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좀처럼 써지지 않았다.
내가 하는 일이 글쓰기였고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 ‘글’이라는 자부심이 있었건만. 써지질 않으니 말짱 도루묵이었다. 좋아하는 일이 즐거움이 아니라 숙제가 된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돈이 되는 글을 쓰려면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글을 써야 하는 데다가 납기일이 있으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점점 더 작아졌다. ‘작가는 글을 써야 하는데’
뭐라도 써보려고 억지로 머리를 쥐어짜면 나오지 않았다. 결국 나는 노트북을 덮었다. 글이 안 써지니 차라리 일을 병행하기로 했다. 집순이 인 내게 시간제 아르바이트는 규칙적이니 차라리 그 편이 나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머리를 쥐어짜도 문장 하나 나오지 않는다면 몸 쓰는 일을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했던 알바는 서비스직이었지만 몸은 별로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아르바이트는 몸이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무엇보다 시간이 번개처럼 빠르게 갔다. 손님을 맞이하고 바닥을 닦고,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굳이 머리를 굴리며 이야기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일을 하며 실시간으로 내가 겪는 일들이 라이브 그 자체다. ‘이런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니 여러 군상의 사람들을 몸소 볼 수가 있었다.
두 번째는 절박하다 보니 어떻게든 쓰게 된다. 집에서 글을 쓰다 보면 딱히 계획도 약속도 없고 글만 쓰면 되니까 시간이 무한하게 느껴졌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면 시간을 나눠써야 했다. 오전 시간에는 주로 글을 쓰는데 시간이 한정적이라 어떻게든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무엇보다 아침잠을 줄이고 일단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는 습관을 갖게 됐다.
나는 아침잠이 많은 편이라 오분 십분 단위로 알람을 맞춰두고 정말 졸리면 스스로 타협을 봤다. 5분만 더 자야지 10분만 더 자야지 하고 말이다.
예전의 나는 글감을 찾으려고 애썼다. 좋은 문장을 읽고, 재밌는 영화를 보고, 카페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정작 글감은 책상 위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었다. 삶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서 매일 지나가고 있었다. 그제야 알 것 같았다. 글이 써지지 않았던 이유는 글쓰기 때문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글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쓰려고만 했던 시간이 더 많아지면서 머리만 복잡해진 것이다.
사람을 만나고 땀을 흘리고 하루를 버텨낸 끝에서 나는 다시 내 문장을 써 내려갔다. 누군가가 내게 ‘글쓰기가 너무 힘들어요’라고 말한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잠깐 글에서 멀어져 보세요. 삶 속으로 들어가 보세요. 글은 쫓는 게 아니라 내가 치열하게 살았던 하루를 따라 다시 찾아옵니다”
허리도 아프고 발도 탱탱 부었는데 지금은 조금 괜찮아진 느낌이다. 몸이 적응을 한 것일까. 감각들이 무뎌진 것일까. 그건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나는 움직이고 사람을 상대하며 오늘도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