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활자를 읽는 것을 좋아했는데, 단어를 읽고 문장을 읽고 문단을 읽다 보니 문득 내가 직접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왠지 일기를 쓰고 싶진 않았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 마치 내가 읽는 책들처럼.
하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한 마음이 들었다. 아마 욕심이 많아서였을 것이다. 글을 잘 쓰고 싶으니까, 남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고 싶으니까, 어렵게 느껴졌던 것 같다.
책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는 현재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인 저자가, 자신이 작가로서 경험한 삶을 재기 발랄한 문장으로 풀어낸 에세이이다. 자신이 작가로 살아가는 이유와 작가의 고충, 그러면서도 작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짜릿한 순간들을 진솔하게 풀어내었다.
저자는 베스트셀러를 집필한 경력이 있는 나름대로 공신력이 있는 작가이다.
그런 그가 직접 자신의 삶을 드러낸 에세이라는 점에서부터 호기심이 자극된다. 작가의 삶이라, 궁금하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책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를 읽으며, 작가의 생계를 보여준 부분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 인생 역전을 할 것이라는 기대, 솔직히 한 번쯤은 상상해 본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다소 과장된 기대감에 가차 없이 찬 물을 끼얹는다.
베스트셀러의 인세가 얼만 줄 아시나요?
출간을 하기 전의 계약금 또한 인세의 일부라는 사실. 제아무리 베스트셀러라 할지라도 일 년 단위의 정산으로 보면 생계를 영위하기엔 부족한 수준의 수입이라는 사실. 책을 팔아 밥 먹고산다는 일의 고단함을 저자는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길 것이다. 그럼에도 왜, 저자는 작가로 살아가는가?
실제로 그는 꽤 화려한 스펙을 가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학·석사를 딴 공학 인재였던 그가 돌연 자신의 전공과 전혀 무관한 사회주의 분야의 작가가 되기까지, 그 기묘한 여정에 대해 저자는 말한다.
작가로 산다는 것은 그럼에도, 꽤나 멋진 일이랍니다.
작가는 글을 쓰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다. 글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돈으로도 채울 수 없는 쾌락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기에, 그는 오늘도 글을 쓴다.

책을 통해 새롭게 주어지는 특별한 경험들은 덤이다. 책 출간을 계기로 새롭게 인연을 맺게 된 사람들, 새로운 장소, 그리고 책을 썼다는 이유로 강연의 연사로서 초청을 받게 되는 경험은 그 무엇과도 결코 바꿀 수 없는 특별한 선물이다.
따라서 책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는 결코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좌절시키기 위해 탄생한 책이 아니다. 작가로서의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호락호락하진 않지만 매력적인' 작가가 되는 과정에 도움이 되는 깨알 정보들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렇기에 독자는 계속해서 책을 읽어 나가게 된다. 첫 장은 조금 두렵지만 그다음 장, 또 다음 장을 읽어 가다 보면 작가라는 삶을 시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오히려 도전할 용기를 주는 책이다.
글의 소재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산책이나 간단한 소일거리를 하며 주위를 환기시키면 도움이 된다.
글의 깊이와 농도는 경험에 비례하기에, 작가는 굉장히 다양한 경험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글에는 명확한 독자가 존재하기에 어떤 독자를 만날 것인가를 고민하며 글을 쓰는 것이 도움이 된다.
책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을 읽으며 작가라는 직업이 가지고 있는, 가져야 할 생활습관을 책을 통해 잠시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금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문장이기보다는 좋은 기획이며, 적절한 독자 설정일 수도 있겠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의 막막함은 글쓰기를 너무도 막연한 행위로 정의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누구를 위해 글을 쓸 것인가, 어떤 내용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 보자. 그리고 한 문단 한 문단씩 채워 가다 보면, 언젠간 겉보기에 '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꽤 그럴듯한 결과물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는 막연하되, 글은 체계적으로
이것이 책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을 읽으며 깨달은 바이자, 작가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