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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한 작곡가의 곡 악보에는 음표가 없다. 연주자는 피아노 앞에 앉아 4분 33초 동안 어떤 건반도 누르지 않는다. 곡의 제목은 '4분 33초'. 세상의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 존 케이지가 쓴 곡이랬다.

 

그런 의미에서 바람 소리, 강물 흐르는 소리, 빗소리도 하나의 음악이 될 수 있다. 자연의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어루만져준다고 했던가. 듣고 있으면 몸의 긴장이 풀리며 스르르 잠들게 만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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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 '그림자의 경계에서'는 그 자연의 소리에 작곡가가 경험과 감정을 담아 기타, 바이올린, 첼로, 피리로 표현해낸 음악이 연주됐다.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최인의 이번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됐다. 1부는 자연의 감각을 소리로 그려낸 곡들이 주를 이뤘고, 2부는 보다 현대적인 느낌을 살린 곡들이 함께 연주됐다.

 

첫 곡인 <숲>은 최인과 박재린(바이올리니스트)가 함께 무대에 섰다. 이 곡은 숲처럼 위엄을 드러내면서도 언제나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이들의 삶을 음악으로 비춘 작품으로, 2022년에 기타 독주로 처음 발표됐다고 한다. 이번 무대는 바이올린이 더해져, 어느 순간에는 웅장해지고 어느 순간에는 싱그러움을 안겨 줬다.

 

<서>는 옛스러움이 기타 연주로 표현된 곡이었다. "서예라는 우수한 우리 문화에 대한 헌정이자, 동시에 최치원의 삶과 정신을 담아낸 작품"이라는 이 곡은 듣고 있으면 올곧고 외로운 선비가 된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연주자 뒤로 띄워지면 회색빛 조명(과 스크린) 때문에 그 느낌이 고조되기도 했다. 머리 안에 알 수 없는 곧음이 자리하게 만든 곡이었다.

 

<가던 길>도 <서> 못지않게 외로운 기분이 들었다. 피리로 내는 바람 소리로 시작한 이 곡은 <서>보다 공허함이 크게 느껴졌다. 이 곡은 나그네의 여정을 따라 만남과 이별, 삶의 희로애락을 담았다고 한다. "나그네가 걸어가는 길이 결국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는 곡 소개처럼 만남이 있고, 이별이 있는 우리의 삶을 감각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공간 1, 2, 3>은 모든 곡 중에 가장 기억이 남는다.

 

최인은 이 곡에 대해 "1악장은 자유로운 흐름 속에서 움직임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2악장은 내면의 회복과 감정의 확장을 통해 깊이를 더한다. 마지막 3악장은 변화와 상징의 완결로 닫히며, 세 악장은 서로 다른 결의 정서가 하나로 이어지는 감정의 지형도를 완성한다"고 설명했다.

 

이 곡은 시작에서 끝으로 가는 하나의 이야기면서, 새로운 시작으로 끊임없이 성장해가는 구성인 셈이다. 공간은 감정이 숨쉬고 사유가 머무는 하나의 자리라고 한다. 이 곡은 기타, 바이올린, 첼로가 함께 상호작용했다. 함께 연주되고 있지만 순간순간 한 악기가 부각되는 순간이 있는데, 성장의 어느 전환점에 이른 느낌이 들었다. 이 곡은 공연 마지막에서 한 번 더 연주되기도 했다.

 

< Who am A.I >는 기타 연주로 인공지능에게서 느끼는 기묘함을 잘 표현했다는 점에서, <그림자의 경계에서>는 불확실한 시대를 걷는 아들에 대한 위로라는 점에서 기억에 남는다. <그림자의 경계에서>는 이 공연의 제목이기도 하다. 빛과 어둠이 맞물려 생겨나는 그림자처럼 우리의 인생도 불확실과 선택이 맞물려 흘러가고, 그 안에 끊임없이 존재를 드러내는 의지의 모습을 담은 곡 같기도 하다.

 

최인은 이 무대를 펼치면서 "작곡가는 관객을 자신의 경험으로 데려가는 일을 한다"고 했다. 비단 자신의 경험을 곡을 써내는 것이 아니라 관객을 그 공간으로 데려가서 그 기억을 보여주고자 한 그의 마음이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그가 형태 없는 소리로 만들어준 이미지를 오래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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