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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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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각과 사유 사이, 평론이라는 매개


 

인간은 언어를 통해 세계를 재구성한다. 사유와 감각은 서로 다른 차원에 속하지만, 감각 없는 사유는 공허하고 사유 없는 감각은 언어화될 수 없다. 일상에서 우리는 이 둘을 분리된 것으로 경험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를 의도적으로 접속시키는 작업이 바로 평론의 본질이다. 여기서 말하는 평론은 전문적 비평의 영역을 넘어, 보다 민주적이고 확장된 의미를 지닌다. 무언가를 느끼고 사유하여 그것이 하나의 경험으로 침전되고, 다시 그 경험이 타인과 공유 가능한 형태로 재현되는 모든 과정이 여기에 포함된다.

 

세계를 감각하고 관찰한 뒤, 그것을 설명 가능하고 의미 있는 것으로 전환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지적 쾌락을 동반한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자신을 구성하는 존재다. 이보다 더 본질적인 인간적 즐거움이 있을까?

 

노인호의 『명화와 향수』는 바로 이 감각과 평론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책이다. 제목은 직관적이면서도 정확하다. 이 책은 '명화'에만 천착하지도, '향수'라는 상품에만 경도되지도 않는다. 그 사이의 번역 과정, 그 전환의 즐거움만을 정제하여 담아낸 결과물이다. 저자가 조향사이며, 실제로 'The Gallery of Scent'라는 향수 시리즈를 제작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 책은 명화라는 시각적 경험에서 후각적 에센스를 추출해 언어로 재구성한 일종의 메타-작품이라 할 수 있다.

 

 

 

2. 경험의 매체로서의 책: 편집 디자인이 구현한 공감각적 독서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인상은, 그것이 단순한 텍스트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완결된 경험으로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편집자는 이 책을 딱딱한 '독해'의 대상이 아닌 '경험'의 매체로 이해했으며, 그 이해는 구체적인 디자인 요소들을 통해 일관되게 관철된다.

 

첫째, 내지 디자인은 향의 주제에 따른 색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예컨대 애니멀릭 계열은 오렌지색으로 표현되는 식이다. 각 챕터의 시작과 전환을 알리는 간지, 본격적으로 명화와 향을 연결하는 페이지들은 특정 색으로 채워지거나 타이틀로 처리되어 시각적 리듬을 형성한다. 쪽번호는 좌우 상단에 배치되되, 도입부에서는 의도적으로 은폐되어 독서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이러한 세밀한 변주들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편집 과정에서 상당한 노력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과 조응하며, 마치 잘 만들어진 향수를 담은 병처럼 형식과 내용이 하나의 미적 통일성을 이룬다.

 

둘째, 책의 물성 자체가 독서 경험을 규정한다. 큰 판형과 여백이 충분한 레이아웃은 시각적 피로를 최소화하며, 노인호 작가의 문장—어려운 전문 용어를 배제하고 간결한 구조로 이루어진—과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춘다. 하드커버의 선택은 단순히 명화집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한 것을 넘어, 이 책이 일회적으로 소비되는 정보가 아니라 반복적으로 펼쳐볼 수 있는 감각적 레퍼런스임을 암시한다.

 

 

 

3. 향의 번역: 지식이 아닌 경험으로의 초대


 

책의 내용은 형식만큼이나 명확한 지향성을 갖는다. 이 책의 목표는 저자가 갤러리에서 경험한 '어떤 향'의 순간을 독자에게 전이시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향을 설명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우리는 화학적 성분을 나열하거나 조향 기법을 분석하기보다는, 그 향이 불러일으키는 분위기와 감각적 인상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게 된다.

 

저자의 접근은 구체적이면서도 직관적이다. 르누아르의 '진 사마리의 초상'에서는 달콤한 핑크 로즈 향을 추출해 그림 속 인물의 발랄함과 사랑스러움을 후각적으로 번역한다. 조희룡의 매화 그림에는 매화 향기를 직접 대응시키는 비교적 명료한 연결을 보여주는 반면, 박수근의 투박하고 편안한 화면에서는 파티메르와 파촐리를 활용해 흙의 향기를 포착한다. 이러한 번역 과정은 때로는 직접적이고, 때로는 은유적이며, 저자의 개인적 해석이 개입하는 여지를 충분히 허용한다.

 

목차는 애니멀릭, 플로럴, 우디 등 일반적인 향의 카테고리를 따라 구성된다. 이는 특정 제품이나 화가가 아닌, 재료 중심의 분류다. 당연히 각 카테고리의 분량은 균등하지 않다. 명화를 중심으로 향을 선택하다 보니, 향수의 주재료 비율을 고르게 맞추기는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책의 약점이라기보다는, 이 책이 향수 제조 매뉴얼이 아닌 감각적 에세이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각 명화에 대한 분석은 간략하고, 향에 대한 설명도 전문적이지만 자세하지는 않다. 그러나 교양서로서 이는 적절한 선택이다. 저자는 독자에게 전문가가 되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하나의 감각을 다른 감각으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즐거움을 나누고자 할 뿐이다. 이 지점에서 책은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그래서 향수에 이미 조예가 깊은 독자에게 이 책은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미술사적 깊이를 기대하는 독자 역시 기대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각 장의 분량이 불균등한 점도 완벽주의자에게는 거슬릴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애초에 그러한 완결성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이것은 체계적 교과서가 아니라, 갤러리를 산책하듯 가볍게 넘기는 감각적 안내서다.

 

결론적으로, 『명화와 향수』는 향을 언어로 번역하는 경험의 입문자에게 적절한 텍스트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향수와 함께 선물되면 이상적인 선물 세트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에 드러난 노인호 작가의 조향 방법론은 예술가의 삶, 그림의 특정 장면이나 소재, 개인적 기억을 엮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되었든 그것은 결국 '사람의 향'이다. 향수는 누군가가 풍기고 싶어 하는 향기에서 탄생한다는 점에서, '사람의 향'이라는 표현은 은유가 아니라 본질에 가깝다.

 

이 책을 읽으며 독자는 자신과 타인의 '향'을 지각하는 새로운 방식을 획득하게 될 것이다. 그 경험만으로도 사람의 향에 대한 이해는 깊어지고, 감각과 해석의 세계는 확장된다. 보다 풍부한 감각적 인식의 세계를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러한 확장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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