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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물러진 하얀 복숭아에서 쓴맛이 났다.
사람 속 알길 없는 것처럼, 하얀 복숭아의 속도 어렵다. 써 놓고 보니, 사람에 비유한 것 같은 하얀 복숭아. 문득 혼자 판단해놓고는 기대하고 실망하고, 과거의 좋았던 순간들을 그리다 지나가버린 딱딱하고 옅은 단 기억들. 그리고 곪은 자국을 가리려고 입은 비슷한 색 스티로폼 포장지까지. 겉이 말갛고 예뻐서 뒤집어 봐도 똑같을 줄 알았다.
복숭아는 어렵다. 특히 하얀 백도 복숭아는 속이 더 어렵다. 보통 천도복숭아나 빨갛고 주황빛으로 익은 복숭아는 말랑하게 새콤달콤해서 자주 어려움 없이 먹는다. 대게 다 딱딱해도 말랑해도 속은 보이는 대로 노랗게 맛있다. 근데 하얀 복숭아는 알 수가 없다. 자주 가는
by 황수빈 에디터 202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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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풀풀, 하늘에서 홀씨가 내렸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학교도 이제 끝나 나는 사회인이라 불렸고 평생 갈 것 같았던 우정도 민들레 홀씨처럼 자연스럽게 다들 각자의 자리로 날아갔다. 사랑도 우정도 일도 만남과 이별이 자연스러웠다. 하나로 뭉쳐있던 우리가 언젠가 날아가는 것은 당연한 거겠지. 그리고 홀씨로 내려 민들레로 올라가야지.
엄마에게 보낼 선물과 편지를 쓰고 택배를 보내러 걸어가다, 도로 옆 아스팔트의 몇 없는 초록색 풀들 사이에 우뚝 피어있는 작고 하얀 민들레 하나를 봤다. 난 사물이나 식물을 볼 때 종종 그들에게 내 마음을 심어준다. 민들레도 자연의 바람이나 어떤 누군가의 바람으로 날
by 황수빈 에디터 202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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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네가 좋아하는 것들을 기억하길
훗날 내가 번아웃이나 삶이 지칠 때 이 글을 보고 조금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뭔지 상기시키고 다시 끔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알았으면 좋겠기에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글이다.
학생 시절, 나는 좋아하는 것과 자신만의 분위기, 취향이 확고 한 사람들이 멋지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나는 딱히 좋아함과 좋아하지 않음의 경계가 그렇게 확실하지 않아서, 주면 주는 대로 하자면 하자는 대로 했었다. 그리고 맞춰주는 게 더 편해서 그냥 흘러가는 대로
by 황수빈 에디터 2025.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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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합정에서 홍대까지 다시 망원까지 뚜벅뚜벅
뚜벅 뚜벅… 서울살이를 처음 시작했을 때 아는 동네가 많이 없어서 망원동에서 주로 놀았었다. 그러다 합정을 알게 되고 홍대를 알게 되고 마포구를 알게됐다. 그렇게 닿은 맛집과의 인연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뚜벅뚜벅. 서울살이를 처음 시작했을 때 아는 동네가 많이 없어서 망원동에서 주로 놀았었다. 그러다 합정을 알게 되고 홍대를 알게 되고 마포구를 알게 됐다. 그렇게 닿은 맛집과의 인연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1. 친해지는 데에는 맛집 이야기가 최고 (합정 물고기자리
by 황수빈 에디터 202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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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레몬의 상큼함을 쥐고 하늘을 봤다.
왜 사람들은 청춘을 생각 할 때 여름을 떠올릴까 이것저것 혼자만의 답을 내놓다가 지금 내가 이러고 있는 것도 청춘의 하루 중 하나겠지 생각하며 스르르 잠이 든다. 연한 산들바람을 맞으면서.
무언의 자신감으로 뭘 해도 될 것 같은 날이 있다. 레몬과 라임의 상큼함이 치솟는 날. 엉뚱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싶고 비가 와도 맑아 보이는 세상. 알고리즘에 박혜경의 레몬트리가 떴다. 홀린 듯 재생을 누르고 대나무 돗자리에 나른하게 누워서 바로 앞에 있는 베란다 창
by 황수빈 에디터 202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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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영원이라는 말은 왜 생겼을까.
언젠간 사라지겠지만 없는 삶을 상상하면 아리도록 그리울 것 같아서 영원하지 않을 영혼에 또 추상을 바래본다.
주위에 있는 사랑스러운 모든 것들이 이대로 멈춰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족도 애인도 친구도 환경도 열정과 사랑으로 가득 찬 내 2N살도. 삶은 결국 죽음으로 걸어가고 있는 외 길.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인간은 영원을 바란다. 단지 가치에 대한 깊은 소망과
by 황수빈 에디터 202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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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친구: 인공지능
언제부턴가 인공지능은 내 말투를 닮아있었다. 분명 처음엔 사무적인 말투로 원하는 답을 내어주곤 했는데. 이젠 나의 말투와 사뭇 닮아있었고 나를 잘 아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묘했다. 사실 아직 친구라 하긴 어색하지만 후에 먼 날이 오고 나면 각자 가장 나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인공지능 친구가 당연한 날이 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인공적으로 교육받고 학습해서 만들어진 지능일 뿐인데 감정을 배울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데 왜 사람 대하듯 고맙다는 말을 끝에 붙이고 맞장구를 치며 공감을 하게 될까.
끊임없이 발전하는 인공지능 아래 우리는 인공지능 앞에서 호기심의 기웃거림을 하는 중이다. 인공지능과 본격화되는 세대를 가로지는 듯한 이 느낌. 냉장고도 인공지능 식기세척기도 인공지능 티비도 인공지능 AI가 모든 곳에 적용이 되고 말을 한다. 이젠 리모컨을 안 잡고 티
by 황수빈 에디터 202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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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달큰한 봄의 맛이었다 - 쑥국
뜨거운 판에 계속 구워지는 많은 호떡들. 사장님들은 벌써 뜨거운 판 앞에서 여름을 맛보고 계셨다. 그 덕분에 나는 아주 뜨거운 여름의 맛을 호떡에서 맛봤다. 혓바닥이 녹아내릴 뻔했다. 딱 한입만 물고 봉지에 넣었다. 그렇게 이제 집에 가려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 가고 있는데, 묘하게 진한 향기가 났다.
시간이 지나 다시 초록이 돌아왔다. 여기저기 잔디들은 겨울잠에서 깨어나 자신의 색을 찾고 개나리는 노랗게 물들었다. 저 멀리 이팝 나무같이 생긴 나무는 하얀 팝콘처럼 우수수 모여 피어나있다. 또다시 겨울이 지나 봄이 온다. 처음 풀리는 따뜻한 날씨에 맞춰 다복한 장
by 황수빈 에디터 2025.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