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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푸른 산호를 믿는 마음, 그 너머의 꿈 - 뮤지컬 '푸른 꽃' [공연]

푸른 산호를 믿는 마음이 우리에게 남긴 것

by 박선주 에디터
2026.10.1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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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뮤지컬 <푸른 꽃>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자연을 바라보는 감각은 과거와 현재가 사뭇 다르다. 과거의 자연은 인간의 삶과 더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존재였다. 사람들은 자연에 이야기와 믿음을 부여하고, 그 속에서 정서를 공유하며, 때로는 자연을 경외하기도 했다. 그에 비해 오늘날 자연은 점점 멀어지고 도시가 가까워지며 이제 우리에게 자연은 감상이나 보존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사람은 아직도 있지만, 그 마음이 예전과 같다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아이들은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여전히 달이 소원을 들어줄 거라 믿고, 자연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건넨다.

       

      *

       

      여기, 미노아라는 작은 섬에 사는 ‘크레타’라는 아이가 있다. 크레타의 최대 관심사는 ‘푸른 산호 찾기’이다. 전설 속 푸른 산호가 소원을 들어줄 것이라 간절히 믿으면서, 크레타는 엄마가 읽어주던 책 <푸른 꽃>을 펼친다.

         

       

      뜰에서는 다시 살아난 샘물이 뛰놀았고,

      달콤한 음악 소리에 생기를 얻었으며,

      뜨거운 나뭇등걸과 잎사귀마다, 반짝이는 꽃과 열매마다

      놀라운 생명이 요동 치며 휘도는 것 같았습니다.


      - M.01-1 '오프닝: 보물 지도' 중

       

       

       

      두 개의 이야기, 하나의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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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푸른 꽃>은 노발리스의 소설 <푸른 꽃>을 원작으로 하여 자연, 꿈, 기후 위기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아름다운 자연을 마치 한 편의 시처럼 은유한 소설 속 문장들은 뮤지컬의 넘버와 대사로 재탄생하였다. 여기에 현재 시대를 살아가는 크레타의 이야기가 더해지며, 작품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두 인물의 자연에 대한 감각을 연결하고, 그 사이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다.

       

      극은 푸른 산호를 찾아 나서는 크레타의 이야기와, 소설 <푸른 꽃> 속 주인공 ‘하인리히’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진행된다. 크레타가 책을 펼치면 무대 위에는 하인리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액자식 구조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두 이야기는 각각의 서사를 지닌 채 독립적으로 진행된다. 그럼에도 두 인물의 이야기는 특정한 상징을 공유하고, 이는 서로 다른 시대를 가로지르며 의미를 전달한다.

       

       

      바람이 부는대로 숨을 들이키고

      강물이 흐르는대로 발걸음을 던지네

       

       

      오프닝 넘버가 시작되기 전, 크레타는 엄마와 소설 <푸른 꽃>에서 하인리히가 상인들과 여행을 떠나는 대목을 읽고 있다. 크레타와 엄마가 소설 속 문장을 읽으면, 무대 위 상인들은 그 문장을 그대로 노래하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무대는 상인들의 여행길로 바뀌고, 그 경쾌한 리듬을 따라가다 보면 멜로디가 바뀌며 첫 여행에 두려움이 가득한 하인리히가 등장한다.

       

      이어서 크레타가 푸른 산호의 위치가 그려진 지도를 만들었다며 단짝 언니 올리브를 잡아끈다. 이제 무대 위에는 푸른 산호를 찾으러 가는 크레타와 올리브, 그리고 여행길에 오른 하인리히와 상인들의 모습이 동시에 보이고, 상인들의 노래와 크레타의 노래가 뒤섞이며 극의 시작을 알린다.

       

       

       

      푸른 산호와 푸른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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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레타가 살고 있는 미노아 섬은 해수면 상승의 영향으로 곧 잠길 위기에 처해 있다. 사람들도 하나둘씩 섬을 떠나는 가운데, 크레타는 올리브와 함께 전설의 푸른 산호를 찾아 섬을 떠나지 않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기로 다짐한다. 학교도 마다한 채 푸른 산호만 찾으러 다니는 크레타를 보는 아빠의 마음은 심란하기만 하지만, 반짝이는 눈으로 산호를 찾아 나서는 저 아이를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산호를 찾아 소원을 빈다면 어떻게 말하지

      엄마가 불러주던 노래를 불러볼까


      - M.04 '푸른 산호' 중

       

       

      그런 크레타에게 충격을 준 일이 있었으니, 믿고 의지하던 언니 올리브마저 편지만 남겨둔 채 갑작스레 섬을 떠난 것이다. 빙하가 녹아 바다가 너무 높아지기 전에 우리도 이 섬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아빠의 말에 크레타의 속상함이 더해진다.

       

      올리브와의 이별은 크레타에게 큰 상실감으로 다가온다. 크레타는 이미 몇 년 전, 기후 운동가였던 엄마를 바다로부터 잃었다. 두 번의 이별을 겪은 크레타가 빛을 잃을까 걱정하는 것도 잠시, 씩씩한 크레타는 올리브가 남긴 편지를 보고 다시 용기를 얻어 푸른 산호 찾기를 이어 나간다. 하지만 아빠와 갈등을 빚는 등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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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크레타가 읽는 소설 <푸른 꽃> 속 하인리히는 고향 튀링겐을 떠나 상인들과 여행길에 오른다. 크레타의 이야기에서 연기하던 ‘어른’ 배우들은 이번에는 하인리히 이야기 속 인물로 등장한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두 시대의 이야기가 번갈아 등장하고, 한 배우가 여러 인물을 연기함에도 불구하고 의상과 음악 등을 통해 차이를 두어 한 치의 어색함 없이 전환되며 시대를 오간다. 중세라는 시대의 영향일까, 이야기꾼 상인의 영향일까, 하인리히의 서사는 크레타의 이야기보다 더 환상적이고, 한 편의 동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인리히는 상인들이 들려주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점차 시인으로서 성장해 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하인리히는 꿈속에서 푸른 꽃 속의 한 여인을 보고 한순간에 매료되어 그 푸른 꽃을 찾아 노래하기로 결심한다.

       

       

       

      이야기를 잇는 무대, 그리고 음악


       

      2층 구조로 이루어진 따뜻한 우드톤의 무대는 크레타의 집이 되기도 하고, 하인리히의 여행길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크레타가 지도를 찾는 배의 갑판이나, 하인리히가 노니는 자연이 되기도 하는 등 무대는 시대와 장소를 넘나들며 다양한 장소와 시간으로 변모한다.

       

      이러한 전환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다양한 오브제와 조명, 영상의 역할이 컸다. 특히 조명의 활용은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크레타와 하인리히의 시공간이 겹쳐질 때 조명이 그들의 세계를 구분하고, 푸른 꽃을 본 하인리히를 무지갯빛 조명이 휘감으며 그가 느끼는 경이로운 감정을 드러낸다.

       

      자연의 모습은 주로 영상으로 표현된다. 무대 뒤 스크린에는 여행 중 하인리히가 지나치는 자연 경관과 크레타의 상상 속 정령들, 아리온의 노래에 반응하는 돌고래 떼 등이 비춰지며 생동감 넘치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꽃과 나뭇가지, 별빛을 활용한 영상은 조명과 어우러져 때로는 스크린을 넘어 무대 전체를 감싼다. 크레타의 거북이, 하인리히가 꿈속에서 본 푸른 꽃 또한 영상을 통해 무대 위에 구현되어 신비로움을 더한다.

       

      오브제로는 푸른 빛을 띠는 크고 얇은 천을 활용해 너울거리는 강물을 표현하였고, 형형색색의 우산과 의상을 활용하여 크레타의 상상 속 정령들의 모습을 그린다. 감각을 일깨우는 화려한 색감의 정령들과 교감하는 연출은 마치 아이들이 자연을 느끼고 상상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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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넘버 또한 이 극의 정수라 할 수 있다. 피아노, 첼로,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이루어진 라이브 밴드가 무대 위에서 연주하며(드럼 제외) 배우들과 함께 호흡한다. 넘버는 대체로 따뜻한 동화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넘버 ‘푸른 산호’에는 아이의 천진난만함이 담겨 있고, 꿈을 꾸는 하인리히와 마틸데의 음악에서는 포근함이 느껴진다.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목소리는 따뜻함이 묻어나고, 밝고 통통 튀는 정령들의 노래, 별빛과 물결을 표현하는 듯한 피아노 멜로디는 극의 동화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상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역시 음악을 만나 한층 풍부해진다. 넘버 ‘아리온’에서는 시인의 노래를 듣고 나타난 돌고래 떼의 울음소리가 음악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광부와 땅의 관계를 다루는 ‘땅의 주인’에서는 묵직한 저음이 실제로 땅을 울리는 듯했다.

       

      인물마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음악적 테마는 귀에 남을 뿐 아니라, 서로 다른 장면과 시간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푸른 산호를 노래하는 크레타의 맑은 목소리는 극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동시에 짙은 호소력을 지닌다. 반면 하인리히의 테마에서는 고전 특유의 낭만과 웅장함이 느껴진다.

       

      특히 인물들의 테마가 다른 장면에서 겹쳐지는 순간이 인상적이었다. ‘마틸데의 죽음’에서는 하인리히가 꿈 속에서 푸른 꽃을 보았을 때 느꼈던 벅참을 담은 멜로디가 짧게 다시 등장하며, 그가 잃어버린 것에 대한 그리움이 극대화된다. 크레타의 편지를 읽는 장면에서는 엄마가 불러주던 정령들의 노래가 겹쳐지며, 크레타의 현재에 엄마와의 기억이 포개진다. 오프닝은 서로 다른 테마들이 이어지고 겹쳐지며 앞으로 펼쳐질 두 이야기의 존재와 연결을 암시한다. 커튼콜에서는 크레타와 상인 뿐 아니라 올리브, 엄마와 아빠, 하인리히의 테마 또한 다시 한 번 등장한다. 그리고 하인리히와 마틸데, 그들의 딸이 지나갔던 자리를 다시 크레타가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지나가는 장면은 비슷한 장면에 서로 다른 노래가 입혀지며 두 이야기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자연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


       

      크레타의 이야기와 하인리히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자연’과 ‘상실’이다. 1300년대와 2026년,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자연은 우리 곁에 있지만, 너무도 다른 양상으로 다가온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크레타는 점점 바다가 무섭다. 바다가 섬까지 삼켜버리기 전에 얼른 푸른 산호를 찾고 싶지만,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아빠와 어른들이 야속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크레타는 엄마가 들려주었던, 자연과 인간을 연결해 준다는 ‘정령’의 존재를 굳게 믿고 상실을 딛고 일어난다. 하인리히 또한 마침내 꿈속에서 보았던 여인 ‘마틸데’를 만나지만, 행복에 겨워 방심한 사이 소용돌이치는 강물에 마틸데와 딸을 모두 잃고 만다. 이때 고통에 몸부림치는 하인리히를 달빛이 비추고, 강물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고요히 그의 곁을 흐른다. 마틸데를 잃기 전과 후에 똑같이 반복되는 피아노 선율은 어쩐지 섬뜩하게 느껴진다. 자연을 춤추게 하는 노래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하인리히는 결국 대자연 앞에서 무너지고 만다.

       

      이러한 상실의 이야기는 두 인물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크레타의 섬이 바다에 잠길 위험에 처한 것처럼, 우리가 당연하다 여겨 온 것들은 언제든 위태로워질 수 있다. 기후 위기로 삶의 터전을 잃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러한 경험은 우리가 누리던 익숙한 일상이 결코 영원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한다. 

       

      그렇다면 이 작품이 두 인물의 상실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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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의 이야기는 ‘에로스와 파벨의 이야기’에서 맞닿는다. 원작 소설에서 시인 클링스오르가 하인리히에게 들려주는 이 동화는 어린 파벨이 악당들로부터 위기에 빠진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이다. 뮤지컬에서는 극중극으로 모든 배우들이 등장하여 무대를 꾸민다. 흥미로운 것은 하인리히의 서사에 속한 이 이야기에서 정령들의 꼬마 대장 ‘파벨’ 역할을 크레타가 맡는다는 점이다.

       

       

      사다리를 타고 하늘에 오르고

      계단을 걸어 지하로 내려가

      마녀들의 어둠의 등불을 끄고

      우리의 마음에 눈을 뜨게 만들어


      - M.05 '정령들의 노래' 중


       

      어쩌면 이 장면은 자연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정령은 크레타와 같은 아이들이라고 말해 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파벨이 류트를 찾아 세상을 구했듯, 크레타는 푸른 산호를 찾아 섬을 지키고자 한다. 그리고 크레타의 이야기를 들은 마을 사람들이 가만있지 않았던 것처럼, 섬을 지키는 것은 결국 사람들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 극중극 속 인물들은 파벨의 노래를 듣고, 파벨의 노래는 세상에 따뜻한 세월과 영원을 가져다준다. 이야기와 아이의 상상이 환상에 그치지 않고,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장면을 통해 전해진다.

       

       

       

      그리고, 꿈에 관한 이야기



      언젠가 크레타의 표정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던 순간이 있었다. 꿈을 꾸는 듯 반짝이는 눈빛을 한 아이의 얼굴에 왜인지 모르게 눈물이 났다. "우리 섬은 왜 가라앉아요?"라고 묻는 크레타에게 우리는 어른으로서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크레타는 끝내 푸른 산호를 찾아 소원을 빌었을까. 이 작품의 결말은 말 그대로 ‘기적’이다. 그치지 않을 것 같던 비가 그치고, 맹그로브 나무가 자라나기 시작한다. 크레타는 그 속에서 맘껏 뛰놀며 정령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연을 온몸으로 느낀다.

         


      파벨은 곳곳에서 옛 지인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동물들은 잠에서 깨어난 인간들에게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며 다가갔습니다.

      식물들은 인간들에게 열매와 향기로 대접을 하고, 그들을 멋지게 장식해 주었습니다.

       

       

      이때 크레타의 엄마와 아빠, 하인리히와 마틸데의 모습을 한 배우들은 무대를 누비는 크레타를 바라보며 자연을 하나하나 읊어 준다. 마치 크레타가 그 모든 것을 누리며 살아가길 바라는 듯, 단어 하나하나가 묵직하게 마음에 박힌다.

         


      하늘, 태양, 빛, 낮,

      땅, 나무, 숲, 바람,

      바다, 강, 구름, 비,

      밤, 달, 별,


      - M.16 '정령들의 노래 reprise' 중

       

       

      그리고 꿈.

       

      크레타가 밟는 자리마다 조명이 켜진다. 마지막 단어인 ‘꿈’이 오래 귓가에 머문다. 자연도 아닌 꿈을 포함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꿈은 자연물은 아니지만, 미래의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 앞서 나열된 자연의 이름들과 닿아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뿐 아니라, 그 속에서 마음껏 꿈꿀 수 있는 미래까지 남겨 주고 싶은 마음일까. 

       

      꿈은 하인리히의 이야기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하인리히는 자신의 꿈이자 꿈속에서 보았던 마틸데를 잃고 나서, 차라리 지금의 현실이 다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꿈이 현실이 되기를 바랐던 그는 견디기 힘든 현실이 다시 꿈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 하인리히를 떠올렸을 때, 크레타에게 건네는 꿈이라는 한마디가 다르게 다가온다. 크레타와 같은 아이들만큼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마음껏 꿈꿀 수 있기를, 그런 세상을 물려주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 있는 듯하다.

       

      그 따뜻한 눈빛들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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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적’이라는 결말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어쩌면 기후 위기를 너무 쉽게 해결해버리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결말이라고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다가온 것은 어른들이 아이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은 그 기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기적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지를 따지기보다, 그 기적을 믿는 힘과 그 아이가 꿈꾸는 세상을 상상하는 일이 어쩌면 자연을 다시 인간과 연결해줄 수 있지 않을까.

         


      꿈이란 밤낮 똑같은 일상을 막아주는 방호벽이자, 어른을 아이로 돌려놓는 놀이마당이다.
       

       

      '꿈은 떼어낼 수 없는 동반자'라 여기는 하인리히와, ‘길을 잃은 자들에게는 이야기가 나침반이 되어준다’며 파벨의 이야기를 들려주던 상인대장의 말처럼, 꿈과 이야기는 때로 우리가 다시 나아갈 방향을 찾게 해 준다. 그리고 크레타는 바로 그런 환상과 이야기를 그려내는 아이다. 어쩌면 이 작품이 말하고 싶은 것은 크레타가 실제로 푸른 산호를 찾아 소원을 빌었는지보다, 그 산호를 믿는 아이의 이야기가 결국 기후 위기 속에서 길을 잃은 어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우린 아직 여기 있어요. 아직 바다도 푸르고, 산호들도 숨쉬고 있어요."

        

      크레타가 말하는 ‘아직’이 영원이 되길 바라며, 나만의 푸른 꽃, 나만의 푸른 산호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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