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책을 출판하고 싶다는 꿈은 어린 시절부터 품어왔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구체적인 계획도, 뜨겁도록 강한 열망도 아니었지만, 그 꿈이 지금껏 나를 은은하게 자극해 와서 오늘 이 자리에 있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메모장에 시 비슷한 무언가를 짧게 써 내려가던 것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아트인사이트에서 정식 연재를 하게 됐다. 조회수가 늘었고, 어떨 때는 인기 글에 올랐다. 실체 없이 오르기만 하는 숫자에 어느 날은 덜컥 겁이 났다. 이 글을 향유해 주시는 분들은 누굴까, 어디서 찾아오신 분들일까, 귀한 시간 내어 내 글을 보러 와주시는 이유는 뭘까? 내 바람대로 마음에 위로가 되셨을까?


이후 감사한 기회로 그룹전 '틔움'에 참여하여 나의 이야기가 세상 빛을 보았다. 막연하게 상상만 해오던 독자들을 현장에서 만났고, 대화를 나눴다. 실제로 마주하면 이 막막함을 덜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마음이 무거웠다. 누군가는 내게 박수와 응원을 보내주었지만, 또 누군가는 '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나는 쓸모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게 맞을까?'


낙서장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전시장에 걸렸다. 이 경험으로 뭐든 도전할 수 있을 듯싶으면서도, 한편으론 두려움이 앞섰다. 여기까지 오는 데에만 해도 보이지 않는 실패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 맛봤던 낙방의 원인은 무엇일까, 다음으로 나아갈 곳이 있을까, 또다시 독백으로 돌아가면 어쩌지. 답답한 심정으로 고민하던 와중에 한 책을 만났다.


"좋은 문장을 쓰는 방법부터 주제 선정, 투고, 계약, 출간까지

전업 작가 임승수가 온몸으로 체득한, 날것 그대로의 책 쓰기 비법"


이 책에는 글에 관한 이론 외에도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 실질적인 조언이 담겨 있을 것만 같았다. 어쩌면 다음 챕터는 '출판'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 우선 이 길을 먼저 걸어간 사람에게 배움을 청해 볼까. 기대를 품고 그의 세상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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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조각을 수집하기



책의 서문부터 저자는 대뜸 책의 판매 수익을 계산해 준다. 이럴 수가, 예상치보다도 터무니없이 적은 돈이다. 전시를 통해 뼈저리게 깨달은 바이지만 작가는 정말 돈이 안 된다. 세상 사람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택한 길이긴 하나, 막상 겪어보니 또 달랐다. 작가라는 직업은 오로지 애정으로 하는 직업이었다. 저자는 책 출판의 현실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초판 1쇄도 다 팔리지 않을 정도로 쫄딱 망하더라도 책을 쓴 것에 대해 후회가 없겠는가?'

'예스'라는 대답이 나올 때 책을 쓴다. 그 척박한 자리에서 피어 나오는 꽃이야말로 '진짜배기'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1-22p)



그럼에도 난 할 이야기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기세 좋게 외치면서 시작해 보자.

 

"예스!"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어떤 책을 쓸지를 정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할 수는 없다. 출판사와의 계약 성사를 위해서, 나아가 책을 잘 팔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필요로 하는 글'을 작성해야만 한다. 목적이 뚜렷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나는 이것을 '내가 하고 싶은 말과 타인의 수요 사이의 교집합을 찾는 일'이라고 정의해 보았다.

 

그렇다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나는 주로 내면을 살피는 과정과 경험을 전하고, 그를 통한 성장통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또 이 이야기를 시적으로, 혹은 스토리를 구성해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발견한 내 작품의 쓸모는, 나의 아픔을 털어놓음으로써 누군가를 위로하고,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여 영감을 전달하며, 내 이야기를 통해 내면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 정도이다. 아직은 명확한 근거가 있다기보다, 이러한 방향으로 소비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수요의 방향성을 찾는 일이 앞으로의 큰 과제 중 하나일 듯싶다.

 

앞서 이야기했듯, 글쓰기는 돈도 안 되고 쓸모를 찾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나를 포함한 수많은 이들이 글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애정'이다.

 

 

글쓰기는 그런 미(美)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다. 사랑해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렇기에 사랑할 때만 표현할 수 있는 소리, 쓸 수 있는 글이 있기 마련이다.

 

(91p)

 


나 역시 나 한 사람조차 먹여 살리지 못하는 글과 그림을 놓지 않았던 이유는 단 하나, 사랑이다. 처음에는 누군가의 아름다운 순간을 담기 위해 그림을 시작했다. 그러다 나의 마음 상태를 기록하고 싶어 짧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각각의 자아로 존재했던 둘은, 아트인사이트를 만나고 어우러지는 법을 배웠다. 최근에는 공연에 빠졌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숨김없이 표출하는 것이 좋았다. 이들의 공통점을 나름대로 분석해 보았는데, 나는 아마도 스쳐 가는 감정의 순간을 붙잡고 싶어 하는 모양이다. 오늘을 되짚고, 어제를 살피고, 때로는 다신 바라보고 싶지 않은 감정까지 기록한다. 나는 과정으로 남은 모든 성장의 순간을 저장하고, 내일에 다가가는 것을 사랑한다.


이건 아마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사명은 아닐까. 점점 단순함을 추구하는 세상에서 누군가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분야가 되었지만, 깊은 생각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자신과 대화하는 재미를 알리고 싶다. 내가 '별'의 세계를 처음 발견했던 것처럼. 이곳에 나의 쓸모가 있겠구나, 짐작해 본다.

 

 

 

무사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인공지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시대, 창작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자신의 입지를 걱정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저자 또한 창작자의 관점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동시에 생계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며 챗지피티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중 인상 깊었던 구절 일부를 발췌했다.



ChatGPT : 사진기의 등장이 결국 회화를 죽인 게 아니라 해방시켰듯, 저는 작가들에게 '재현'이 아니라 '표현'으로 나아가라는 신호를 보내는 중일지도 몰라요. (153p)

 

ChatGPT : 인간은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의미를 구성하며 글을 쓰고, 저는 언어의 패턴을 바탕으로 예측하며 글을 씁니다. (167p)

 

ChatGPT : 이제 '정보'는 더 이상 희소하지 않아요. 앞으로 작가가 살아남는 길은 명확하다고 생각해요.

"자신만의 세계관과 미감을 품은 언어로 독자와 관계 맺는 사람"

지금은 '글을 잘 쓰는 사람'보다 '왜 쓰는지를 아는 사람'이 더 소중한 시대입니다. (172-173p)

 

 

글을 다 읽고 나니 내 기존의 관점 자체에 강한 의문이 들었다. 인공지능은 정말 '이겨야만' 하는 존재일까? 이제껏 '대체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해 왔으나, 인공지능과 인간은 같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물론 지식과 정보, 상업성에서는 압도적으로 인공지능의 성능이 뛰어나다. 하지만 예술 분야는 어떤가. 우리가 예술을 소비하는 이유는 작품 뒤에 놓인 어떠한 감정을 느끼기 위함이 아닌가? 인공지능의 예술품은 인간을 흉내 낼 뿐, 경험과 감정을 전혀 나타내지 못한다. 현재도 그의 작품은 단순히 잘 그린 그림, 혹은 일회성 콘텐츠 정도로 활용되는 데에 그치고 있다. 여전히 우리는 예술을 향유하기 위해 시간 내어 공연장과 전시장을 찾는다. 자신만의 아이템이 있다고 자신한다면, 분명히 우리의 입지도 남아있을 거라 믿는다.


 

 

고독, 그리고 감사


 

방구석에서 쓰고 그리며 내일을 꿈꿀 때, 적어도 오늘보다 외롭지 않은 삶이기를 바란다. 사회적 위상이 높아지면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저자는 헤밍웨이의 말을 인용해 작가의 외로움에 관해 이야기했다.

 

 

"글쓰기란, 가장 잘될 때조차 외로운 삶이다. 작가는 고독을 벗고 세상에 알려질수록 대중적 위상은 더 높아지지만, 그의 작품은 종종 그만큼 퇴보하기도 한다."


(260p)

 


성공한 작가조차 외로움을 피해 갈 수 없다니, 그러나 한편으론 위로가 되었다. 한창 하늘이 분홍빛으로 물든 기분이었을 때, 나는 단 한 줄의 글도, 한 장의 그림도 제대로 완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시 내일을 궁리하기 시작했을 때가 되어서야 펜을 들 수 있었다. 그 당시 '행복한 이야기는 작품이 될 수 없는 걸까?'라며 스스로 자책했지만, 여러 번의 고독을 지나며 이것이 작가의 숙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외로운 작가에게도 조력자는 존재한다. 저자는 외로움을 달래주는 것은 오로지 독자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나 또한 그룹전 '틔움'에서 감사한 경험을 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나의 작품에 공감하고, 목소리를 남겼다. 더 나아가 작품을 소장해 주기도 하였다. 또 누군가는 내게 장문의 글을 남겨주었는데, 너무나 감사해서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 내 작품의 존재 이유를 되묻던 내게 그들의 흔적은 현재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 일을 지속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라 확신한다.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쓸모 있는 자원이 되기 위해 오늘도 난 기꺼이 고독을 즐긴다. 언젠가 이 고통도 추억이 될 거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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