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캐릭터를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녹는다. 작은 몸으로 음식을 먹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낯선 곳을 구경하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즐거움을 준다. 중간에 위험한 일이 생기더라도, 이들이 무사히 함께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그러나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에는 이들의 귀여운 모습만으로는 짐작하기 어려운 서늘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가노의 만화 ‘치이카와’ 중 ‘세이렌 편’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평소의 100배에 달하는 보수를 약속하는 전단지에서 시작된다. 치이카와와 친구들은 기대를 품고 섬으로 향하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일은 간단한 토벌이 아니었다. 주민들을 위협하는 세이렌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이들의 사연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섬 주민들을 구하는 것이 당연히 해야할 일로 느껴진다. 그러나 세이렌이 동료 인어를 잃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객들이 이야기를 바라보는 시선도 점점 달라진다. 이후 한잎과 두잎의 사연까지 알게 되면, 어느 한쪽을 선뜻 응원하기가 어려워진다.
살리고 싶은 마음, 그리고 복수심
사건의 배경에는 한잎과 두잎이 겪은 사고가 있다. 바다에 나간 두잎은 세이렌의 꼬리에 부딪혀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한잎은 인어의 고기를 먹으면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고, 인어를 잡아 그 고기를 두잎에게 먹인다. 뒤이어 두잎은 살아나지만, 자신만 영원히 살게 된다면 언젠가 홀로 남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이에 한잎에게도 같은 고기를 먹여 둘은 함께 영생을 얻게 된다.
눈앞에서 친구가 죽어가는 상황에서 한잎이 무엇이든 해보려 했다는 점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 선택에는 두잎을 살리려는 절박함과 함께, 자신들이 겪은 고통을 되돌려주고 싶은 분노도 함께 드러난다. 특히 두잎을 다치게 한 것은 세이렌의 꼬리였지만, 한잎이 죽인 것은 세이렌이 아닌 그와 함께 있던 인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한잎의 행동을 복수로 이해한다면, 자신들이 잃을 뻔한 만큼 상대에게서도 소중한 것을 빼앗은 셈이다. 한잎에게 친구를 살린 일이 세이렌에게는 동료를 잃은 일이 된 것이다.
다시, 다른 이들에게 향하는 분노
동료 인어를 잃은 세이렌은 범인을 찾겠다며 섬 주민들을 잡아들인다.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가 죽임을 당하고 먹혔다는 사실은 관객들로 하여금 그 분노를 이해하게 하지만, 세이렌의 공격은 사건과 관계없는 주민들에게까지 향한다. 세이렌에게는 복수이지만, 주민들은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일의 대가를 치르게 된다.
한잎이 인어에게 가한 폭력은 세이렌의 보복을 낳고, 그 보복은 다시 다른 섬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자신이 받은 고통을 되갚으려는 행동이 상대에게 새로운 상처를 남기고, 그 상처가 또 다른 복수를 부르는 것이다. 그렇게 상처받은 존재가 다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면서 복수는 이어진다.
귀여움 뒤에 남은 불편함
이 이야기는 치이카와 특유의 둥글고 귀여운 그림체로 펼쳐진다. 사랑스러운 화면 안에서 누군가가 죽고, 그 죽음이 또 다른 복수를 부른다는 점은 묘한 섬뜩함을 남긴다. 귀여움에 마음을 놓고 보다가도, 그 안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일들을 마냥 가볍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한잎의 분노는 세이렌 곁의 인어에게, 세이렌의 분노는 사건과 무관한 주민들에게까지 향한다.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 섬의 비밀〉은 복수하는 이의 사연과 더불어 그 복수로 피해를 입은 이들까지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