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이번 주말,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진(Zine) 페어 오프컷 서울 2026에 다녀왔다. 여기저기서 모인 인파를 환영하듯 흰 건물을 둘러싼 공기는 전보다 한층 짙어진 봄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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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Zine), 또는 분명히 정의되지 않은 수백 개의 창작물이 밀집돼 있던 행사장 내부는 이를 반영하듯 약간의 자유분방함과 들뜬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일개 관람객의 한 명으로서 그 곳을 찾은 사람들이 저마다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 모두 행사 현장의 흥미로운 분위기에 감화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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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진 페어에 정해진 기준이나 형식은 없었다. 오래 전부터 진을 통해 자신을 표현해 온 이들, 혹은 타국의 진 문화를 소개하는 이들, 이번 행사를 통해 진 문화에 편입된 이들, 진이 아닌 다른 출판물의 형식으로 함께하는 이들. 다양한 자들이 오프컷 서울이라는 하나의 지붕 아래 각자의 부스를 꾸미고 있었다.


필자는 여기서 참여 부스 각각의 의도와 세계관에 주목해, 일부 참여 부스에 인터뷰를 요청해 보았다.

 

 

 

소장각(@sojangg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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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각’은 ‘작은 책들의 집’이라는 뜻을 가진 독립출판사이다. 폭넓은 출판물을 다루고 있지만, 특히 동남아시아 출판을 둘러싼 코스모폴리탄적인 인사이트가 돋보였다. 대화를 통해 진 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Q. 다른 북 페어가 아닌 오프컷 서울에 참여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이번 행사를 주최한 유어 마인드 서울은 <언리미티드 서울>도 정말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고, 소장각도 그 행사에 좋은 기회로 참여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행사도 잘 주최해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또한 진 중심 행사가 국내에 흔하지 않은데, 이번 행사는 진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행사이기에 매력적으로 여겼습니다.

 

 

Q. 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셨나요?

 

A. 진에 대한 정의를 내리자면 ‘책등’이 없는 다양한 형태의 출판물을 보통 진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고 어떤 것이든 다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그 점이 매력적입니다. 또한 책은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읽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진은 얇기 때문에 가볍게 소통하기에 좋은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Q. 부스에 태국 진도 같이 소개하고 계십니다. 타국의 진 메이커들과 교류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그 장점은 또한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A. 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아트북페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 중입니다. 현지에서 느낀 점은, 아시아 지역의 진 메이킹이 굉장히 활성화돼 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이들과 교류하면서 출판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빠르게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Q. 책 이외에도 유독 ‘진’에 이렇게 노력을 기울이시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A. 제일 중요한 것은 콘텐츠인 것 같아요. 콘텐츠는 저마다의 형태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콘텐츠는 책으로만 만들면 너무 재미가 없고, 어떤 콘텐츠는 영상으로도 만들 수 있고, 또 어떤 콘텐츠는 얇은 진으로도 만들죠. 이렇게 콘텐츠에 맞는 옷을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그 과정을 즐기는 편이고, 진만이 가능한 표현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재미를 느낍니다.

 

 

 

라우트 프레스(@routepress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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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 유니폼으로 부스를 꾸민 ‘라우트 프레스’는 역시 알록달록한 컬러로 페이지를 구성한 손바닥 사이즈의 진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스포츠에 대한 팬심을 담아낸 작은 진과 개인소장 유니폼에서는 팬으로서의 자긍심과 순수한 환희마저 느껴졌다.

 

 

Q. 오프컷 서울에 참여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A.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이 행사를 개최한 유어마인드 서울에 대한 신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행사가 진 중심의 행사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출판 행사에서 벗어나 조금은 과감한 방식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Q. 책이 아닌 유니폼 중심으로 부스를 꾸민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진 행사가 일반적인 책 행사와 다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시각적으로 더 과감하게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책 중심의 디스플레이보단 스포츠 관련 물품으로 구성했고, 개인소장의 모자나 유니폼을 배치하면 관심 있는 분들이 알아볼 것이라고도 예상했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활용해서 이 행사의 성격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의도였습니다.

 

 

Q. 생각보다 과감한 형태의 진이라 진인 줄 몰랐어요.

 

A. 편하게 들고 다니면서 보기 좋은 사이즈로 제작했습니다. 일반적인 책에서는 재현하기 어려운 사이즈이지만 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Q. 굉장한 스포츠 팬이신 것 같습니다.

 

A. 아무래도 보통 스포츠 팬은 깔끔하게 응원하기 힘듭니다. 보면서 비속어도 많이 쓰게 되고, 자신들만의 용어도 있습니다. ‘야구 팬들은 항상 화나 있다’고들 하잖아요. 이번 기회를 통해 그런 실시간의 희로애락과 현장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Q. 이번 행사를 통해서 기대하신 목표가 있으신가요?

 

A. 이번 행사에선 판매를 많이 하기 보단 이런 것에도 관심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싶었어요. 라우트 프레스는 제가 운영하는 1인 출판사입니다. 그동안 항상 뭔가 정제되고 절제하는 출판물을 제작해왔는데 이번 행사에선 이런 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한번쯤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배우가 항상 비슷한 필모만 찍다가 갑자기 새로운 시도를 해보잖아요. 이번 행사 참여에는 그런 느낌의 접근이 있었습니다.

 

 

  

업체 (@eob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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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영상, 출판 등 다양한 매체를 가로지르며 활동 영역을 확장해온 현대미술 콜렉티브 ‘업체’는 주요 전시와 프로젝트에 꾸준히 참여하며 현대미술 신에서 주목할 만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오프컷 서울에서는 비정기 문예지 Gozo의 창간호 ≪Gozo 01≫을 선보였다.

 

책에는 게임 개발자, 비주얼 디렉터, 소설가, 시인 등 8명이 참여해, 제3차 세계대전의 징후를 각기 다른 미적 세계로 풀어냈다.

 

 

Q. 미술단체이면서도 오늘 진 페어에 참여하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A. 3차대전이 계기입니다. 한반도에 전운이 더 고조되기 전에 재능 있는 작업자의 작업물을 지물로 보존하고 싶었습니다.

 

 

Q. 오프컷 서울에 참여하면서 기대하신 목표가 있으신가요?

 

A. 전시장에서 관객을 조우하는 경험은 비교적 비동기적입니다. 전시장 바깥에서 독자를 실시간으로, 면대면으로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Q. 업체의 진을 통해선 독자들이 무엇을 느끼거나 생각하길 바라나요?

 

A. 뇌를 시뮬레이터 삼아 이질적인 세계를 시청각화하는 감각. 그게 멀리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바랐습니다.

 

 

Q. 현장에서 느끼신 감상이 있나요? 평소 참여하던 전시와는 어떤 점이 크게 다르게 느껴졌는지 궁금합니다.

 

A. 책은 확실히 ‘상품’ 같습니다. 예비 독자에게 직접 내용을 설명하며 생기는 활기가 좋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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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개최된 대규모 진 페어는 이번 오프컷 서울이 유일한 사례일 것이다. 진 페어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를 빼곡히 채운 방문객은, 완성도보다 시도와 과정을 향한 ‘진’의 에너지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진 애호가로서 이러한 장이 마련되었다는 점은 무척 고무적이었다. 무엇보다 각기 다른 창작자들이 진을 통해 세계를 해석하고 표현하는 방식을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어 더욱 의미 깊었다.

 

앞으로도 다소 거칠고 미완에 가까울지라도, 자신만의 리듬으로 세계를 기록하는 ‘진’의 움직임은 계속해서 확장될 것이다. 그 흐름이 만들어낼 수많은 장면들을 기대하며, 그 안에 담긴 의지를 조용히 응원하고자 한다.

 

인터뷰에 응한 모든 창작자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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