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아이돌을 관통하는 상징, 레몬
여름이면 노래 가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과일이 있다.
바로 레몬이다. 상큼함, 청량함, 시원한 계절감을 가장 직관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소재다. 케이팝에서도 레몬은 익숙한 소재였지만, 최근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의 곡들을 보면 흥미로운 흐름이 보인다.

5월 공개된 에스파의 'LEMONADE'를 시작으로, 6월에는 하츠투하츠의 'Lemon Tang'이 연이어 발매되었다. 이와 더불어 레몬색 메이크업과 패션이 '레몬 코어(Lemon Core)'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레몬'은 하나의 계절 키워드를 넘어 SM 아이돌들의 여름 감성을 설명하는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SM은 예전부터 레몬을 어떤 방식으로 노래해 왔을까. 같은 레몬이라는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그룹마다 전혀 다른 색깔과 분위기를 만들어낸 네 곡을 대표적으로 살펴봤다.
① Hearts2Hearts(하츠투하츠) - Lemon Tang, 함께일 땐 신 레몬도 달콤한 여름으로
하츠투하츠의 ‘Lemon Tang’ 속 레몬은 관계를 이야기하는 소재다.
혼자일 때는 시고 날카로운 레몬이지만, 서로가 만나면 톡 쏘면서도 달콤한 맛의 새로운 'Lemon Tang’이 된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하나의 새로운 맛을 만들어낸다는 설정은, 이들이 말하는 '우리'라는 메시지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여름 특유의 청량한 사운드 위에 관계의 이야기를 다룬 점이 인상적이다.
지금부터 Lemon ta-ta-tang
I know you hate it
But like 날 섞는다면?
Can't deny us
다 이겨, 여름 Heart
'Lemon'과 'Tang'을 결합한 제목처럼, 서로 다른 성격과 감정이 만나 새로운 맛을 만들어낸다. 레몬의 신맛마저도 함께라면 즐거운 여름의 추억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래서 이 곡은 청량함과 더불어 '함께'라는 감정을 기분 좋게 전하는 곡이다.
② Red Velvet(레드벨벳) - Blue Lemonade, 여름의 설렘을 가장 시원하게 담아낸 레몬
레드벨벳이 노래하는 레몬은 조금 더 감각적이다. 시원한 여름 음료를 한 잔 마시는 것처럼, 레드벨벳 특유의 몽환적이면서도 통통 튀는 감성을 완성한다.
컵 한가득 달짝지근 바다 향이 나
갓 따온 레몬을 짜 넣은 것처럼
나 감출 수 없어 네가 좋은 걸
파란이 일어나 널 만난 그 순간
이 곡에서 레몬은 좋아하는 마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의 설렘을 가장 선명하게 표현하는 장치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바다 앞에서 시원한 블루 레모네이드 한잔 마시는 듯한 장면이 저절로 그려진다.
③ NCT 127 - Lemonade, 신맛도 쿨하게 즐기는 자신감
NCT 127의 레몬은 가장 쿨하면서 강렬하다.
이 곡은 주변의 시선이나 잡음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레모네이드의 톡 쏘는 맛처럼, 거침없는 이들만의 태도가 곡 전체를 이끈다.
Taste like Lemonade
휘저어 난 hurricane
안 들려 네 목소리는 noise
Taste like Lemonade
짜릿하지 everyday
삼켜버려 got me feelin' good
여기서 신맛은 부정적인 감각이 아니라, 오히려 긴장감과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자극이다. 레모네이드를 마시듯 시원하게 세상의 노이즈를 삼켜버리는 모습은 NCT 127만의 자신감을 드러낸다.
④ aespa(에스파) - LEMONADE, 쓰디쓴 시련도 결국 나를 위한 레모네이드가 된다
이 곡은 'If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라는 유명한 속담에서 출발하여, 에스파답게 풀어냈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찾아와도 그것을 기회로 바꾸겠다는 의미다. 에스파는 시련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여 자신만의 색으로 만들어낸다.
겁 없이
Walk my way
던져 On my stage
I take my karma straight
I'll make it LEMONADE
그래서 에스파에게 레모네이드는 단순히 상큼한 음료가 아니다. 쓰디쓴 현실조차 내 방식대로 바꾸는 자신감의 상징이 된다.
하나의 레몬, 네 가지의 맛
소개한 네 곡 모두 같은 '레몬'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각자 다르게 정의한 의미와 감정을 담아낸 점이 흥미롭다.
하츠투하츠는 함께여야 완성되는 관계의 맛을, 레드벨벳은 여름과 설렘의 감각을, NCT 127은 세상의 노이즈를 이겨내는 태도를, 에스파는 시련을 기회로 바꾸는 자신감을 레몬이라는 하나의 소재에 담아냈다.
결국 레몬은 여름 대표 과일을 넘어, 그룹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장치로도 자리 잡았다.
최근 이어지는 레몬 코어 열풍 속에서, 이 노래들을 곱씹으며 다시 들어보면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같은 레몬이지만, SM은 그룹마다 전혀 다른 맛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다양한 '레몬의 맛'이 여름을 더욱 상큼하게 만들어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