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최적의 루트가 되어버린 대한민국. 그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오로지 정답에만 집착하는 우리들의 삶을 '수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비추고 있다.
대한민국 1%가 모인 고등학교에서 살아남기
대한민국 1%의 영재들이 모인 자사고에 다니는 주인공 한지우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일명 '사배자' 전형으로 운 좋게 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하지만 재력 있는 부모 밑에서 자란 학생들이 대다수인 학교에서 수포자(수학포기자)인 그가 살아남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신 4-5등급의 학생도 SKY 대학에 수시로 지원할 수 있는 곳에서 수학 9등급을 받아버린 지우에게, 담임 교사는 전학을 권한다. 수학 성적을 올릴 자신이 없던 지우는 전학을 고민하는 중, 우연히 학교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은둔한 수학자' 이학성을 만나 수학을 배우게 된다.
"정석에 매달리면 다음 수가 안 보이는 법이지"
태생부터 수학적 재능을 보인 이학성은 자신의 수학이 전쟁의 무기를 만드는 데에 쓰인다는 사실에 환멸을 느끼고 탈북을 선택했지만, 학문의 자유를 기대하며 넘어 온 한국에서 수학은 고작 좋은 대학과 직장에 들어가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었다.
영화에서는 수학이 단순히 공식을 외워 푸는 학문이 아니라, 답을 풀어내는 과정을 통해 생각하고 이해하는 행위가 중요한 학문이라 말한다. 더불어, 특정 학문을 배우는 이유가 고작 '성공'이면 안 된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수학 문제의 풀이 과정에 빗대어 표현한다. 이는 한국의 입시제도를 꼬집는 동시에, 성공을 갈망하며 정답만 쫓아가는 사회 문제를 비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유독 친해지기 어려웠던 수학은 학창시절의 나를 꽤 오랫동안 괴롭혔다.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의 답답함과 분노가 결국 수포자의 길로 이끌었고, 졸업 후에는 영영 수학 문제를 마주할 일이 없었다. 그럼에도 수학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인지 수학과 관련된 영화는 왠지 모르게 끌렸다.
영화는 수학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숫자보다는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가져야 할 마음 가짐에 대해 이야기한다. 복잡한 문제를 마주했을 때 화를 내거나 포기하는 게 아니라 내일 아침에 다시 풀어봐야겠다는 여유로운 마음이 모든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치트키 역할을 한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진정한 소통에 대하여
영화 초반 한지우와 이학성의 관계는 다소 어색하게 보여졌다. 자신의 과거를 숨긴 채 학교 경비원으로 살아가던 이학성에게 한지우는 끊임없이 그의 주변을 어슬렁대며 수학을 가르쳐달라고 애원한다. 하지만 성적을 올리기 위해 수학을 배우고자 하는 한지우의 태도는 학문의 자유를 갈망하던 이학성에게는 달갑지 않았던 거다.
그러다 한지우가 먼저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었고, 이학성이 좋아하는 바흐의 노래로 관심을 끌면서 둘은 점차 가까워진다. 처음에는 '선생'과 '제자'의 관계로 보여졌지만, 서로의 과거와 현재를 알게 되는 순간 어색하지 않은 사이가 되었다.
이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던 한지우와 과거의 신분을 숨기고 지극히 평범한 삶에 숨어버린 이학성이 수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이 돋보이는 전개였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 좀처럼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는 내게는 형식적인 관계를 넘어 진정한 소통을 통해 관계 사이의 어색함을 허무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수학이라는 학문의 아름다움을 '삶의 아름다움'과 맞닿은 지점에서 바라보며, 다양한 사회적 문제와 인간적인 질문을 함께 던진다. 무언가를 배우는 행위는 단순히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도구에 머무는 게 아니라, 스스로 깨달음을 얻는 과정임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 놓인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은, 우리가 삶의 아름다움을 증명해 나가기 위해 풀어야 할 필연적인 과제일 것이다.
Q . E . D (증명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