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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나와 가장 먼 곳에서 보낸 하루 - 2026 렛츠락 페스티벌 [공연]

야외 페스티벌도, 한강공원도, 락 음악도 모두 나와는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잘 맞는 하루였다.

by 김지현 에디터
2026.10.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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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가장 먼 세 가지


       

      사실 나는 이런 곳에 잘 가지 않는다. 일단 야외 페스티벌에 가본 적은 한 번도 없고, 한강공원도 두세 번은 가봤나 싶다. 원래 조용하고 사람이 적은 곳을 좋아하는 편이다. 평소에 락 음악을 즐겨 듣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한강공원에서 열리는 락 페스티벌’은 나와 꽤 거리가 먼 조합이었다.


      그래서 가기 전부터 걱정이 있었다. 하루 종일 야외에 있으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 것 같았고, 사람이 많으면 금방 지칠 것도 같았다. 같이 가는 친구도 나와 성향이 비슷해서, 둘 다 고생하고 오는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래도 첫 페스티벌이니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2026 렛츠락 페스티벌이 열리는 난지한강공원으로 갔다.

       

       

       

      몇 년 만의 피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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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가장 좋았던 건 날씨였다. 10월 초라 햇빛은 있었지만 덥지 않았고, 선선한 바람도 계속 불었다. 잔디 위에 돗자리를 펴고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꺼내 먹었다.


      돗자리를 깔고 밖에서 배달 음식을 먹어본 적은 있지만, 집에서 직접 도시락을 싸서 나간 건 학생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생각해 보니 제대로 피크닉을 해본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공연 중간에는 돗자리 위에 누워 쉬기도 했다. 누워 있어도 무대가 잘 보였고 음악도 충분히 들렸다.


      페스티벌이라고 하면 하루 종일 서서 뛰어야 할 것 같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았다. 보고 싶은 무대가 있을 때는 집중해서 보고, 중간에는 쉬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 점이 생각보다 편했다.

       

       

       

      락 음악을 다시 보게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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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락 음악에 대해 정말 아는 것이 없었다. 지금도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날 이후에는 락에 대한 인상이 조금 달라졌다.


      전에는 락이라고 하면 세고 강렬한 음악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다. 그런데 공연장에서 들으니 그보다는 현장에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더 크게 다가왔다.


      강한 사운드와 거침없는 가사, 계속 움직이며 연주하는 밴드 멤버들, 시원하게 노래하는 보컬. 그리고 스탠딩 존에서 뛰고, 박수를 치고, 함께 소리를 지르는 관객들까지. 좋아하는 밴드의 깃발을 직접 만들어 와 흔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보다 보니 왜 사람들이 락 페스티벌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지쳐 있던 시기에 공연을 보게 되니 벅찬 순간도 있었다. 무대와 관객 모두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조금 풀리는 느낌에 가까웠다.

       

       

       

      무대 위의 베테랑들



      나와 친구가 이날 가장 기대했던 무대는 국카스텐이었다. 그런데 국카스텐 전에 등장했던 스키조, 크라잉넛, 노브레인의 무대도 정말 재미있었다.


      특히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은 관객을 어떻게 즐겁게 해야 하는지 잘 아는 밴드라는 느낌이 들었다. 서로를 견제하는 척 농담을 주고받는 분위기도 재미있었다. 양쪽 팬들도 그 분위기를 같이 즐기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무대에 선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서브 헤드라이너 국카스텐의 무대가 시작됐다. 평소에도 몇몇 곡들을 들으면서 국카스텐의 노래는 전주가 정말 좋다고 생각했는데, 공연장에서 들으니 훨씬 더 크게 와닿았다. 역시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어떻게 휘어잡을 수 있는지, 어떻게 무대를 꽉 채울 수 있는지 잘 아는 대단한 아티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의 헤드라이너는 자우림이었다. 평소에도 김윤아의 노래 몇 곡을 자주 듣는 편인데, 실제 공연에서도 목소리가 확실히 인상적이었다. 곡마다 분위기가 다른데도 그 목소리가 전체를 잡아주는 느낌이 있었다. 마침 무대가 이어지는 동안 비도 조금씩 내렸다. 선선한 밤공기와 비, 자우림의 음악이 잘 어울렸다.


      *


      올해 렛츠락페스티벌은 20주년이었다. 나는 이번에 처음 가본 사람이지만, 왜 사람들이 해마다 이런 페스티벌을 찾는지 알 것 같았다.


      하루 종일 음악을 듣고, 먹고, 쉬고, 다시 공연을 보는 방식이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았다. 직접 가보기 전에는 몰랐던 재미를 크게 느꼈다. 나와 가장 먼 곳이라고 생각했던 자리에서, 정말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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