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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부드럽고 강한 [도서/문학]
최은영,《아주 희미한 빛으로도》_ 바람이 일면 파르르 떨리도록 얇고 투명하지만, 결코 무너지는 법이 없는 단단한 유리성
부드럽고 강한 최은영의 새 단편집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더없이 반가운 마음과 함께 책을 펼쳐보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사람과 사회의 관계, 그 속에서의 촘촘하고 미묘한 감정선을 그 누구보다 섬세하게 그려내는 그의 글을 좋아해왔기 때문이다. 제멋대로 하는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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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작은 균열과 큰 물음 [도서/문학]
가족은 잘 짜인 각본과 같다, 《가족각본》
"며느리가 남자라니!" 《가족각본》, 김지혜, 창비, 2023. 말에는 힘이 있다. 익숙한 격언이다. 무언가를 발화하는 것만으로 모종의 실행이 이루어진다는 것, 평소엔 쉽게 의식하지 않지만 곱씹으면 꽤 섬짓할 정도의 강력함이다. 정확히 짚자면, 말에는 '이중적인'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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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다정한 물음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2023) 및 소설 '바깥은 여름'(김애란) 중 동명 수록작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남겨진 이들의 내일에 대해 경험의 매개를 넘치도록 갖게 된 우리는 매일같이 죽음을 접한다. 뉴스로, 책으로, 누군가의 입으로, 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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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위안과 무력감 [영화]
영화 '엘리멘탈'(2023)
* 영화 '엘리멘탈'(2023)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양가감정 '엘리멘탈'이 'K-장녀'라는 공감대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을 보고, 이 공감대가 나에게 완벽히 들어맞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 위로는 이미 독립해서 자리를 잡은 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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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이정표가 된 그 여름 -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
누구에게나 시간이 지나도록 어느 한 자리에 꼿꼿이 서 있는 기억이 있다.
* 영화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86 그 여름, 그리고 고등어통조림 물을 끼고 있는 도시를 좋아한다. 그건 나의 출신지 탓이 크다. 내가 나고 자란 도시에는 도시 중간을 크게 가로지르는 강이 있어 어딜 가든 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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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진실을 다루는 이들의 무게 [영화]
영화 '스포트라이트'(2016)
* 영화 '스포트라이트'(2016)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트라이트: '우리'의 이야기 무언가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일. 그 매개는 글이든, 말이든, 혹은 다른 그 무엇이든 될 수 있겠지만 예전부터 나는 그 중에서도 특히 글을 주로 택해왔다. 하지만 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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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잘하지 못하는 나 [사람]
나는 완벽하지 못할까 봐 무언가를 섣불리 시도하지 못한다.
미숙함의 생략 얼마 전 아주 간단한 재료들로 맛을 내는 파스타 레시피를 하나 발견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해먹어볼 만하다 싶어 시도했는데 웬걸. 토핑으로 들어갈 새우를 장만하는 데만 한 세월, 화구 하나엔 파스타 면을 삶아놓고 다른 하나엔 프라이팬을 올려 소스를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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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성의를 들여 살아내는 삶 [영화]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2015)
*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2015)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몇 알의 감자 얼마 전 할머니 댁에서 봉지 가득 감자를 얻었다. 직접 심고 길러서 캔, 제철을 맞은 작물. 동글동글하고 흙냄새가 진했다. 날이 더워지니 입맛이 없어서, 간식 겸 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