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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그냥 저는 특출난 음식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그… 전국에 이렇게 숨어서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요리사분들, 음식을 만드시는 일을 하시는 분들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최강록,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2: 13화)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결승전에 ‘빨뚜’ 참이슬 오리지널이 나올 것이란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지난해 시작해 약 일주일 전 마무리된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는 빨간 뚜껑 소주만큼 진솔한 면모가 있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음식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진심으로 가득했다. 그런 요리사들을 보기 위해 한 달 동안은 매주 흑백요리사를 기다리며 지내왔던 것 같다.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유튜브 역시 줄곧 같은 영상을 찾아보느라 알고리즘은 온통 흑백요리사 출연진들뿐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사람을 푹 빠지게 하는 시리즈가 있는 건지.


 

 

매력적인 캐릭터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에서도, 시즌 1 때와 같이 매력적인 캐릭터성을 가진 인물들이 대거 등장했다. 나는 그중에서도 특히나 매력적이었던 인물로 ‘술 빚는 윤주모’, 윤나라를 꼽고 싶다. 요리와는 전혀 관련 없는 서울예대 영화과를 졸업했지만, 전통주와 요리에 대한 열정으로 TOP 7까지 든 윤주모. 어쩌면 이번 시즌 흑수저라는 네이밍에 가장 걸맞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심하게 떨었던 손과 1라운드 생존 이후의 눈물로, 조금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11화, ‘5-1라운드: 무한 요리 천국’에서 나는 윤나라를 다시 보게 되었다. “점수 보지도 않았어요. 어차피 내 것만 잘하면 되니까. 하던 대로. 뭐 여기서 더 잘할 수 없고 오늘 제가 더 특별할 수도 없거든요, 그냥.” 그리고 결국 이전의 최고 점수를 제치고 1등 반열에 올랐던. 아, 튼튼한 멘탈이 느껴졌다. 성장하는 캐릭터의 서사랄까, 신체적인 긴장 반응과 튼튼한 멘탈은 공존할 수 있다는 어떤 믿음일까. 나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치명적인 실수


 

나는 주로 고전문학을 좋아하고, 뮤지컬 등의 공연을 보러 다니는 만큼 스포일러에 예민하지 않다. 고전문학은 결말을 알아도 이해하는 과정에 매력이 있고, 공연의 경우에는 오히려 예습의 필요성까지 있지 않은가. 하지만 예능, 그중에서도 흑백요리사와 같이 주 단위로 공개되는 서바이벌 예능의 경우 스포일러에 특히나 예민해진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는 초반부터 제작발표회에 참여한 8명이 최종 TOP 8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 만큼, 누가 우승자인가 그 결말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우승자를 꼼꼼히 숨기고 긴장감을 유지하며 지나는가 했는데 큰 문제가 터졌다. 인터뷰를 편집하여 내보내는 과정에서 흑수저 ‘요리괴물’ 이하성의 결승전 진출 사실이 9화에서 미리 밝혀졌기 때문이다. 별명을 단 이름표가 아닌 본명 이름표를 달고 나온 것을 검수 과정에서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아무래도 중요한 장면들이 전부 그와의 대결이었기에 스포일러를 당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루즈해진다는 평가가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그 무렵부터 최종 우승자에 대한 소문까지 겹치며 초반만큼의 긴장감을 느끼기는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말에는 감동이 있었다. 시즌1과는 다른 감동이었다. 시즌1이 전에 없던 세련된 요리 프로그램으로써 흑백 구도를 살려 보여줬다는 느낌이라면, 시즌2는 마치 만화영화의 1기 엔딩과 같이, 한 시즌이 마무리되면서도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의 삶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비춘다.


우승자인 최강록 셰프가 결승전에서 보여줬던 스토리텔링과 마인드가 특히 더 그렇게 느껴졌다. 결승전의 주제인 ‘나를 위한 요리’에서 최강록은 조림을 보여줄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과 다르게 국물에 깨두부와 갖가지 재료, 소주를 내보임으로써 나를 위한 요리를 스토리텔링 했다. 그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공감할 법한 ‘척’을 주제로 하여 자신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꺼냈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내가 인상 깊게 느낀 것은 우승 이후 다른 모든 이들에게 돌리는 찬사였다. 또 하나의 챕터가 끝나가는구나.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겠구나. 모두가 삶을 살아가겠구나 하는. 서바이벌 예능 특성상 편집을 통해 자주 등장하는 사람만 주인공 취급을 받고 짧게 등장하는 사람들은 엑스트라가 되는 영상 전달 방법을 취하고 있는데, 다른 모든 누군가, 통편집이 되거나 고작 몇 초 등장한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모두가 열심히 사는 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엔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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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인스타그램 @netflixkr 

 

  

물론 이것은 그냥 흑과 백으로 나눠서 만들어 놓은 그런 서바이벌의 형식이지만, 우승을 준 의미가 뭔지를 빨리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음식을 하시는 수많은… 고수분들도 계시고, 그리고 시작하는 분들도 계시고, 엄청나게 노력하신 분들. 각자 다 잘하는 음식들이 있고, 그 음식으로 생계를 이어가시는 분도 계시고. 내 얘기 말고, 음식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이 이야기를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그분들 대신 내가 나와 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자. 자만하지 않겠습니다. 재도전해서 좋았다.

 

(최강록,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즌2: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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