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어디에 머무는가

행복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늘 비슷한 질문으로 돌아가게 된다. 무엇을 행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어떤 사람에게는 성취가, 어떤 사람에게는 관계가, 또 어떤 사람에게는 평온한 일상이 그 답이 될 것이다.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종종 분명한 형태의 행복을 바라곤 한다. 손에 잡히는 결과가 있어야 하고,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스스로 납득할 만한 구체적인 성공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동시에, 정작 기쁨을 느끼는 순간들은 그렇게 명료하지 않을 때가 많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도 한다. 무심코 지나쳤다면 기억조차 나지 않았을 장면들이 문득 오래 남기도 하고, 특별할 것 없는 하루가 이상하게 만족스럽게 느껴지는 날도 있다. 그렇다면 행복은 이루는 것이라기보다는 알아차리는 일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타샤 튜더의 『타샤의 기쁨』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미국의 그림책 작가이자 삽화가였던 타샤 튜더는 평생 100권이 넘는 책에 그림을 그리며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온 인물이다. 생의 후반부에는 버몬트 산골에서 정원과 집을 손수 가꾸며 자연과 함께하는 일상을 보냈고, 그 시간들은 그의 그림 속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올해 출간된 『타샤의 기쁨』 특별 개정판은 롯데뮤지엄 전시 『스틸, 타샤 튜더』에서 선보인 원화 50여 점을 포함해, 그녀의 대표적인 그림들과 오랫동안 마음에 간직해 온 시구와 문장들을 함께 엮은 그림에세이다. 타샤의 작품뿐만 아니라, 그녀가 세상을 바라봤던 방식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었다.
다만 처음부터 그 세계에 깊이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림은 분명 아름다웠지만, 한동안은 그 속의 풍경에 쉽게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일상과 동떨어진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졌다. 물론 타샤 튜더는 20세기에도 18-19세기풍의 일상을 지켰기에 그녀에게는 그 풍경이 일상의 일부였겠지만,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의 풍경처럼 보였다. ‘작은 기쁨’이라는 말 역시 익숙하면서도 막연했다. 그것이 실제로 어떤 감각인지 책 속에서는 충분히 보이는데도 내 삶으로는 곧장 옮겨지지 않았다.
기쁨을 알아차리는 사람의 시선

그러다 문득 타샤가 왜 그토록 사소한 장면들을 반복해서 그렸는지 생각하게 됐다. 그녀에게 그림은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순간을 다시 바라보는 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 꽃이 피는 계절을 지나치지 않기 위해, 정원에 머무는 빛을 조금 더 오래 붙들기 위해, 금세 흩어질 풍경 앞에 잠시 더 머무르기 위해.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그려냈고, 그렇게 그려진 것들은 다시 삶의 일부가 되었다. 일상을 예술로 바꾸었다기보다, 애초에 일상을 그렇게 대했던 사람처럼 보였다.
생각해 보면 타샤의 삶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더 크고 분명한 곳에서 찾으려 할 때, 그는 아주 작은 것들에 꾸준히 시선을 머물게 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남다른 감수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반복해서 바라보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기쁨은 저절로 생겨나는 감정이라기보다, 어떤 순간에 마음을 기울이기로 결정하는 태도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물론 타샤의 삶을 그대로 닮아야겠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계절의 흐름에 맞춰 천천히 살아가는 삶, 눈에 들어온 풍경 앞에 기꺼이 걸음을 멈추는 태도는 분명 아름답지만,동시에 지금의 나와는 다른 시간 위에 놓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루를 빼곡히 채우며 다음 할 일을 준비하는 데 익숙해진 탓인지, 한 장면 앞에 오래 머무르는 일이 오히려 낯설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타샤의 기쁨』이 남겼던 감정은 책을 읽는 동안보다 책을 덮은 뒤에 더 오래 남았다. 그녀의 삶이 특별해서라기보다, 내가 무심히 지나쳐온 순간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기 때문이다.
서두에서도 말했듯이 가만히 돌아보면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마음이 환해지는 순간들은 분명 존재한다. 계절이 바뀌는 냄새를 먼저 알아챘을 때, 정성껏 고른 물건이 오래도록 마음에 들 때, 잠들기 전 잠시 눈을 감고 하루를 정리하는 순간처럼. 대단한 사건이 아니더라도 그런 순간들이 모여 하루의 결을 조금씩 바꾸어 준다. 다만 그것들이 너무 작아서 쉽게 지나쳐 버릴 뿐이다.
『타샤의 기쁨』은 행복에 대한 새로운 답을 주는 책이라기보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자주 잊게 되는 감각을 다시 떠올리게 해 주는 책이다. 다소 멀게 느껴졌던 타샤의 세계가 끝내 마음에 남은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타샤처럼 살아갈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한 번쯤은 주변을 천천히 둘러볼 수는 있다. 눈앞에 있는 것을 충분히 바라보는 일, 그 안에서 기쁨을 발견하려는 마음.
어쩌면 행복은 특별한 방식으로 얻어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곁에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