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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년 만에 2막 내용으로 개봉한 <위키드: 포 굿>.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는 여전히 좋았지만...
에메랄드 시티를 떠나 숨어 지내던 엘파바는 계속 동물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고 엘파바와 갈라져 오즈의 착한 마녀로 칭송받고 있는 글린다는 수비대 대장이 된 피예로와의 결혼 준비에 한창이다. 이후로는 설마 저런 익숙한 전개가 나온다고? 하게 되는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난다.
기억나는 몇 장면만 얘기해 보자면, 그렇게 절친하던 엘파바와 글린다가 피예로라는 남자 하나를 두고 싸우는 장면이 나온다. 엘파바의 동생 네사가 허리케인에 휩쓸려온 도로시의 집에 깔려 죽은 바로 앞에서. 싸우게 된 계기는 네사가 죽을 때 신고 있던 구두를 도로시에게 선물로 준 글린다로 시작했다가 갑자기 급발진하며 피예로를 물고 늘어지는 게 너무 주말 한국 드라마에서 볼법한 장면이 나와 헛웃음이 나왔다. 처음에는 말싸움을 하다가 갑자기 글린다가 마술봉을 휘두르면서 기선제압 아닌 기선제압을 하는 부분은 누가 봐도 웃기려고 넣은 부분이라 당연히 이 둘의 싸움도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화해하고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진심으로 싸워서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뮤지컬은 너무 옛날에 봐서 정확히 기억이 잘 안 나기도 하고 그때도 배우들의 연기, 노래에 설득 당해 대충 납득하면서 봐서 스토리 중간중간만 기억나, 이렇게 막장인 줄 몰랐다. 영화를 보기 전에 스포 없는 후기를 찾아보니 뮤지컬 2부는 더 스토리가 빈약한데 영화가 나름 살을 잘 붙인 편이라고 해서 좀 놀랐다.
60분 정도 되는 뮤지컬 2부를 2시간 20분짜리로 늘려서인지 중간에 늘어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특히 오즈의 마법사와 글린다가 엘파바를 설득하며 함께 불렀던
하지만 엘파바가 마법사가 지하에 딜라몬드 교수를 비롯한 동물들을 가둬놓은 걸 알게 된 이후부터는 전개가 빠르게 흘러갔다. 후반부는 30년대 영화 <오즈의 마법사> 속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오즈의 마법사> 내용과 비슷하게 흘러간다.
엘파바를 죽이자는 군중들의 목소리가 커지자 글린다는 말을 타고 엘파바가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글린다는 엘파바에게 자기가 사람들에게 해명해 명예를 회복하게 도와주겠다고 하지만 엘파바는 거절하며 너의 선함을 증명하기 위해 나는 악역이 될 거라 말하며 희생할 것을 암시한다. 둘은 마지막이 될 순간에 서로를 바라보면서 너를 만나 내가 바뀌었다는 내용의
엘파바가 도로시가 뿌린 물을 맞고 죽은 흔적을 보고 슬퍼하는 글린다에게 날개가 달린 원숭이 치스터리가 다가와 엘파바가 가지고 다녔던 어머니의 유품을 건넨다. 유품은 오즈의 마법사가 자주 마시는 술이 담겨있었던 초록색 병이었고 이를 본 글린다는 오즈의 마법사가 엘파바의 생부였다는 걸 알게 된다. 글린다는 죽은 엘파바 대신 복수하듯 오즈의 마법사를 에메랄드 시티에서 쫓아낸다. 바로 앞에 나온 벽장씬에서 느꼈던 감동이 와장창 무너지는 막장 드라마 전개에 눈물이 쏙 들어갔다.
글린다는 엘파바와 엘파바를 구하기 위해 대신 잡힌 피예로 두 사람이 다 죽은 줄 알고 있다. 하지만 엘파바는 마법으로 연기를 만들어낸 사이 바닥에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 숨어있었고, 피예로는 죽지는 않았지만 외모가 허수아비로 변한다. 둘은 글린다에게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오즈를 떠나고 글린다는 오즈의 착한 마녀가 된다. 엘파바와 피예로는 나름 해피엔딩이지만 평생 그 둘을 죽었다고 생각하며 살아갈 글린다에게 너무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연성과 감정선은 약하고 막장에 어영부영 끝나 스토리 음미할 시간이 없는 것 같다가도 모두가 행복했던 시절의 엘파바와 글린다가 얼굴을 맞대며 웃는 과거 장면을 보여주며 끝났을 때는 줏대 없이 살짝 울 뻔했다.
1편보다 어두운 내용이었던 것에 비해 임팩트도 약하고 여러모로 이게 뭐지 싶은 장면들의 연속이었지만 배우들의 노래 하나만으로 이 영화의 역할을 다 한 것 같다. 뮤지컬을 직접 보러 가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이만한 대체가 없지 않을까. 아쉬웠던 것과는 별개로 다양한 뮤지컬 영화들이 제작됐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