곡이었다. 바로 비제의 카르멘과 아를의 여인을 엮어 편곡한 아를의 카르멘이다.
하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곡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이기에 이 두 작품을 어떻게 엮어나갈지 한껏 기대를 안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랑기타 퀸텟이 초연하는 곡이라고 소개해서 더 마음이 부풀었다.
사실 시작을 무난하게 카르멘 서곡으로 시작할 줄 알았다.
그런데 카르멘 환상곡과 똑같은 도입부로 시작했다. 예상과는 다른 시작이었는데 그게 더 마음에 들었다. 오히려 예상을 벗어난 것에 더 매료되어 몰입했던 것 같다.

카르멘은 서곡부터 각 아리아가 모두 유명하다. 그러나 그것을 다 담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어 내심 걱정이 되었다. 다른 곡들은 cf나 영화 등에서 많이 다루어졌기 때문에 꼭 들어갈 테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리아 '세기디야'가 혹시나 분량상 빠지지는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전적으로 내 기우였다.
아를의 여인의 중요한 대목들을 다 다루면서도 세기디야의 선율도 아름답게 흘러나왔다.
이 곡은 선율이 마치 한 곡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그리고 뛰어난 완급조절에 있어서도 편곡의 완결성이 높다고 생각이 들어 개인적으로는 이번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인 곡이었다.


세번째로는 양방언의 프런티어를 연주했는데, 이번에도 재즈피아니스트 최지훈이 함께 앙상블을 이루었다.
프런티어의 익숙한 주제선율을 가지고 오면서도 그랑기타 퀸텟 나름의 해석을 곁들여 편곡한 곡이었는데
기타곡으로서도 매우 좋았겠지만 멜로디언이 함께 연주해서 더욱 더 한국적인 선율의 아름다움과 흥취가 풍부한 곡이었다.


마지막 곡은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우리에게 신세계 교향곡이라고 알려진 곡을 환상곡 형태로 편곡한 곡이었다.
영화 죠스에 삽입되었던 4악장의 음산한 도입부로부터 시작하여 각 악장을 넘나들며 변화무쌍하게 이어지다가
다시금 4악장의 익숙한 주제선율로 마무리되는 곡이었다.
분명 기타만으로 연주가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마치 오케스트라와 함께 있는 것처럼 선율이 풍부하고 또 웅장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본 무대를 마무리하고 그랑기타 퀸텟은 두 곡의 앵콜을 이어서 연주했다.
첫번째 곡은 파헬벨의 캐논이었는데, 다시금 최지훈과 함께 무대를 꾸몄다.
단조로울 수 있는 캐논을 멜로디언과 기타가 번갈아 아름다운 주제 선율을 연주하며 풍부하게 꾸민 것도 좋았는데
가장 이목을 끄는 대목은 곡의 마지막 솔리스트 독주 부분이었다.
마치 협주곡 카덴차를 듣는 것처럼 멜로디언이 아주 자유분방하면서도 뛰어난 기교를 마음껏 보여주며 대미를 장식했는데 정말 breathtaking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열연이었다.

두번째 앵콜곡은 사실 처음 듣는 곡이었다. 보케리니 기타5중주 4번의 3악장인 판당고였다.
애절한 듯하면서도 즐거운 느낌이 들기도 하면서 풍부한 선율이 인상적인 곡이었다.
애당초 기타 5중주곡으로 작곡된 곡인만큼 꼭 다시금 들어야 할 곡인 것 같다.





여운이 가시기 전에 이 공연에 대한 리뷰를 꼭 남겨야 한다고 생각해서 공연 당일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리뷰를 먼저 작성하였다.
처음에는 객석이 경직된 분위기였는데 점차 공연이 진행될수록 관객과 무대가 함께 호흡하는 느낌이 들었다.
형언하기 힘들지만 정말 매료된다는 게 이런 게 아닐까 싶은 무대였다, 나에게는.

그랑기타 퀸텟은 이번 공연 레퍼토리인 쾌지나 랩소디와 같이, 향후에 우리네 가락들을 기타곡으로 편곡하여 연주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한다.
서양악기로 대부분 서양의 악곡들을 연주하면서도 그 정체성에 대해 항상 고민하는 자세가 인상적이다.
추후의 그랑기타 퀸텟의 공연들은 어떤 레퍼토리로 어떻게 관객들을 사로잡을지, 오늘부터 눈여겨보게 될 것 같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