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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몇 시간 뒤면 새해의 해가 뜰 것이다. 알고리즘은 신년맞이를 주제로 한 콘텐츠들이 불쑥불쑥 띄운다. <2026 다이어리 추천!> 같은 콘텐츠들을 보고 있자니 에디터가 올해 남겼던 기록들이 떠올랐다. 평소에 기록을 꽤 좋아하는 편이므로, 이번 해엔 다이어리와 일기장, 노트를 여러 권씩 가지고 다니며 쓰곤 했다. 더 옛날의 기억을 짚어보자면 새로운 해를 맞이할 땐 그 욕심이 더했던 것 같다. 다가오는 해를 잘 보내고 싶었고, 아무것도 없는 0에서 다시 시작해보고 싶었다. 다이어리는 그런 의미에서 아주 쉬운 수단이 돼주곤 하니까, 잘 빠진 다이어리를 하나 골라 새해의 계획을 쉽게 적어 내려가곤 했다.


어떤 자기소개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번 해에는 손으로 쓰는 일기를 유독 많이 썼다.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무지 노트를 일기장 삼아 이것저것을 쓴다. 초등학교 때 일기장을 졸업한 이후 휴대폰의 메모장, 블로그와 일기 앱을 애용해 왔기에 이건 꽤 이례적인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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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에는 별것을 다 써두는 편이다. 기억력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라, 남겨두고 싶은 것들을 쓰거나 어딘가에 터놓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감정들을 쓰기도 했다. 짧게 떠오른 생각이나 오늘 느꼈던 감정 옆에 몇 장의 영화 입장권과 귀여운 스티커 같은 것들을 붙였고 거기에 법칙 같은 건 없었다.


하지만 올해를 잘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슬쩍 올라오는 것이, 그 별거 아닌 기록들이 나를 지탱해 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일의 에디터를 포함한, 내일의 일기를 쓰고 싶은 이들을 위해, 에디터가 일기를 쓸 때 애용했던 방법들을 남기고자 한다. 그러니까, 이름하여 기록광 에디터의 일기 쓰는 법!



첫 번째. 쓰고 싶은 마음이 올 때까지 기다린다


사실 에디터가 지금 쓰고 있는 일기장은, 이미 2024년도쯤에 야심 차게 쓰기를 시작했다가 그해 4월 이후로 내버려뒀던 것이었다. 그때, 1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그냥 쓰고 싶은 마음이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1년이 지난 2025년에서야 그 노트를 들어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쓰지 않은 시간에 몇 개의 메모와 기억들이 지나갔지만, 억지로 버릇을 들였다간 금방 우선순위에서 밀려 영영 잊어버리게 될 것이라는 걸 알았다. 책상 위,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두었더니 ‘아 일기를 써볼까…’ 하던 마음이 ‘일기를 쓰자!’ 하는 마음까지 무럭무럭 자라더라.



두 번째. 형식과 분량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


쓰고 싶은 마음이 들어 쓰기를 시작했다면, 용감하게 형식에 얽매이지 않았던 것도 오래오래 일기를 쓸 수 있었던 조건이 된다. 짧게 떠오른 문장이나 생각,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쉬운 어떤 멋진 말, 오늘 나눴던 대화나 하루에 대한 기록을 ‘그냥’ 남긴다. 그렇기에 에디터의 하루 일기 역시 때때로 4줄을 넘지 못하기도 했고, 어떤 날에는 두 페이지를 꽉 채우기도 하고 싶은 말이 넘치기도 했다. 그리고 싶은 그림을 옆에다 그려두기도 하고(그게 발로 그린 듯한 그림일지라도…), 버리기 아까운 입장권 같은 걸 냅다 붙이기도 했다. 그렇게 기록을 남기는 것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다 보면, 한 줄 덧붙여 써두고 싶은 말이 생기곤 해서 좋은 문장을 많이 마주치기도 한다.



세 번째. 오늘의 좋음과 나쁨을 구분하지 않는다


일기를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땐, 부정적인 감정들을 적어두면 다시 읽을 때마다 괴로워지는 게 걱정돼 일기를 쓰고 싶어도 쓰지 않았던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렇다고 좋고 기쁜 일만 남겨두자니, 좋거나 나쁜 게 어떤 기준이며 스스로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르는 일라는 생각도 들어 괜히 반발심이 생겼다. 그래서 그냥 구분하지 않고 쓰기로 결정했다. 힘든 일이 있을 땐 친구에게 고민 상담을 하듯 하염없이 마음을 늘여두기도 했고, 그 위태로운 순간을 지탱하는 마음가짐이나 순간을 적어두기도 했다. 기쁜 날에도, 그 순간 느꼈던 감정과 잊고 싶지 않은 가치를 쓴다. 분류하고 정리하기엔 어지럽게 뒤죽박죽이래도.

 

그러니 한 달에 3~4개씩은 일기를 꼭 남길 수 있었고, 그게 대단하다거나 아주 멋진 모양새는 아니더라도 그렇게 하나하나 남겨둔 마음이 나를 지탱할 수 있는 기둥이 돼준 것 같다. 월초가 되면 꼬박꼬박 일기를 썼다. 그러려고 의도한 건 아닌데도 그랬다. 아마 한 달을 또 잘 살아내기 위해 다짐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스스로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기록은 그런 의미에서 의미가 있는 것도 같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자신을 위한 기록이 돼줄 수도 있고, 어쩌면 나도 모르게 하루를 재생하는 힘이 되어줄 수도 있는 셈이다. 그러니 2026년에는, 또 어떤 일기를 쓸지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2025년의 여름을 지나던 날, 에디터는 이렇게 썼다. 어쩌면 2년 전의 나는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자랐고, 나는 그가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떠나와 있다. 그러니까 지금도, 미래의 그 어떤 것도 모르겠는 건 당연한 일인 거 같다. 그리고 그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내가 상상조차 못하는 곳으로 떠나있으리라는 것도. 세계는 단단하다.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그건 부서지지 않고 싶어서 하는 말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새해, 부서지지 않는 세계를 꿈꾸는 힘이 가장 절실하다. 또 새해에는 어떤 일기를 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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