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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람들은 흥행에 실패한 영상 콘텐츠를 보며 ‘감이 없다’라고 평가한다. 특히 필자와 같이 영상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시청자들에게 영상 업이란 미적 감각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복잡한 예술의 영역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나 도서 <본능적 연출>의 저자 정영택 작가는 영상 제작은 감이 아니라, 철저한 설계의 영역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2005년부터 약 20년간 방송 연출가로 일하며 다수의 프로그램 연출을 맡아온 저자는, 단순한 ‘감’이 아닌 인간 심리학을 기반으로 영상 제작의 기준을 다시 세운다.


이 책은 연출의 기본 정의를 ‘제작자가 하려는 이야기에 시청자를 끝까지 몰입시켜 의도를 관철하는 것’으로 제시하며, 영상을 보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모두 인간이기에 영상을 만드는 기준 또한 인간의 과학적 특성을 고려하여 제작해야 함을 강조한다.


특히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영상 제작을 단순한 기술이나 노하우가 아니라 지각·인지·진화심리학, 신경과학, 정신분석학까지 포괄하는 통합적 심리학 모델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흔히 영상 관련 실무서가 ‘구도. 색감, 컷 분할’과 같은 기술적 요소에만 집중하여 그 본질적 원리를 짚어내지 않는다면, 이 책은 먼저 질문한다. “왜 인간은 특정 화면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특정 장면에서 몰입이 깨지는가?”


저자는 이러한 원리를 다양한 심리학 이론으로 설명하고, 이를 실제 영상 제작에 적용하는 법을 체계적으로 연결한다. 챕터 1에서는 영상의 기본이 되는 매력적인 스토리텔링 이론으로 시작하고, 챕터 2에서는 여러 과학적 이론 기반의 감정 설계 이론을 제시한다. 예컨대 인간의 과학적 인지 과정을 바탕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장면 원리를 연결하고, 게슈탈트 시지각 원리를 바탕으로 시청자가 장면의 정보를 합치거나 구분하는 방식을 이해한다. 이를 바탕으로 챕터 3에서는 프레이밍, 카메라 무빙 등 실제 영상 제작 시 시청자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영상 구현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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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셉션> 中

 

 

게다가 각 챕터별 심리학 이론과 제작 원리를 설명하며 유명 영화와 드라마의 장면을 사례로 분석해 독자가 자연스럽게 이론을 이해하도록 돕는 방식 또한 인상적이다. ‘반지의 제왕’이나 ‘인셉션’ 등 유명 영화의 장면부터, ‘진격의 거인’과 같은 애니메이션, ‘프로듀스 101’과 같은 국내 예능까지. 영상 콘텐츠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명 콘텐츠들의 예시를 통해 각각의 원리가 실무에서 활용되는 방식을 풀어낸다. 이를 통해 독자는 ‘아, 그래서 그 장면이 그렇게 느껴졌구나’라는 깨달음을 쉽게 얻을 수 있다.


필자 역시 SNS 채널 숏폼 제작 업무를 하며 책의 내용을 적용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여백의 전략’ 파트에서 저자는 헤드룸 영역에 따라 시청자의 감정에 미묘한 차이가 발생함을 설명한다. 책에 따르면 헤드룸이란 인물 머리와 프레임 상단 사이의 여백을 의미한다.


실제 현업에서 필자와 같은 비전공자들과 함께 숏폼 영상을 제작하다 보면, 여러 컷을 각각 촬영하는 과정에서 촬영본마다 인물과 카메라의 거리가 들쑥날쑥한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에는 편집자도 영상이 어딘가 모르게 안정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해당 챕터에서는 특별한 강조 포인트를 기획한 것이 아니라면 릴스 제작 시 헤드룸을 통일해 시청자의 안정감을 확보할 필요가 있음을 명확히 깨닫게 했다.


그러나 저자는 한편으로 이러한 이론을 절대적 규칙처럼 외워 따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동시에 독자가 그 원리를 이해한 후 상황에 맞게 선택적으로 사용하기를 권한다. 즉 법칙을 따르는 일이 시청자의 안정감을 앞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책의 이론은 이해를 넘어 실전에서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팁을 상세히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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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상 실무자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SNS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에게도 유용하다. 영상이 일상이 된 지금, 누구나 ‘제작자’가 될 수 있다. 그만큼, 감에만 의존한 영상 제작은 그 한계가 뚜렷하다. 특히 필자처럼 비전공자이지만 현업에서 영상을 다루어야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명확한 기준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지침서가 되어준다.


‘영상의 시대’라고 불리는 지금, 영상은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라 하나의 언어가 되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언어를 심리학이라는 과학적 기초 위에서 다시 설계하는 새로운 시도이며, 앞으로 영상 작업의 기준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제안한다. 감이 아닌 이해로, 우연이 아닌 설계로 영상을 만들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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