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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감정 시리즈 05 : 원한다는 건

취향에 따라 결정되는 거야

by 손수민 에디터
2026.10.1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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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각자가 좋아하는 것이 있고 싫어하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원하는 것도 달라진다. 누군가에게는 꼭 갖고 싶은 물건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생기지 않는 물건일 수 있고, 나는 별생각 없이 지나치는 것을 친구는 한참 바라볼 수도 있다. 같은 것을 보고도 마음이 움직이는 정도가 이렇게 다르다는 게 가끔은 신기하다.

       

      게다가 취향은 계속 변한다. 예전에는 좋아했는데 지금은 별 감흥이 없는 것이 생기기도 하고, 한때는 왜 좋아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어느 순간 마음에 들어오기도 한다. 앞으로 무엇을 좋아하게 될지, 또 지금 좋아하는 것을 언제까지 좋아할지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어쩌면 ‘원한다’는 감정은 단순히 무언가를 갖고 싶다는 마음보다 조금 더 복잡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원한다’는 건


       

      무언가를 원한다는 감정은 꽤 강렬하다. 어떤 것에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것처럼 갑자기 마음이 커지는데, 또 어떤 것에는 아무리 사람들이 좋다고 해도 불씨 하나 생기지 않는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특히 관심과 무관심의 차이가 큰 편이다. 관심이 생긴 것은 사소한 것까지 기억하면서, 관심이 없는 것은 나중에 스스로도 놀랄 만큼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에게 무언가를 원하게 되는 과정은 조금 까다롭다. 우선 그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는지, 싫어하는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게 되고, 가격은 적당한지, 실제로 내가 샀을 때 잘 사용할지까지 생각한다. 하나를 마음에 들어 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생각해야 할 것이 많아진다. 정말 필요한가, 비슷한 것은 없는가, 조금 지나면 마음이 식지는 않을까. 갖고 싶은 마음 하나를 두고 머릿속에서 작은 회의가 열리는 셈이다.

       

      그런데 이 모든 고민보다 먼저 오는 것이 하나 있다.

       

      ‘내 취향인가?’

       

      사실 취향이 아니라면 그다음 고민들은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가격이 아무리 저렴해도, 실용성이 아무리 좋아도 내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면 굳이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반대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인데도 취향에 완벽하게 들어맞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분명 없어도 잘 살 수 있는데 자꾸 눈에 밟히고, 한 번 내려놓았다가도 다시 생각난다. 필요성이라는 강력한 반대 의견을 앞에 두고도 취향이 끈질기게 버티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가끔 ‘원한다’는 감정이 굉장히 솔직하다고 생각한다. 머리로는 필요 없다고 결론 내렸는데도 마음 한편에서 계속 갖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그렇다. 내가 어떤 색을 좋아하고, 어떤 모양에 눈길이 가고, 어떤 느낌을 편안하게 여기는지가 그런 순간에 꽤 분명하게 드러난다.

       

       

       

      각자 취향에 따라 원하는 게 결정되는 거야


       

      친구가 어떤 물건을 보며 너무 예쁘다고 할 때 나는 별 감흥이 없을 수 있다. 반대로 내가 한참 바라보고 있는 것을 친구는 대체 뭐가 그렇게 좋은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당연한 일이다. 각자가 지금까지 좋아해온 것들이 다르고, 그 안에서 만들어진 취향 역시 다르니까.

       

      나는 무언가를 볼 때 내가 좋아하는 요소와 싫어하는 요소부터 따지는 편이다. 인형이라면 촉감과 색깔, 표정이나 전체적인 모양을 보고, 다른 물건이라면 크기와 디자인, 색의 조합 같은 것을 살펴본다. 그러다 보면 대부분이 마음에 드는데 아주 작은 한 부분 때문에 결국 내려놓게 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처음에는 별생각 없었다가 자세히 볼수록 좋아하는 요소가 하나씩 발견돼 갑자기 마음이 커질 때도 있다.

       

      취향이라는 게 재미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예쁘다’거나 ‘좋다’는 말 하나로 설명하기에는 그 안에 너무 많은 기준이 들어 있다. 똑같은 파란색이어도 어떤 파란색은 좋고 어떤 파란색은 싫다. 비슷한 모양이어도 아주 작은 차이 때문에 한쪽에만 마음이 간다. 이유를 물으면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좋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것도 있다.

       

      그리고 모든 요소가 내 취향에 들어맞는 물건을 발견하면 가끔은 그때부터 반대 방향의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사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아니라 ‘사도 되는 이유’를 찾는 것이다.

       

      오래 사용할 것 같다거나, 이런 디자인은 흔하지 않다거나, 다른 용도로라도 사용할 수 있다거나. 갖고 싶은 마음이 먼저 생겨놓고 뒤늦게 이성적인 이유들을 하나씩 데려온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꽤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골무와 인주 지갑이다.

       

      지금 생각해도 골무를 대체 왜 그렇게 갖고 싶어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가격도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주 저렴했던 물건은 아니었던 것 같다. 평소에 골무가 꼭 필요한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었고, ‘이건 앞으로 정말 유용하게 쓰이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예뻤다.

       

      그리고 마음에 들었다.

       

      그게 거의 전부였다.

       

      엄마와 함께 비슷한 색으로 인주 지갑과 골무를 각각 두 개 골라 나누어 가졌는데, 인주 지갑은 지금 다른 용도로 꽤 잘 사용하고 있다. 골무는 본래의 목적에 맞게 자주 쓰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여전히 볼 때마다 마음에 든다. 몇 년이 지나도 그것을 보면서 ‘왜 샀지?’ 하고 후회하기보다 ‘그래도 예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된 것 아닐까 싶다.

       

         

       

      갖고 싶다는 마음이 남기는 것


       

      물건을 살 때는 흔히 필요성을 생각한다. 정말 필요한가, 자주 사용할 것인가, 가격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물론 중요하다.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살 수는 없고, 순간적인 마음 때문에 사놓고 결국 쓰지 않는 물건이 쌓이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소비를 오직 필요와 효율만으로 설명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꽃은 없어도 살아갈 수 있고, 예쁜 컵도 꼭 필요하지 않다. 같은 기능을 하는 물건이 이미 있다면 새로운 것을 하나 더 갖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마음에 드는 것을 곁에 두었을 때 생기는 작은 기쁨이 있다. 볼 때마다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사용할 때마다 ‘이걸 사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되는 물건이 있다. 그 기쁨까지 전부 쓸모없다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요즘은 ‘잘 샀다’는 기준도 단순히 얼마나 많이 사용했는지만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많이 사용하면서 마음에도 든다면 가장 좋겠지만, 자주 사용하지 않더라도 오랫동안 바라볼 때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라면 그것 역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골무가 바로 그런 물건이다.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본래 용도로 얼마나 많이 사용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그걸 볼 때면 당시 엄마와 함께 고르던 기억이 떠오르고, 여전히 색과 모양이 마음에 든다. 처음에는 단순히 ‘갖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된 물건이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까지 함께 담고 있는 셈이다.

       

      생각해보면 무언가를 원한다는 것은 미래의 나에게 무언가를 더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재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일이기도 한 것 같다. 나는 무엇을 보며 눈길을 멈추는 사람인지, 무엇에는 돈을 쓰고 싶어 하고 무엇에는 아무리 유명해도 관심이 생기지 않는지. 그런 사소한 선택들을 모아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조금씩 보인다.

       

      물론 그 모습은 계속 바뀔 것이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가 좋아하지 않았던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예전에 그렇게 마음에 들어 했던 것에 이제는 관심이 없기도 하다. 지금 아주 좋아하는 것도 몇 년 뒤에는 서랍 깊숙한 곳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때 좋아했던 마음까지 틀린 것은 아니다. 그 순간에는 분명 그것이 나의 취향이었고, 나는 그것을 원했다.

       

      취향이 변한다는 것은 내가 변한다는 것과 비슷한 말인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것을 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이전에는 몰랐던 것을 경험하면서 좋아하는 것의 범위가 넓어지기도 하고 좁아지기도 한다. 그래서 예전에 원했던 것과 지금 원하는 것이 달라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오히려 나는 그 변화를 알아보는 것이 재미있다.

       

      ‘전에는 이런 걸 좋아했는데 이제는 이것도 좋아하네.’

       

      ‘예전 같았으면 절대 고르지 않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내가 지나온 시간도 조금 보이는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게 ‘원한다’는 감정은 단순히 무언가를 갖고 싶다는 말로 끝나지 않는다. 어떤 것에 마음이 움직이고, 왜 자꾸 눈길이 가는지를 들여다보는 과정에 가깝다. 때로는 필요하지 않은 것을 갖고 싶어 하기도 하고, 내가 왜 좋아하는지 스스로 설명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도 그 마음이 오래 남는다면 한 번쯤 귀를 기울여봐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물론 원한다고 해서 반드시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갖고 싶어도 내려놓을 수 있고, 긴 고민 끝에 사지 않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 어쩌면 그 선택까지도 취향의 일부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손에 넣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향해 마음이 움직였는지를 알아차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다 정말 마음에 드는 것을 만나 긴 고민 끝에 결국 내 것으로 데려오게 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몇 년 뒤에도 골무를 바라보며 ‘여전히 예쁘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결국 원한다는 것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취향은 앞으로도 계속 바뀌겠지만, 그때마다 나는 또 새로운 것 앞에서 멈춰 서서 한참을 고민할 것이다.

       

      필요한가. 잘 쓸까. 너무 비싸지는 않은가.

       

      그리고 그 모든 질문의 가장 앞에는 아마 언제나 같은 질문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게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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