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관에 가는 일은 예술가와 작품을 만나는 일이면서, 미술관의 이야기도 함께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어떤 이유에서 이 작품들이 모였고, 언제부터 미술관의 이름을 갖추고 운영하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는 순간 이 공간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 거대한 역사의 파도 속에 놓인 기분, 그 황홀한 기분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우리는 미술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 책은 세계의 유명 미술관 6곳을 소개한다. 프랑스에 있는 루브르 미술관,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 이탈리아의 우피치 미술관, 스페인의 프라도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순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각의 미술관들은 그 나라의 역사에 따라,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가진 이야기가 다르다.
작품만 알아도 재밌는 곳인데 미술관까지 안다면 얼마나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을까. 이 모든 즐거움을 한층 깊게 만들어 줄 책 <어쨌든 미술관은 재밌다>를 만나보고자 한다.
각기 다른 미술관 설립의 이유
침략으로 수집된 예술품들을 한데에 모으기 위해, 왕실 소유의 소장품을 소개하기 위해, 대중들을 위한 국립 미술관 건립을 위해, 특정 작품들을 소개하기 위함 등 다양한 이유로 미술관은 뿌리를 내렸다. 일례로 프라도 미술관은 스페인 왕실이 오랫동안 수집해 온 소장품을 한데에 모아야 한다는 이유로 만들어졌고, 내셔널 갤러리는 대중들을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각기 다른 이유만큼 특색도 다양했다. 당초 설립 이유에서 출발해 지금까지도 그 명목을 이어 운영하는 곳이 많았다. 소장품 중심인 곳은 다양한 소장품을 소개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층과 공간으로 구별하여 잘 수집하여 온 소장품들의 시대적 흐름을 읽히게 구성했다.
특정 예술 장르, 현대미술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 곳은 지속적으로 기획전을 열어 현대 미술가와 그들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뉴욕현대미술관은 과거보다 더 풍부해진 예술 세계를 소개하고자 1993년부터 영화도 예술 장르로 받아들이며 영화 상영을 이어가고 있다.
예술에 대한 연구와 이용을 장려하고, 다양한 형태의 예술을 보급하고자 하는 목적인 메트로 폴리탄은 다양한 미술작품을 가지고 있다. 이집트 미술, 그리스와 로마미술, 아프리카와 유럽회화 그리고 한국관까지 백과사전과 같은 형태를 띄고 있다. 이처럼 미술관은 태초 설립의 이유를 지켜가며 역할을 달리하고 있었다.
미술관이 그 자리에 존재하는 이유를 안다면, 그곳은 관광 명소 그 이상의 가치로 느껴진다. 과거의 역사 속에 놓여진 느낌, 예술작품이 이곳에 오기까지의 여정을 함께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큰 관점에서 미술관을 이해하는 일은 관람객들에게 더 큰 황홀감을 선사한다.
이 밖에 다양한 미술관 이야기
그리고 이 책에서 또 다른 재미 요소는 ‘미술관 플러스’ 파트이다. 각각의 미술관이 가진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루브르 미술관에 있는 유리 피라미드 이야기가 흥미롭다. 프랑스 혁명 20주년 기념 공모에서 이오 밍페이의 유리 피라미드가 당선되어 설치되게 되었는데, 당초 설치 시 중국계 미국인이라는 점, 문화재 최대 약탈국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본뜬 점에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피라미드로 과거와 현재를 잇고 아프리카와 유럽을 연결한다는 의미에서 루브르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또한 요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주목 받는 곳은 ‘아트 숍’이다. 뉴욕 현대미술관의 아트숍 모습, 저자가 구매하려고 했던 데미안 허스트의 도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아트숍을 언급한다. 이곳이야 말로 관객들이 전시에 대한 감상평과 느낌을 들을 수 있는 곳이다.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기도, 기념하고 싶은 작품이나 작가의 굿즈를 사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술관에 많은 부대시설들이 있지만 아트숍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하다. 작품은 쉽게 구매할 수 없는데 아트숍은 먼 훗날 작품을 구매하는 안목을 키우게끔 한다. 판화를 사서 소장하고 싶은 작품을 간직할 수 있고, 자그마한 굿즈로 공간을 기념하기도 하며 도록은 작품만큼이나마 큰 가치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부수적으로 미술관을 구성하는 공간을 소개하며 재미를 돋운다.
미술관 여행에서 미술관만큼이나 재밌는 요소들을 소개해줌으로써, 작품 감상에만 머물렀던 시선을 미술관을 구성하는 다양한 공간과 이야기로 확장시켜준다. 미술관은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인 동시에 예술을 경험하고 기억하며 일상으로 가져가는 공간이기도 하다. 어쩌면 미술관을 온전히 즐기는 방법을 터득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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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의 역사를 알고 작품을 마주하는 일은 단순히 그림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그 작품이 지나온 시간과 그 안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읽어 내는 일이기도 하다. 결국 미술관을 이해한다는 것은 예술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는 일이다. 다음에 미술관을 찾게 된다면 앞에 잠시 멈춰 서서, 이곳은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공간인지 생각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