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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장인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아이디어의 순환' [전시]

콤파니 <COMPANY World Affair>

by 최온유 에디터
2026.07.1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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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헬싱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인 듀오 콤파니(COMPANY)의 지난 20여 년을 조망하는 전시 'COMPANY World Affair: 온 세상 만들기의 비밀을 찾아서'가 서울 중구 피크닉(piknic)에서 열리고 있다. 이 'COMPANY World Affair: 온 세상 만들기의 비밀을 찾아서'는 세계 각지의 장인을 찾아다니며 만든 오브제들을 통해, 디자인이 '만드는 사람'과 함께할 때 어떤 이야기를 품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전시다.


콤파니는 한국 출신 디자이너 아무 송과 핀란드 출신 디자이너 요한 올린이 2000년 결성한 듀오다. 헬싱키예술디자인대학교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가구·그래픽·공간디자인을 넘나들며 활동해 왔으며, 아르텍, 마리메꼬, 에르메스 등과 협업했다. 2010년에는 핀란드 국가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이번 전시는 두 사람이 20여 년간 이어 온 '시크릿 프로젝트(Secret Project)'의 여정을 담는다. 핀란드, 한국, 러시아, 멕시코, 일본, 파키스탄, 미국, 인도, 페루 등 9개국 장인들과 나눈 대화와 협업의 기록으로, 현장에서 얻은 영감이 드로잉을 거쳐 장인의 손으로 완성되고, 그렇게 태어난 물건이 다시 시장에서 사람들과 만나 퍼져 나가는 '아이디어의 순환'을 보여준다. 전시는 이 순환을 1층부터 4층까지 층별 테마로 나누어 풀어낸다.

 

 

 

1F TRAVEL & DRAWING — 탐정처럼 여행하고, 그림으로 이야기하다



2000년대 초반 핀란드의 많은 공장이 문을 닫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목격하며, 콤파니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만드는 사람이 없다면, 디자이너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그 답을 찾기 위해 이들은 지도에도 잘 나오지 않는 외진 마을의 장인들을 직접 찾아 나섰고, 여행은 곧 콤파니의 작업 방식이 되었다. 두 사람은 스스로를 '탐정'이라 부르는데, 물건 하나를 단서 삼아 그것을 만든 사람을 추적해 가는 작업 방식을 빗댄 표현이다.


전시의 첫 공간에서는 콤파니가 세계 각지를 다니며 모아 온 '장인정신'이 담긴 오브젝트들을 볼 수 있다. 페루, 인도, 일본, 러시아 등 여러 나라의 장난감이 전시돼 있는데, 나라별 문화에 따라 형태와 색감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 눈에 띈다. 어릴 때 갖고 놀던 플라스틱 장난감과는 결이 다른,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없는 오브제들이라 한참을 머물러 구경하게 되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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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F SECRET PROJECT — 온 세상 만들기의 비밀



전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층을 꼽으라면 단연 이곳이다. 들어서면 먼저 작가들이 여행하며 그린 드로잉이 전시된 공간이 나온다. 즉흥적으로, 혹은 계획적으로 얻은 영감을 손으로 옮긴 스케치들인데, 손으로 그리는 과정에서 우연히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얼마나 참신할 수 있는지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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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활용해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이미지를 만들어 비교하는 방식이 익숙해진 요즘, 그리는 도중 예기치 않은 조합이 생겨나는 즉흥성만큼은 여전히 손그림이 지닌 고유한 영역으로 보인다. 이 우연한 아이디어들은 종이 위에만 머물지 않는다. 다음 공간에서는 스케치가 멕시코, 일본, 러시아, 파키스탄 등지의 장인들과의 협업을 거쳐 실제 오브젝트로 완성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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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전통 기법이 그대로 살아 있어, 완성품 하나하나가 그 나라의 수공예 전통을 보존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경상북도 영천에서 3대째 목탁을 만들어 온 장인, 그리고 부채 장인 등 한국 장인들과 처음으로 협업한 신작이 함께 공개돼 반가움을 더한다.


 

 

3F MARKET — 세상의 모든 상점



공방을 떠난 물건이 본래의 활기를 되찾는 곳은 시끌벅적한 시장이다. 콤파니는 지난 20여 년간 자신들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물건들에게 '영원한 안식처'를 마련해 주고 싶다는 바람으로 세 번째 테마를 기획했다. 실제로 콤파니는 헬싱키에서 '살라카우파(Salakauppa, 핀란드어로 '비밀 상점')'라는 자신들의 상점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데, 이 층은 그 정신을 전시장 안으로 옮겨 온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각국의 거리 상인을 형상화한 조각들이 오브제를 떠받치는 진열 방식도 눈길을 끈다. 여행 중 마주친 시장의 풍경과 상인들의 개성이 곳곳에 반영돼 있으며, 서로 다른 색과 형태의 물건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활기찬 장면을 만든다. 작품을 감상하는 전시장이면서도, 실제로 물건이 오가고 사람들이 말을 건네는 시장을 거니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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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F WORLD AFTER — 이 세상 다음



마지막 공간은 새 모형과 작가들의 형상을 오브젝트로 만든 옥상 정원이다. '물건은 쓰임을 다해도 그 안에 담긴 마음과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메시지 아래, 세상의 모든 것은 끝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이어진다는 의미를 담아 조성된 공간이다. 양손을 뻗어 새와 함께 나아가는 작가들의 형상이 또 다른 세상으로 향하는 여정을 은유하는 듯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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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에도 옥상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좋아, 산동네에 온 듯한 기분으로 잠시 머물다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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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모두 돌아보고 나면 완성된 물건보다 그것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오래 남는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여행지에서 발견되고, 종이 위의 드로잉이 되어 장인의 손으로 건너간 뒤, 다시 시장에서 사람들과 만나는 과정은 디자인이 혼자만의 창작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미지와 아이디어를 빠르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일수록, 콤파니가 지난 20여 년 동안 이어 온 느린 협업의 방식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다만 '만드는 사람'과의 관계를 중심에 둔 전시인 만큼, 장인들의 목소리와 구체적인 제작 과정이 조금 더 선명하게 소개되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곳곳에 설치된 수화기를 통해 기획 의도와 협업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만, 인터뷰 형식의 긴 음성을 끝까지 듣지 않으면 중요한 내용을 놓치기 쉽다. 각 오브제 옆에 장인의 이름과 지역, 사용된 기법, 협업 과정을 간략하게 정리한 글이 함께 있었다면 물건에 담긴 이야기가 관람객에게 더욱 온전히 전달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이 전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반드시 새롭고 빠른 기술에서만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낯선 곳을 여행하고, 한 사람의 기술을 오래 들여다보고, 손으로 그리며 우연한 형태를 발견하는 과정 역시 창작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콤파니가 보여주는 '아이디어의 순환'은 결국 물건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과정이 아니라, 사람의 생각과 기술, 이야기가 또 다른 사람에게 이어지는 과정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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