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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중요한 건 어쨌든 미술관은 재밌다는 거야 - 어쨌든 미술관은 재밌다 [도서]

루브르든 동네 작은 미술관이든 어쨌든 미술관은 재밌다

by 김민정 에디터
2026.10.1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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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대놓고 미술과 친해지고 싶은 입장으로서 미술관은 참 가깝고도 먼 존재였다. 여러 미술 작가와 작품, 미술관 해설서를 보아 왔지만 미술관이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거대한 위용을 떠올려보면 역시 좀처럼 친숙해지기 어려운 아우라가 풍기기 때문이었다. 이 아우라는 어디서 오는 걸까.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별도로 기획되는 전시들은 훨씬 가볍게 들러보곤 한다. 외려 유명 작가의 전시가 열린다고 하면 없던 흥미가 생길 지경이다. 그러나 미술관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그 안의 작품들은 조금 다르고 무겁게 느껴진다. 축적된 시간과 굳건한 이미지 때문일까. 무의식적으로 이 볼륨을 의식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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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박혜성은 ‘어쨌든’ 미술관은 재밌다고 한다. ‘어쨌든‘이라는 말은 참 단순하다. 뒤에 붙는 많은 이유와 수식어들을 한 번에 삭제시켜 버리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직관적으로 저자는 미술관이 재밌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경우에서’어쨌든‘이란 말은 자신감과 애정이 넘치는 말이기도 하다. 남에게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설명해 본 적 있는가? 취미든, 분야든, 혹은 캐릭터나 작품이든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을 앞에 앉혀두고 ‘내가 이것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을 시작하게 되면 그 뒤에는 수많은 이유가 붙지만 결론은’어쨌든’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 애정의 백 가지 이유에 대해 잘 말해봐야 좋아하기는커녕 제대로 이해를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쨌든‘이란 말이 붙은 만큼 이 저자는 미술이 왜 재미있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 느껴진다. 그만큼 믿고 가볼 만한 가치가 느껴진달까. 실제로 이 책에서 저자는 잘 모르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세계적인 미술관 여섯 군데를 돌면서 미술관이 왜 재미있는지, 차근차근 풀어낸다.

       

      루브르, 메트로폴리탄을 거쳐 내셔널 갤러리, 우피치, 프라도, 뉴욕 현대 미술관까지. 모두 하나같이 예술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들어봤을 법한 저명한 곳들이다. 이런 곳은 이름만으로도 누군가의 로망이 된다. 채광 좋은 입구와 유달리 깨끗한, 혹은 미묘한 약품 냄새를 담은 공기가 그려진다. 현실은 로망과 조금 다를지라도, 언제나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곳들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 미술관들이 담고 있는 이야기다. 공간은 그 어떤 공간이든 그들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아카이빙에 집중한 공간들은 다른 공간보다도 몇 배는 진한 농도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미술관은 이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관찰하기 아주 좋은 장소다. 몇천 년 전 한 왕의 이야기부터 몇십 년 전의 군인 이야기까지 미술관은 시대의 한 장면을 그대로 떼어다 보여준다.

       

      읽으면서 저자도 이 부분을 말해주고 싶은 듯했다. 미술관이 재미있는 이유는 그 안에 무수한 이야기가 담겨있고, 그 이야기를 발견해 내는 재미가 있어서라고. 나 또한 읽는 내내 그 이유에 서서히 공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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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얀 반에이크,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내셔널 갤러리

       

       

      특히 재미가 급증할 때는 익숙한 그림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해 낼 때였다.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이 나타내고 있는 서사를 듣고 있자니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이다. 마치 카페에서 옆 테이블 커플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듣는 듯했다. 전후 사정이 어떻게 되었든 결혼을 서약하는 상황 속에서 조용하지만 담담하게 손을 잡은 연인과 그 공간 속 유일한 증인인 두 사람을 포착하는 장면이라니. 최초로 유화 기법을 퍼트린 화가의 그림이라는 점 말고도 흥미진진한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그림 속 부부가 잡은 손, 오묘하게 하나만 켜진 샹들리에, 바닥에 굴러다니는 슬리퍼와 귀여운 강아지까지 이 그림에는 많은 암시가 담겨 있다. 특히 그림 중앙 볼록거울에 비친 외부인 두 명과 위에 새겨진 얀 반 에이크의 서명은 이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 건지 무한히 상상하게 한다.

       

      그렇게 이 책을 읽다 보면 미술관이라는 이미지가 가진 허들은 자연히 사라지고, 다음으로 풀릴 이야기가 기대된다. 이 과정에서 나는 터너라는 영국 국민 화가를 알게 되었고, 피카소의 슬픔과 극복의 의지를 느꼈다. 더불어 미술관이라는 공간에 담긴 많은 이들의 애정과 열정을 알았고, 저자가 아트숍에 들러 소소한 쇼핑을 즐길 때는 덩달아 사소한 즐거움을 느꼈다. 루브르와 내셔널이라는 묵직한 이름은 미안하게도 잊은 지 오래다.

       

      물론 모든 이야기가 쉽고 눈에 잘 들어오는 것만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뉴욕 현대 미술관 파트에서는 거의 페이지를 흘기듯이 읽었다. 현대 미술이 아직은 어렵게 느껴지는 탓일까. 그만큼 잘 읽히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그게 딱히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애초에 미술관에 존재하는 모든 작품을 이해한다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그저 보이는 부분은 잘 살펴보고, 궁금한 부분은 잘 알아가면 된다. 의외로 미술관으로 향할 때 가장 중요한 준비물은 가벼운 마음일지도 모른다.

       

       

      미술관 여행의 묘미는 천천히 공간을 거닐며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을 만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새롭게 알아가는 데 있다
        

       

      그렇기에 미술관에 간다는 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얼마든지 도서관 가듯 산책하러 가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소울메이트같은 그림을 만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외려 설레기도 한다. 내가 몰랐던 나의 취향을 발견하러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더 흥미롭지 않은가. 그만큼 미술관에는 수많은 인연이 엮여 축적되어 있다.

       

      거대하고 웅장한 건물에만 머물렀던 시선이 점점 모이며 그림 속 인물을 거쳐 나에게로 수렴하는 과정. 미술관은 그 여정에 든든하게 함께한다. 그 속에서 변화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싶다면 미술관은 아마 최고의 친구가 아닐까. 세계 곳곳의 미술관을 탐방하며 서서히 나의 다른 부분을 알아갈 앞날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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