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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그림 너머의 미술관 - 어쨌든 미술관은 재밌다 [도서]

미술"관"에 집중하다

by 조유진 에디터
2026.10.1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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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트 스토리텔러 박혜성의 신작 《어쨌든 미술관은 재밌다》는 루브르 미술관에서 뉴욕 현대미술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6개 미술관의 탄생 배경과 역사, 공간적 특징을 살펴보고 그중에서도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작품들을 에피소드와 함께 소개한다. 전작 《어쨌든 미술은 재밌다》가 작품이 주는 감동과 화가들을 둘러싼 이야기를 전했다면, 이번 신작은 미술관이라는 공간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 특징이다.


      책의 각 장은 작품이 아닌, 작품을 품고 있는 공간인 ‘미술관’에 대한 서술로 시작한다. 미술관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다른 미술관과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지, 대표적인 소장품은 무엇인지 차례로 알아가다 보면 미술관 안에 배치된 작품들이 하나의 연결된 이야기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각국을 대표하는 대형 미술관을 소개하는 만큼, 독자들이 실제로 미술관을 방문했던 경험을 떠올릴 만한 에피소드도 풍부하다. 《어쨌든 미술관은 재밌다》는 이미 미술관을 다녀온 독자에게는 그곳을 새롭게 바라볼 계기를 제공하고, 아직 미술관을 방문해 보지 못한 독자에게는 언젠가 마주할 그 순간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줄 배경지식을 선물한다.


      나 또한 여행을 다니며 그 나라를 대표하는 미술관을 방문하는 일을 즐겨 했다. 특히 유럽에 갈 때면 그 나라를 대표하는 미술관을 하나씩은 다녀오곤 했다. 언뜻 보기에는 모두 화려한 외관을 지녀 비슷해 보이지만, 직접 작품을 감상하고 설명을 읽고 나면 미술관마다 저마다의 특징과 매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쨌든 미술관은 재밌다》를 읽고 나니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옛말이 이토록 실감 날 수 없었다. 이 책을 읽고 미술관을 방문했더라면 나의 시야는 얼마나 넓어졌을까. 얼마나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며 체득할 수 있었을까. 이쯤 되니 책을 먼저 읽고 미술관을 방문하게 될 예비 관람객 독자들이 부러워지기도 한다.


      제목에서 강조하듯, 이 책은 작품 자체보다는 작품을 품고 있는 미술관에 초점을 맞춘다. 이것이 미술을 다루는 다른 책들과 구별되는 지점이다. 특히 각 미술관을 소개하기에 앞서 보여 주는 전경과 관람객이 미리 알아 두면 좋을 만한 특징들은 친절하게 글의 서두를 열어 준다. 작품을 만나기 전에 그 작품이 놓인 공간부터 이해하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책에서는 루브르 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내셔널 갤러리, 우피치 미술관, 프라도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 등 총 6개 미술관을 다룬다.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나는 직접 방문했던 우피치 미술관과 프라도 미술관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과거 미술관을 찾았던 기억을 새롭게 떠올리며, 당시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그림 속 이야기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우피치 미술관 -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은 르네상스 예술의 시작과 절정을 담고 있는 이탈리아 피렌체에 자리한다. 붉은 테라코타 지붕이 꽃처럼 아름다운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발상지로, 도시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심인 시뇨리아 광장 인근에 자리한 우피치 미술관은 르네상스 미술의 보물창고다. 이탈리아어로 ‘우피치’는 사무실을 뜻한다. 미술관은 처음 건설될 당시 피렌체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메디치 가문의 행정 관료들이 사용할 업무 공간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수많은 미술가를 후원하며 예술의 명맥을 이어 온 메디치 가문에도 끝은 찾아왔다. 가문의 마지막 후손인 안나 마리아 루이자 데 메디치는 당시 소유하고 있던 다양한 작품을 피렌체시에 기증하기로 결단을 내린다. 다만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붙었다. 메디치 가문의 미술품은 국가의 영예를 위해 양도되어야 하며, 피렌체 시민의 공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고, 어떤 경우에도 피렌체 밖으로 유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조건 덕분에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유산을 고스란히 간직한 예술의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렇듯 우피치 미술관은 수많은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긴 복도를 따라 걸으며 취향에 맞는 작품을 찾아다니는 것도 즐겁지만, 무엇보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작품을 우연히 마주했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압도적인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만나면 더욱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책에서도 소개하듯, 나에게 우피치 미술관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보티첼리의 작품을 직접 마주했을 때였다. 미술관 초입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보티첼리의 《봄》이 저 멀리서부터 눈에 들어온다. 르네상스가 꽃피던 시기에 그려진 이 작품은 남녀노소 누구나 카메라를 들게 만드는 마법을 지녔다. 특히 작품의 크기 앞에서 관객은 압도당하고, 한동안 멍하니 그림을 바라보게 된다. 203×314cm에 달하는 대형 작품을 실제로 마주하면 그 웅장함에 한 번, 그 안에 세밀하게 묘사된 아름다움에 두 번 놀라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이 작품은 메디치 가문의 주문을 받아 그려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세에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내용을 이처럼 대형 회화로 표현하는 일이 일반적이지 않았지만, 보티첼리가 15세기경 이 작품을 선보이면서 신화적 주제를 담은 회화가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프라도 미술관 - 마드리드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 있는 프라도 미술관은 1819년 페르난도 7세 때 개관했다. 초원을 의미하는 스페인어 ‘프라도’에서 이름이 유래한 이 미술관은 처음에는 시민들의 산책로와 녹지가 있던 곳에 세워졌지만, 오늘날에는 상업 시설과 공공시설에 둘러싸인 마드리드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다. 프라도 미술관은 12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작품을 포함해 2만 7천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주화와 메달, 장식물, 역사 문서 등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4만여 점에 이른다고 한다. 스페인 왕실은 15세기부터 예술 작품에 큰 관심을 기울이며 예술가들을 후원했다. 특히 16~17세기 스페인은 정치적·경제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높은 수준의 문화예술을 꽃피웠다.


      프라도 미술관은 지하층과 1층, 2층 등 총 3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회화부터 바로크 회화, 스페인·독일·프랑스의 회화 작품까지 두루 감상할 수 있다. 이 수많은 작품을 모두 보려면 하루도 부족할 것이다. 나 또한 프라도 미술관을 방문했을 당시,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 하는 학생처럼 작품 설명을 머릿속에 재빠르게 욱여넣었던 기억이 있다. 그마저도 시간이 부족해 나중에는 주요 작품만 눈에 담고 나머지는 포기해야 했다. 유럽 회화사와 스페인 회화사를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주옥같은 명화들이 넘쳐나는 프라도 미술관은 외관에서 느껴지는 인상과 달리,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압도적인 규모와 작품들로 관람객을 사로잡는 곳이었다.


      그중에서도 펠리페 4세의 사랑을 받았던 화가 루벤스의 작품 《삼미신》은 단연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펠리페 4세는 왕실 소장품을 적극적으로 늘리며 스페인 예술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그는 역대 스페인 국왕 중에서도 특히 왕성하게 작품을 수집해 ‘수집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특히 플랑드르를 대표하는 화가 루벤스에게 100점 이상의 작품을 주문했다. 덕분에 스페인 왕궁은 루벤스의 작품으로 풍성해졌으며, 펠리페 4세는 루벤스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하기도 했다.


      루벤스의 작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삼미신》이었다. 풍만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이 작품은 전시실 벽면을 크게 차지하며 화려한 색채와 생동감을 자랑한다. 루벤스가 말년에 그린 이 작품에는 그 특유의 풍만하고 관능적인 미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삼미신》 속 왼쪽과 오른쪽 여성의 정체에 관한 이야기는 놀라움을 자아낸다. 첫 번째 아내와 17년간의 결혼 생활을 이어 온 루벤스는 아내와 사별한 뒤, 53세의 나이에 열여섯 살의 새 신부를 맞이했다. 두 차례 결혼 생활을 했던 루벤스는 이 작품에 두 아내의 모습을 담았다고 전해진다. 왼쪽에는 금발의 젊은 아내를, 오른쪽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를 그렸다는 것이다. 루벤스는 두 아내의 모습이 담긴 이 작품을 무척 아껴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채 죽을 때까지 간직했다고 한다.


      한국인의 관점에서 보면 세상을 떠난 아내와 새 아내의 모습을 누드화에 담았다는 사실이 다소 당혹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직접 마주한 사람이라면 인체를 표현하는 루벤스의 탁월한 감각과 화려한 색채, 생동감 넘치는 표현이 자아내는 아름다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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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에 등장하는 미술관을 직접 방문해 본 독자로서, 《어쨌든 미술관은 재밌다》는 미술관을 찾기 전에 읽어 두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안내서이다. 특히 미술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 더욱 유용한 책이다. 유명한 미술관에 왔으니 무언가를 보고 가야 할 것 같지만, 정작 무엇부터 보아야 할지 막막한 관람객에게는 개별 작품을 깊이 있게 설명하는 책보다 자신이 서 있는 공간이 어떤 곳인지부터 알려 주는 책이 더 친절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 미술관이 탄생한 배경과 그곳에 담긴 역사를 이해하고 나면, 눈앞의 작품도 더 이상 독립된 그림으로만 보이지 않는다. 작품을 둘러싼 이야기가 하나둘 연결되면서 미술관 전체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간에서 시작해 작품으로 시선을 옮기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림 앞에 발걸음을 멈추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에 빠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6곳의 미술관에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그리고 이전에 방문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한 번 이 책을 접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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