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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그동안 보지 못했던 브라질 정치 스릴러 - 시크릿 에이전트 [영화]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by 정선민 에디터
2026.07.1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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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제목만 보고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007 시리즈 같은 첩보영화였다. 비밀 요원과 이중 신분, 총격 장면이나 추격전이 이어지는 영화일 줄 알았는데, 막상 <시크릿 에이전트>는 그런 종류의 영화와는 꽤 거리가 멀었다.

 

주인공 마르셀루는 전문 첩보원이라기보다는 과거의 어떤 사건 때문에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살아야 했던 평범한 사람에 가까웠다. 그는 아들과 다시 만나기 위해 고향 헤시피로 돌아오지만, 지워진 줄 알았던 과거가 다시 그를 따라오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시크릿 에이전트>는 1977년 브라질 군사독재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사실 브라질의 현대사에 익숙하지 않아서 영화를 보면서 많은 의문들이 떠올랐다. 영화는 당시 정치 상황을 친절하게 설명하진 않아 그 의문들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까지 계속 남았던 것 같다. 대신 짧은 장면들을 통해 그 시대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영화는 도입부의 주유소 장면부터 관객을 단숨에 그 시대 한가운데로 데려간다. 주유소 앞에 시체가 놓여 있는데도 순찰하던 경찰들은 크게 놀라거나 수사를 시작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유소 손님이었던 마르셀루에게 뇌물을 요구하며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행동한다. 그 짧은 장면만으로도 당시 브라질 사회에 부정부패가 얼마나 깊게 뿌리내려 있었는지, 사람의 죽음마저 무감각하게 받아들여지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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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이 한창인 헤시피의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거리에서는 사람들이 춤을 추고 음악을 즐기지만, 그 한편에서는 누군가가 쫓기고 사라지며 폭력이 이어진다.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숨어 다니는 사람들의 시간과 가장 화려하고 시끄러운 축제의 시간이 도시 안에 공존하고 있었다.

 

그리고 카니발이 끝난 뒤, 신문에는 축제 기간에 수십 명이 사망했다는 기사가 아무렇지 않게 실린다. 재난이라 여겨질 정도로 많은 인원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그 죽음들은 축제의 결과를 정리하는 숫자처럼 한 줄로 짤막하게 처리된다.

 

거리의 열기와 그 뒤에 남은 죽음을 함께 보여주는 장면에서, 죽음에 무뎌진 당시 브라질 사회의 분위기가 더 직접적으로 느껴졌다. 클레버 멘돈사 필로 감독이 독재 시기의 사건을 하나씩 설명하기보다, 그 시대를 지배하던 공기 자체를 담고 싶었다고 한 말도 이런 장면을 보며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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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에이전트>에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장면은 갑자기 등장하는 ‘털북숭이 다리’였다. 현실적이고 느린 호흡으로 이어지던 영화에 정체불명의 다리가 나타나 사람을 공격하니, 처음에는 영화가 갑자기 전혀 다른 방향으로 튄 것처럼 느껴졌다. 다큐멘터리에서 B급 공포영화로 바뀐 느낌이랄까.

 

영화를 보고 나와서 찾아보니 ‘털북숭이 다리’는 실제로 1970년대 헤시피의 신문에 등장하던 도시괴담이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경찰이 청부살인자와 결탁할 정도로 사회가 부패했고, 언론 역시 군사정권의 검열을 피하기 어려웠다.

 

기자들은 사회의 폭력과 공포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대신, 이런 황당한 괴담을 통해 현실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처음에는 영화의 흐름을 깨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 시대 사람들이 검열 속에서 현실을 전달하던 방식을 보여주는 장치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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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한편으로 기록에 대한 이야기처럼도 보였다. 마르셀루는 가짜 신분으로 살아가면서도 자신이 취업한 곳에서 어머니에 관한 기록을 찾는다. 이름을 버리고 숨어 지내는 인물이 자신의 뿌리와 과거의 흔적을 확인하려는 모습이 묘하게 다가왔다.

 

군사독재에 반대하며 그의 탈출을 돕는 사람들을 만난 뒤에는, 마르셀루가 그동안 겪어온 일을 풀어내며 녹취하는 장면이 나온다. 처음에는 단순히 자신의 경험을 정리하는 과정처럼 보였는데,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나니 녹취록은 한 사람이 살아냈던 시대를 남긴 역사 기록에 더 가까웠다. 시간이 흐른 뒤 다른 인물이 그 목소리를 듣고, 그 기록을 따라가며 과거를 다시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더 흥미로운 건 그 녹음 테이프를 듣던 인물이 마르셀루의 아들을 찾아가는 장면이다. 정작 아들은 너무 어렸기 때문에 그 시절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시간이 흐르면 사람의 기억은 흐려질 수 있지만, 누군가 남겨둔 목소리와 기록은 다른 사람에게 전해져 과거를 다시 해석하게 만든다. 이름은 바뀌고 사람은 사라져도, 기록만은 남아 계속해서 그 시대를 증언한다는 점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이 영화도 그 기록의 일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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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크릿 에이전트>는 제목처럼 비밀 요원의 활약을 그리는 첩보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군사독재라는 시대 속에서 한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살아야 했던 시간과, 그 시간이 어떻게 기록으로 남아 다시 현재와 이어지는지를 조용히 따라가는 영화에 가깝다.

 

빠른 전개나 화려한 액션, 끊임없이 긴장감을 몰아붙이는 스릴러를 기대했다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대신 지금까지 봐왔던 첩보물과는 결이 다른 방식으로 1970년대 브라질의 모습을 보여주는 정치 스릴러물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가장 오래 남는 건 추격 장면이 아니라, 독재를 살아낸 사람들의 흔적과 그것을 끝내 기록으로 남기려 했던 이유였다. 브라질 현대사에 관심 있는 사람은 물론, 역사와 기록을 스릴러라는 장르 안에서 풀어낸 색다른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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