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예술가들에게 문화예술은 평생의 동반자이자 중요한 생업이다. 
그런데 예술가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문화예술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가을의 끝자락을 알리는 빗방울이 부스스 떨어지기 시작하던 저녁, 친구 H를 만났다. 쌀쌀한 거리에서 비 바람을 피하고자 눈에 보이자마자 들어간 곳은 돈부리 집이었다. 작은 식당은 이미 우리 같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람들 틈에서 우리는 각자의 근황에 대해 나누기 시작했다. H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공부했지만 최근 문화예술 강좌를 기획하는 아카데미 기획자가 되고자 마음을 먹었다. 몇 달 되지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고 분명했다. 무엇이 친구를 그 길로 이끌었을까. 먼저 약속을 제안한 것도 이 이유에 대해 듣고 싶어서였다.  


H가 지금의 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된 것은 한 친구와의 대화였다. 


“우연치 않게 친구랑 문화예술 관련 강좌 목록을 볼 때였어. 
‘나 이거 참 배우고 싶었는데.’ 하는 거야. 그래서, ‘해 봐, 못할 게 뭐 있어?’ 했지. 
그런데 고민 끝에 결국 돌아온 것은 ‘차라리 전공과 좀 더 관련된 걸 하는 게 낫겠어.’
라는 대답이었어.” 


학창시절부터 연극 동아리, 밴드부, 얼마 전까진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 안내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문화 예술과 관련된 이런 저런 취미 활동을 이어 온 H로써는 답답한 대답이었다. 물론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써야 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친구를 아주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세상이 이렇게나 각박하나…’, 새삼 느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우선순위를 뒤엎으라는 게 아니야. 
다만 삶에서 99 퍼센트는 먹고 사는 데에 쓴다고 했을 때, 1퍼센트 정도는 
내가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소소한 일들을 위해 내줄 수 있는 거잖아.”

“이력서 적을 때 마지막까지 빈칸으로 남는 것들 중에 하나가 뭔지 알아? ‘취미 특기’야. 
난 적어도 취미 생각할 때 고민하는 사람들이 없게 만들고 싶어. 
‘나 이거에 관심 있어’정도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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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취미는 안녕하십니까?”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어려운 것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취미가 있었던가, 돌아본다. 태어나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지금까지 당장 눈 앞에 있는 ‘더 중요한 것’을 위해 얼마나 많은 ‘덜 중요한 것’들을 그냥 넘기면서 온 걸까. 사실 수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내가 나 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던 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미처 몰랐던 내 자신을 만나게 해준 건, 그 사소하고 덜 중요한 것들이었는데. 


어색했던 시작도 잠시, 먹던 음식이 식어가는 줄도 모른 채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소란스럽던 돈부리 식당은 어느새 작은 아지트가 되어 누군가의 꿈으로, 좋은 문화 강좌를 만들어 다른 사람의 삶을 더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한 사람의 마음으로 채워져 나갔다. 
마음 한 구석이 뜨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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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정책연구팀 인포그래픽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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