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우디의 건축물을 봤을 때의 감정을 잊지 못한다. 과학적이면서도 예술적인, 그리고 시대를 관통하는 감각. 몇 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압도적인 황홀감이었다. 정확하고도 치밀한 설계 방식을 들으며 그가 ‘신의 건축가’라고 불리는 것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2026년은 스페인에게 매우 특별한 한해라고 한다. 안토니 가우디가 선종한지 100주기를 맞은 해이자,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144년만에 완공된 해이기 때문이다. 이 기념적인 해를 맞이하여 가우디에 대한 황홀감을 안고 다시 한 번 그에 대한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만난 <안토니 가우디, 삶과 일>. 그에 대한 깊고 넓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의 언어는 글자나 텍스트, 그리고 문학 창작을 뛰어넘는 시각의 언어, 폭넓고 깊이 있는 언어이다. 그에게 창의성은 글쓰기가 아니라 이미지, 조형미술, 그림 그리고 기하학을 통해 표현된다.
p.34
그의 건축을 이해하기 전에, 먼저 가우디를 알고 가는 것이 더 좋다. 이 책은 가우디의 생애를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레우스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설명하며, 주변에 대한 관찰력과 해석력, 자연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함께 읽게끔 한다. 한 가지를 면밀히 탐구하는 집요함과 여러 사물을 넓게 바라보는 큰 안목은 위대한 건축가의 눈을 이해하게 했다.
또한 그의 건축물에 돋보이는 종교성도 읽을 수 있다. 레우스에서의 세례와, 유년시절 어머니로부터 영향을 받은 종교적인 사상이 그의 건축물에 담겨있다. 예수그리스도, 마리아, 사도들이라는 세 가지 핵심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뿐만 아니라 다른 건축물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후 바르셀로나에서 건축학교에 다니며 건축 설계에 대한 기본기를 다지며 건축가로 거듭나는 모습, 이후 큰 대성당을 짓겠다는 목표와 함께 발전해나가는 그의 일대기를 읽으며, 한 사람이 위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바라볼 수 있었다.
독창성이란 기원으로 돌아가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창조주와 그분의 작품으로 돌아가는 데 있다는 것이다. 창조된 작품을 새롭게 재창조하는 작업은 가우디의 손에서 세련된 창작 도구가 된다.
p.294
그의 생애 중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큰 부분을 차지한다. 1883년 경 첫 번째 건축시기부터 세상과 거리를 두고 파밀리아에 몰두하는 시절을 지나 그곳에서 노년을 보내온 시절까지, 그가 가지고 있는 재산을 파밀리아 공사에 사용한 것을 보면 엄청난 애정이 담겨 있다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단순한 건축을 넘어 종교적인 가치관과 삶의 목적이 녹아들어있었다.
‘위엄 있는 그리스도’를 주제로 예배실에는 그리스도가 아몬드처럼 생긴 타원형 안의 옥좌에 앉아있다. 여기서 네 개의 복음서를 상징하는 네가지 형상으로 둘러 쌓여 있는데, 천사는 <마태오 복음서>, 독수리는 <요한 복음서>, 사자는 <마르코 복음서>, 황소는 <루카 복음서>를 의미한다. 또한 예배실 창문에 써있는 ‘상투스(거룩하시다)’라는 단어가 여러번 새겨져 있는 것에서 가우디의 종교성, 기원으로 돌아가는 창조성을 읽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카사 바요트와 카사 밀라, 마요르카 대성당에서도 종교성 즉 독창성을 읽을 수 있다. 문 손잡이에 새겨져 있는 십자가의 모양, 그리고 성경 속 상징하는 인물들이 담긴 구조물, 문턱에 적힌 가톨릭 문구 등 많은 곳에서 가우디 만의 기원으로 돌아가는 예술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예술은 아름다움이니, 진리가 없으면 예술도 없다. 그리고 진리를 찾으려면 창조된 존재들을 잘 알아야 한다.”
p.147
가우디는 자연이 하나님의 뜻을 보여주는 첫 번째 방식, 그리고 성서의 말이 두 번째 방식이라고 말한다. 진리를 좇기 위한 자연으로의 회귀 그리고 성경에 대한 깊은 탐구. 이에 대한 결과물이 그가 남긴 건축 예술이다. 단순한 외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가 아닌, 평생을 거쳐 탐구한 그의 고뇌의 흔적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완공을 기념하며, 가우디의 창조성과 독창성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