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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미술관에 가면 그림도 있고, 이야기도 있고 - 어쨌든 미술관은 재밌다 [도서]

또 뭐가 있을까?

by 권혜선 에디터
2026.10.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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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 입문, 부담없이 시작하기


       

      <어쨌든 미술관은 재밌다>는 각국의 대표적인 미술관을 소개하고, 그 공간을 구성하는 작품들을 엮어 소개한다. 작가는 본격적인 시작 전에, 각 책의 앞에 미술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수록했다. 미술관의 위치, 개관일, 특징, 소장품 수, 개관 시간, 휴관일이 적혀 있다. 이를 통해 우리 독자는 정말 미술관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어딘가로 여행을 갈 때를 생각해 보라. 관광객이 관심 있는 미술관이 여는지를 확인하고, 그곳의 특징을 대략적으로 살펴보는 것처럼 이 책도 같은 감상을 제공한다.


      그 때문에 이 책은 반드시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다. 필자는 순서대로 다 읽었지만, 다 읽고 나니 여행엔 정해진 순서가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책의 두께에 놀라는 대신, 부담 없는 랜선 여행을 ‘찍먹’ 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자신이 가고 싶었던 나라, 구경하고 싶었던 미술관, 보고 싶었던 작품이 있는 페이지를 펴보자. 그렇게 한 미술관을 ‘방문’해 보고 재미를 느꼈다면 다음 미술관을 들러 보면 된다.

       

       


      미술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작가는 <어쨌든 미술관은 재밌다>에서 총 6개의 미술관인 루브루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내셔널 갤러리, 우피치 미술관, 프라도 미술관, 뉴욕 현대 미술관을 다루고 있다. 당연하게도 각 미술관은 나라별로 문화예술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에 따라 특징을 달리한다. 흥미로운 점은 작품을 수집하여 미술관으로서의 입지를 다루는 과정이었다. 사실 전에는 무의식중에 당연히 미술관은 처음부터 그 자리에, 그 형태로 있었을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 소장품이 어떤 개인, 단체 등의 의지와 노력으로 돌고 돌아 그 자리로 왔는지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다.


      작품을 모으고 미술관을 세우는 일에 어떤 방법이 있을지 생각해 보고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구매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고, 기증을 받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 과정을 누가 주도했느냐에 따라서도 미술관의 의미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우, 미국인 변호사 존 제이가 주도하고 미국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대중을 계몽하기 위해 세워졌다. 이는 군주의 권력과 후원으로 설립된 유럽의 다른 미술관들과 대비되며 ‘어떻게 미술관이 만들어져야 하나’라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미술관을 만든 다음에는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나’라는 질문이 생겨난다. 국내를 포함한 대부분의 미술관은 유료일 경우 성인, 학생, 어린이의 요금을 차등으로 적용하며, 일부 무료로 개방하기도 한다. 정책적으로 감동을 받았던 것은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이다. 작가는 런던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광장에 국립 미술관이 있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하다고 언급하면서, 이는 영국이 미술의 ‘공공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증거라고 설명한다. 또한 미술관의 무료입장 정책은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누구에게나 문화를 누릴 권리가 있음을 중시하는 필자로서도 이런 영국의 태도가 반갑게 느껴져 방문하고 싶어진다. 이런 개방은 관용, 경제, 선순환의 일거양득의 효과를 일으키니 앞으로 무료 개방되는 문화예술 시설이 더 많아지기를 소망한다.


      한편 ‘기증’의 방식과 의도도 여러 가지이다. 특히 우피치 미술관이 있는 피렌체는 한 가문의 기증 조건 덕분에 르네상스 보물들을 간직한 유일무이한 도시가 되었다. 메디치가의 마지막 후손 안나 마리아 루이자 데 메디치는 가문 소유의 방대한 미술품과 수집품을 홀로 상속받는다. 그녀는 모두 피렌체 시에 기증하기로 한 후 조건을 덧붙였는데, 이 지점이 아주 흥미롭고 대단하다.



      1. 메디치의 미술품들은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의 영예를 위해 양도되어야 한다.

      2. 피렌체 시민에게 공익이 되어야 하며, 어떤 경우에도 피렌체 외부로 유출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미술 작품이 필요에 따라 거래 및 교환, 외부로 유출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런 결정은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작가가 ‘그녀의 조건은 개인이 국가에 한 어떤 공헌보다 위대했다’라고 적은 문장에 동감한다. 학문과 예술을 사랑하고 장려한 메디치가의 헌신 덕분에 피렌체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소장품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가진 것을 내려놓고 나누고자 하는 마음일까, 좋은 것을 같이 향유하고 싶은 마음일까. 어느 쪽이더라도 그녀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재밌게 떠나는 그림 여행, 어쨌든 미술관은 재밌다!


       

      해당 책은 개별 작품들에 대해서도 너무 진지해지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도록 소개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느껴진다. 특히 첫 번째로 소개한 루브르 미술관의 “바로크와 로코코, 당신의 선택은?” 부분이 그렇다. 작가는 예능 프로그램처럼 두 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밸런스 게임을 제안한다. 바로크 미술과 로코코 미술을 비교해 보고 무엇을 선택할지 밸런스 게임을 해보자고 말이다. 바로크 미술이 왕실 중심의 호방하고 장엄한 소재를 다루었다면 로코코 미술은 프랑스 귀족층이 관능적이고 향락적인 놀이 문화를 다루었다고 한다. 둘 다 마음에 들지만, 필자는 오늘따라 화려하고 ‘말랑말랑’한 로코코 미술이 끌린다. 이런 식으로 책에 소개된 작품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그 과정에서 어떤 작품이 마음에 드는지, 자신이 미술관 관장이나 컬렉터라면 어떤 사조의 작품을 사들이고 싶은지 고민해 보면 재밌을 것이다.


      박혜성 작가가 서양화과를 졸업한 만큼, <어쨌든 미술관은 재밌다>에 담긴 미술 작품의 설명은 간단하면서도 꽤 유익하다. 소개된 곳의 미술관을 직접 가본 적은 없지만, 그동안 가본 미술관 큐레이터의 설명과 비교해 보아도 좋은 해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지점에 공감한 것은 아니지만, 독자가 와닿는 지점이 생기도록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의도가 보였고, 계속해서 ‘독자의 생각’을 묻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책이 아닌, 함께 미술관과 그 안의 작품들을 살펴보는 가이드 투어를 다녀온 느낌이었달까.


      <어쨌든 미술관은 재밌다>는 미술관을 둘러싼 여러 사정과 미술계의 크고 작은 이슈들, 화가들과 작품의 내막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제목이 마음에 든다. 당신은 어떤 이유로 미술관에 가고, 또 가지 않는가? 이번 기회에 한 번 이 책을 들고 가보면 어떨까 싶다. 어쨌든, 미술관은 재밌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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