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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나는 ‘미소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


증상은 이렇다. 평소처럼 얼굴에 아무 힘을 주지 않고 길을 걷다 보면 왠지 ‘한국인의 우울한 표정’이라고 언젠가 보았던 사진이 떠오른다. 그래서 괜히 입가에 힘을 주고 조금이라도 얼굴에 미소 비슷한 걸 지어본다.


또, 사람들을 처음 만나는 모임이나 식사 자리에서 의식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최대한 밝은 표정을 지으며 ‘공격성이 없음’을 온몸을 다해 표현하려고 한다. 혹시라도 너무 기분이 좋지 않아 그런 사람 좋은 미소가 세팅되지 않는 날에는 왠지 예민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걱정한다.


더 이상한 건 이거다. 나는 조금도 웃는 순간이 없던 삭막한 하루를 보내면 왠지 서글퍼지면서 혼자 집에 가면서, 혹은 자기 전 이불속에서 이를 드러내며 웃는 표정을 서너 차례 지어 보인다. 그럴 때면 마치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오메가3, 비타민C. 몸에 좋은 영양제는 매일 잊지 않고 삼키는 것 처럼 웃음도 그렇게 꼭 두 세알은 삼켜야 잠이 잘 오는 것 같다.


뭐랄까. 웃는다는 건 참 좋은 거다. 웃는 건 재미있는 걸 봤을 때나, 기쁠 때나, 좋은 일이 있을 때나 자신 있을 때나 하는 거니까.

 

근데 필요 혹은 강박에 의해 웃게 되면 묘하게 껄쩍지근한 기분이 든다. 이게 우리 부모님이 말하던 ‘조미료의 맛’인가. 조미료를 넣은 음식을 먹으면 뒷맛에 꼭 텁텁한 맛이 남는다고 했는데. 먹기엔 좋은데 뒷맛은 영 개운하지 않은 그런 맛이 억지웃음의 대가인 건가.


표현이 참 묘하지만 조미료까지 나온 판에 그 반대는 자연산 웃음이라고 칭해도 될 것 같다. 자연산 웃음은 귀해서 그런 걸까, 나에게는 참 비싸게 느껴진다. 배와 가슴이 들썩거릴 정도로 기운이 넘치고 팔딱팔딱 살아 숨 쉬는 그런 웃음. 숏폼 영상을 스무 개쯤 넘겨보다 간신히 ‘풉’하고 삐져나오는 그런 비실비실한 웃음 말고. 지속시간과 질 모두가 뛰어난 최상급 웃음. 언제였더라, 언제가 마지막이었더라.  ‘너무 웃어서 배 아프다’라고 말했던 게.


왠지 자연산 웃음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이제 좀 알 것도 같다. 역시 그런 건 귀하니까, 하지만 몸에 좋으니까 나는 ‘인공의 맛’을 조금 첨가하면서 웃음 적정량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게 곧 나의 ‘미소 강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그깟 조미료 장사가 뭔 상관인가 싶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웃는 건 원래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니까. 얼굴에 석고를 바른 듯 단단히 굳은 표정을 짓거나, 찡그리거나, 심지어는 우는 것보다도 웃는 게 누군가에겐 더 어려운 일일 수도. 또 이런 불경기에 몸에 좋다면야, 그 ‘맛’을 원한다면야 조미료가 대수겠나.

 

그래서 앞으로도 이렇게 간간히 인위적인 웃음 처방을 내려야 할 것만 같다.  그러다보면 원조의 맛과 비슷해지고, 언젠가 태국 여행을 하면서 만난 그곳 사람들의 편안한 미소처럼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웃음을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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