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어딘가에서 들은 말 중에 가장 흥미 있는 것을 뽑으라면 프레임 이론을 뽑겠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프레임이란 개인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 혹은 누군가 또 다른 누군가의 세상을 작동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겠다. 이건 어디를 얼만큼 보고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문제이기에 실재하는 객관적 사실과는 무관하다.
어떻게 보면 내가 보고 싶은 세상을 창조하는 틀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내 입맛대로 해석하면서 어떠한 현상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그런 해석들이 말과 생각, 어떤 집단으로 떠돈다면 장강명의 소설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은 좀 더 나아가 '에이전트'로 완전히 조작해 버린다. 아무렇게나 고여 있는 웅덩이는 아름다워지고,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인물들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등 사람들은 한 층 더 정교해진 개인적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에는 에이전트로써 자신이 원하는 방식의 틀로 세상을 구축하고, 그 방향성이 같은 사람들이 배를 타고 항해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서술자는 그 배 속 세상으로 들어가 한 가족이 보고 있는 에이전트 세상을 확인한다. 그들이 사실과 얼마나 다른 세상을 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큰딸과 아빠, 엄마와 막내딸을 만나면서 그가 배에 올라탄 목적을 따라가는 것이 작품의 간단한 줄거리다.
현실에는 세상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꿔주는 에이전트 같은 것은 없다. 그러나 사실과 무관하게 각자가 보고 싶은 모습으로 사실을 해석하는 사람들은 무수하다는 점에서 작품 못지않게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제목고 같은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을 보는 것이 마냥 아름답게 다가오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일지 모른다. 내가 보고 싶어하는 대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객관적 사실은 따로 있다는 점에서 유토피아적 세계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 한 선생은 사실과 진실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실은 말 그대로 어떤 일이 벌어진 일이고, 진실은 사실을 해석하는 것이라고. A, B, C 등 세 사람이 있다고 했을 때 이들의 사실은 같지만 진실은 다를 수 있다는 말이다. 이 다른 진실이라는 게 차이와 이해의 영역에 머물지 않을 때가 많은데 때때로 그 위험성을 간과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내가 원하는 것만 볼 수 있는 에이전트 같은 기기가 생긴가면 나는 그걸 사용할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도 내게 좋은 말만 하고,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현실의 내가 아닌 그들이 보고 싶어하는 아름다운 세상의 일원으로 비춰진다면?
솔직히 그 안전망 같은 렌즈를 거부할 자신은 없다. 내가 어디까지 사실을 왜곡하는지도 모른 채 그 가공된 현상들을 그저 마주해 버릴 것만 같다. 그리고 슬프지만 내가 대화하고 있는 사람이 내 말을 어떻게 듣고 있는지, 그는 세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럴수록 중요한 것이 사실을 정확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원론적인 사고로 돌아가게 된다. 더 정확히는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리고 나는 어떠한 모습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건 내가 너무 맞다거나 상대방의 생각이 틀리다는 생각을 깨는, 그 다름의 인정과는 좀 다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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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강현실 기술 이전에도 꿈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많았어요. 아니, 인간은 모두 어느 정도 그래요. 우리는 매 순간 복잡한 우리 자신만의 세상을 창조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요. 그 세상은 건조한 사실들로만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우리의 인식으로만 구성되는 것도 아니죠. 그 세상은 사실과 인식의 충돌 면(面)에서 불꽃처럼 피어나 덩쿨나무처럼 우리 의식을 휩싸며 자라요. 블행한 사람들은 실재하지 않는 망상에 시달리며 괴로워하죠. 반면 위대한 인물들은 실재하지 않는 자신의 상상을 퍼뜨리고 다른 사람들까지 그걸 믿게 해서 집단 인식을 바꾸고, 끝내는 객관적 사실까지 변화시켜요. 때로는 많은 사람들이 믿으면 그건 그대로 현실이 돼요. 화폐 같은 게 그렇잖아요. 우리는 모두 각자 자신에게 바람직한 세상을 창조할 권리가 있고, 에이전트는 그걸 도와줍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중략>
"한 사회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라는 게 있죠. 모든 사람이 각자의 세상을 고집할 수는 없으니까요.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과 의견을 나누면서 살아야 하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