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시, 슬램덩크 -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영화]

글 입력 2023.02.2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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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극장판 주술회전 0>이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원피스 필름레드>와 같이 국내에도 여러 애니메이션 극장판이 극장에 상영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두각을 나타낸 건 현재 상영 중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최근 국내 360만을 돌파했다. 원작 완결 후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기존 팬뿐만 아니라 새로운 팬덤을 형성하여 무수한 ‘N차 관람객’이 등장하였다.

 

이는 상당히 유의미한 현상이다. 전설이 되다 못해 수많은 작품에 영향을 끼친 원조 격이 다시 신드롬을 일으킨 것이다. 그 배경에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있다. 만화 원작자가 직접 극장판 제작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감독까지 되었다. 최근 애니메이션 극장판은 대부분 원작을 충실히 따라가거나, 혹은 원작자의 각본 혹은 검수받거나, 또는 독자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긴 하지만, 원작자가 극장판 제작을 총괄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원작에서는 미처 풀지 못한 ‘송태섭’의 이야기를 ‘산왕전’ 에피소드를 통해 영화화하였다. 수많은 시합 중에서도 국내 최강인 산왕공고에게 도전하는 북산고의 이야기에 더하는 원작자발 새로운 이야기는 수많은 팬을 전율시키기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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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반부는 고등학생 2학년이 된 송태섭이 흰 화면에 스케치 되듯이 등장하고 이어서 < LOVE ROCKETS > 음악에 맞춰 북산고의 주전 다섯 명이 차례로 등장한다. 시작부터 인물들을 전면으로 내세운 만큼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입체적인 인물들의 정수를 보여준다.

 

먼저 송태섭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중심축다운 무게를 보여주었다. <슬램덩크>의 주인공은 ‘강백호’이지만,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주인공은 송태섭이다. 그는 오키나와 출신에, 북산 주전 중에서도 최단신이고 늘 머리를 세우며 교복 역시 제대로 갖추어 입지 않고 낙제를 면하기 위해서만 공부하는 ‘불량아’ 이다. 매니저인 ‘이한나’의 말을 빌리자면 가장 돌격대장 같은 인물이다. 그러나 긴장할 때면 몰래 헛구역질하고 강해 보이기 위해 떨리는 손을 호주머니에 넣는 등 유약한 면모를 숨긴다.

 

송태섭은 뛰어난 농구선수이자 형인 송준섭을 동경했다. 그러나 형의 죽음으로 그의 어머니는 송태섭이 농구할 때면 형을 비추어 보며 괴로워했다. 송태섭 역시 농구 실력이 뛰어나지만, 더 뛰어났던 형의 존재에 눌려있었다. 환경을 바꾸기 위해 이사를 하였지만, 이사를 간 아파트 환경은 그가 농구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가로막는 듯 보였다.

 

그에게 농구는 즐거운 놀이인 동시에 괴로운 행위였다. 농구는 다섯 명이 한 팀인 팀 스포츠인데 형을 잃고 홀로 드리블 연습을 해야 한다. 늘 최강인 산왕공고를 이겨 최고가 되겠다는 형을 동경하여 등 번호를 ‘7’로 달았지만, 그의 꿈을 이어가기엔 그 역시 겁이 많았다.

 

그러나 송태섭은 성장한다. 산왕공고의 존 프레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했지만, 결국 드리블로 뚫어 벗어난다. 이전에 송준섭이나 정대만이 1on1에서 “드리블만으로는 이기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으나, 그는 결국 드리블로 해내 버린다.

 

송태섭이 존 프레스를 뚫기 위해 응원하는 인물은 매니저인 ‘한나’와 태섭의 어머니이다. 특히 태섭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말하지 않고 몰래 시합을 보러온다. 이전까지 태섭과 어머니의 관계에는 미묘한 부채감이 깔려 있었다. 어머니는 송태섭을 온전히 송태섭으로 보지 못하고 송준섭을 겹쳐 보았으며 송태섭 역시, 형 말고 자기가 남은 게 괴로운 듯했다. 미처 어머니에게 보여주지 못한 편지엔 송태섭은 아무런 잘못이 없음에도 죄인 같다. 그러나 송태섭이 승리하고 집에 돌아오면서 어머니는 송태섭에게 “너 키 컸니?”라고 묻는다. 송태섭은 며칠 만에 어떻게 키가 자라냐고 묻긴 하지만, 이는 어머니가 마침내 송태섭의 성장을 그 자체로 자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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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만은 송태섭 다음으로 오프닝 스케치가 그려진 인물이다. 정대만은 작품 내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이다. 중학 MVP였던 과거가 있지만, 무릎 부상으로 농구를 그만두고 불량 학생들과 어울리면서 타락하고 만다. 그에게 농구하는 송태섭은 마치 과거의 트라우마를 되살린다. 누구보다 농구 하고 싶지만, 다시 하지 못하는 현실이 송태섭을 괴롭혔다.

 

사실 정대만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그는 중학생 시절 송태섭을 본 적이 있었다. 그는 홀로 농구 연습하는 송태섭에게 다가가 완벽한 3점 슛을 보여주며 앞으로도 자기와 농구하자고 제안한다. 송태섭에게는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었다. 그런 그가 부상으로 농구를 그만두고 송태섭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폭력을 가하는 장면은 서로에게 어떤 위로도 되지 못하고 괴롭기만 했다.

 

그러나 정대만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농구부에 들어온다. 재활에 전념하지 못해 과거의 체력에 의존하여 코트를 가르는 그는 과거 ‘헛된 시간’을 후회하지만, 결국 그는 자칭 “포기를 모르는 남자”답게 코트 위에서 부활한다.

 

그의 고질적인 체력 문제에도 교체하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3점 슛만 쏘는 것은 참회의 행위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고요한 상황에서 슛이 들어가는 소리만이 그를 몇 번이고 되살아나게 하며 그의 눈을 밝게 빛낸다. 정대만의 부활은 송태섭에게도 가장 반가운 소식이지 않을까. 유일하게 농구하자고 했던 중학생이 방황을 끝으로 함께 팀을 이룬 상황은 송태섭이 지나온 우울한 시간과는 다르다는 커다란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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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치수'는 송태섭과 북산고 농구부에서 가장 오래 함께한 주장이다. 그는 전국대회 참가를 꿈꾸지만, 이전까지는 그의 꿈에 응해줄 부원이 없었다. 게다가 융통성이 없어 주장임에도 마치 외톨이 같았다. 그러나 현재 북산의 주전 5명이 모이면서 그는 이 개성 강한 인물들을 제어할 수 있는 가장 든든한 주장이자 센터가 된다.

 

산왕전에서 채치수는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 ‘신현철’의 존재에 위축된 그는 승리에 회의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이전과는 달리 그가 넘어지면 그를 언제든 잡아 올려줄 동료가 존재하여 그는 포기하지 않고 승리의 가능성을 말한다.

 

패배가 익숙했던 3학년의 채치수와 권준호가 마지막까지 코트 위에 있을 수 있었던 건 농구가 재밌었기 때문이다. 원작의 주인공은 강백호이고 극장판의 주인공은 송태섭이지만, 이들이 승리를 마침내 이룰 수 있었던 건 굳건히 뿌리를 지켰던 3학년들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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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웅’은 슬램덩크 내에서도 성격적인 면에서 가장 독특하다. 그는 에이스라 불릴 만큼 실력이 좋지만, 잠이 많고 북산고가 가장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명문 고등학교의 스카웃 제의를 거절한다. 작품 내에서도 산왕공고를 주제로 처음 송태섭과 단둘이 대화할 정도로 그다지 말수가 많아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농구할 때 가장 불타오르는 그는 산왕공고의 에이스 ‘정우성’과 경기에서 초반에는 계속 밀리지만, 오히려 웃는다. 쓰러트릴 강자 앞에서도 웃는 그의 면모는 마치 늘 성장하고 싶은 아이 같다.

 

그는 산왕전에서 처음으로 타인에게 패스를 선택한다. 정우성과의 매치도 중요하지만, 팀의 승리를 위해 그는 기꺼이 양보한다. 게다가 강백호가 다쳐도 그를 끊임없이 자극하여 결국 강백호를 승리까지 코트 위를 지키게 만들고 그와 협동하여 승리까지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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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호는 원작 만화의 주인공이자 소년 만화 주인공의 조상 격이라 볼 수 있다. 사실 슬램덩크는 강백호가 농구를 시작한 지 고작 4개월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는 “초짜”이기 때문에 산왕공고의 실력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승리를 꿈꿀 수 있었다.

 

그는 “초짜”라 기본적인 규칙도 어길 만큼 어이없는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뛰어난 신체 능력으로 경기 흐름을 바꾼다. 게다가 승리를 위해 몸을 던져 결국 등에 상처를 입는다. 모두가 그의 휴식을 바랐으나 오히려 그는 ‘영광의 시대’를 말하며 다시 코트 위로 돌아간다. 그런 그에게 송태섭은 “기다렸다. 문제아.”라고 말한다. 북산고에게 “문제아”는 딱히 나쁜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긍정적이다. 채치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문제아”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자주 부딪히지만, 기묘한 팀워크로 승리를 이뤄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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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왕전’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산왕공고에 대한 묘사이다. 그들은 최강의 팀이라 불릴 만큼 북산이 도전할 ‘왕좌’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그들은 ‘악’이 아니다. 오히려 북산고만큼 농구에 애정이 많은 인물들이다. 특히나 ‘신현철’은 뛰어난 실력으로 채치수를 압박하면서도 백호의 부상을 보고 “네게는 미래가 있다.”고 진심으로 조언한다. (이는 극장판에서는 담기지 않고 원작 만화에 나온다.)

 

‘이명헌’ 역시 국내 최강 가드인 만큼 북산이 1점 차로 점수를 좁히지만, 흔들림 없이 팀을 통솔한다. 산왕의 상징과도 같은 이명헌은 최강의 면모에 어울리는 인물이자 송태섭을 마지막까지 압박하는 뛰어난 선수이다.

 

‘정우성’의 경우 서태웅을 긴장시킬 만큼 뛰어난 선수로 그는 자신에게 필요한 경험이 무엇인지 고민할 만큼 성장에 목말라 있다. 이미 이명헌과 신현철이 있는 최강인 팀에 들어갔기 때문에 지금까지 고난이 없었던 정우성은 첫 패배로 눈물을 터트린다. 그러나 그는 이 패배를 통해 분명 성장한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경험은 패배였고 부원들 덕분에 상대에게 패스할 필요가 없이 늘 이겼던 그는 미국으로 가 자신의 한계에 다시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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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사운드까지 관객을 코트 위에 둔 것처럼 만든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감상할수록 뇌리에 남은 사운드가 있다. 바로 오프닝 음악인 < LOVE ROCKETS >의 반주와 송태섭 활약을 시작으로 들리는 <第ゼロ感>이다.

 

< LOVE ROCKETS >은 송태섭을 시작으로 정대만, 채치수, 서태웅, 강백호를 차례로 등장시킨다. 이는 송태섭이 처음 만난 인물 순서를 나타낸다. 베이스를 뒤이어 밴드 사운드가 점차 쌓이는 노래는 밴드 사운드처럼 개성이 넘치지만, 결국 끈끈하게 합쳐지는 이들의 관계와 같다.

 

시합 중에는 공을 튀기는 소리와 신발이 바닥 마찰로 일으키는 소리가 대부분이다. 마치 실제 경기를 보는 것처럼 불필요한 소리 대신 경기소리만으로 관객을 집중하게 한다. 그리고 송태섭이 결국 존 프레스를 이겨내는 결정적인 순간에 시작하는 <第ゼロ感>은 이들의 승리를 예견하는 듯하다. 그러나 정우성이 다시 슛을 쏘고 마지막 약 20초를 남긴 상태부터 경기 종료까지 이어지는 시합에서는 정적을 선택했다. 정적 속에서 빠르게 이루어지는 마지막은 모든 관객을 숨죽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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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는 영광의 시대 2차전을 시작했고 무수한 N차 관람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필자는 5번 봤다.)

 

명작은 시대를 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시대를 초월한 걸작’이라는 영원의 개념보다는, 여전히 열광할 이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서로 다른 시대와 장소의 변화하는 요구에 슬램덩크는 효과적으로 부응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송태섭의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이들의 승패에는 어떠한 사연이 필요하지 않다. 이들은 오로지 순수하게 농구를 좋아하는 학생들이다. 슬램덩크는 여러 번 부딪히고 깨지고 상처 입지만, 농구를 향한 열정에 집중한 스포츠 만화였다. 이들의 이야기에는 불우한 출생의 비밀도, 말 못 할 사연도 구태여 필요하지 않다. 청춘이라는 말을 쓰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청춘 말고는 대체할 수 없었다.

 

스포츠물을 빙자한 수많은 판타지물과 사이다물 사이에서 오로지 땀을 흘려가며 웃고 패배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아름다운 영화였다.

 

 

[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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