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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데미안 허스트전을 보러 국현미에 갔다. 그러나 최근 데미안 허스트 전시의 인기를 방증이라도 하듯 몰린 인파에 이내 기가 빨려 근처 스타벅스로 향했다.

  

내가 간 곳은 스타벅스 광화문점.

   

신메뉴인 카스텔라 크림 에그 샌드위치를 시켜 먹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카스텔라 가루를 좋아하고(카스텔라를 좋아한다기 보단 카스텔라 가루를 좋아한다는 표현이 더 명확하다), 달걀을 좋아하니까. 이미 이름에 내가 원하는 것들이 다 있다.


대개 맛있는 것들은 이름에서부터 맛있는 냄새가 난다.

 

돼지두루치기김치찜, 마라로제분모자떡볶이처럼. 충분히 예상 가는 맛이지만 그래서 더 찾게 되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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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슬포슬한 카스텔라 가루 묻은 빵 사이로 계란을 으깨 크림과 버무린 에그감자는 데미안 허스트가 이 맛을 봤다면 좀 더 낙관적인 사조의 작품들이 많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은 맛이다.

 

최근 1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화제인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박지훈 배우가 빵 표면에 묻은 '카스텔라 가루'라면, 샌드위치 속을 채우는 '에그감자'는 유해진 배우라고 할 수 있다.

 

익숙하지만 보장되었으며, 품위를 잃지 않고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라는 점에서 말이다. 


빵에는 식사빵류와 디저트빵류가 있는데, 식사빵류는 잠봉뵈르, 비엘티와 같이 햄과 야채를 함께 곁들여 프레쉬하고 다채로운 맛의 식사대용인 반면, 디저트빵은 단맛을 주류로 하기 때문에 후식의 개념에 가깝다. 카스텔라 크림 에그 샌드위치는 카스텔라의 단맛과 계란의 단백질이 영양소를 채워주기에 식사빵과 디저트빵의 절묘한 절충안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다.

 

한끼에 섭취해야 하는 칼로리와 단백질을 계산하여 메뉴를 고르는 헬시 현대인들에게 이 샌드위치는 382칼로리 내에서 낼 수 있는 최선의 맛이자 최고의 선택이 된다.

 

물론 느끼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짜파게티를 김치 없이 먹고, 말만 들어도 느끼한 ‘트러플오일 버섯 크림 리조또’를 피클 하나 없이 먹을 수 있는 내 입맛에는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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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스타벅스 광화문점은 월요일 오후인 걸 감안해도 이상하리만치 사람이 없다. 내가 체류했던 약 3시간 동안 손님이 나 포함 3팀 밖에 없었다. 요새 스타벅스가 예전만 못하다는데, 광화문점을 보니 그런 것도 같다. 스타벅스가 구소련처럼 몰락의 길을 걸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면 난 이 맛있는 걸 어떻게 먹지?

 

아무튼 난 현재에 집중하기로 한다.

 

고로 카스텔라 크림 에그 샌드위치가 맛있다는 사실을 변하지 않는다.

 

두쫀쿠나 버터떡 같이 콜레스테롤과 셀룰라이트를 유발하는 디저트 대신 이게 유행했으면 좋겠다. (물론 이것도 콜레스테롤과 셀룰라이트에서 자유롭진 않겠지만... 조금은 더 낫지 않을까?)

 

박지훈이 <왕과 사는 남자>로 많은 사랑을 받게 됐듯이, 이 메뉴 역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궁극의 사랑둥이 메뉴로 등극했으면 한다.

 

그렇다면 단종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운 스테디셀러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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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늘도 이 샌드위치를 먹었다. 사당역점에는 사람이 많다.

 

스타벅스가 망하려면 100년 이상은 걸릴까?

 

그렇다면 이 샌드위치도 100년 이상 먹을 수 있었으면 한다.

 

내 사랑의 유효기간은 만년이니까. (중경삼림 금성무 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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