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관람이라 하면 보통 극장에 가서, 객석에 다른 관객들과 나란히 앉아 무대 위 공연을 바라보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통의 연극 형식일 것이다. 비록 관객과 배우가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고 있지만, 관객은 무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어디까지나 연극이라고 생각하고 개입하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제4의 벽이다.
그러나 연극이 극장에서만 올라가야 할 필요는 없는 법이다. 넓은 야외가 무대가 될 수도 있고, 특정 장소의 특징을 끌어와 공연의 일부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렇게 기존의 극장이 아닌 일상의 장소가 새로운 무대로 전환되는 순간, 또 다른 감각을 만들어낸다. 관객은 자신이 앉은 공간이 이야기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이 연극의 이야기와 맞물리며 극적 체험이 된다.
최근 카페를 배경으로 한 연극이 조금씩 늘어난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카페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일상의 장소이지만, 동시에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경계의 공간이기도 하다. 완전히 삶 속에 있지도, 떨어져 있지도 않은 공간은 자연스레 현실성과 비현실성이 겹치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연극 <도어 넥스트 헤븐>은 바로 이 카페라는 장소의 성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삶과 환상 사이에 선 두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의 배경 역시도 뚜렷한 현실의 한 장소라기보다는, 제목처럼 ‘천국 옆’이라는 모호하고 경계적인 공간이다. 삶에서 벗어나 있으면서도 동시에 완전히 떠나지는 못한, 그런 아슬아슬한 공간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리고 관객은 작품이 시작되기 전, 공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일상의 장소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한다.
공연이 진행되는 카페 CIRCA1950는 빈티지한 소품과 식물이 모인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곳으로, 연극은 이 공간의 매력을 그대로 끌어와 무대로 삼는다. 공간이 단순히 연극을 위한 무대가 아닌, 극의 세계를 현실로 불러오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관객은 공연이 시작하기 전 카페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어느샌가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공연에서 활용하는 소품들 역시 카페에 원래 배치되어 있던 물건들을 자연스럽게 사용해, 더더욱 공간의 매력을 서사 속으로 끌어들인다.
객석 배치 역시도 중앙 테이블을 객석이 둘러싸는 형태로 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주변 관객을 의식하며 공연을 관람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다른 관객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가고, 눈앞에 앉아 대사와 호흡을 이어가는 배우들의 모습이 보인다. 무대와 객석에 따로 나뉘지 않은 배치는, 관객을 어느새 단순한 관객이 아닌 카페에서 벌어졌던 한 사건,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진 또 다른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사람으로 만든다.
공연의 초반, 배우가 관객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예고하며 자연스럽게 관객을 이야기에 끌어들이는 순간이 있다. 또한 나중에는 공연 형식으로 공간에 배치된 마이크로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 등, 연극에서는 관객을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으로 의식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두 사람의 과거에서부터 시작하는 감정선, 서로를 향한 감정, 그리고 반복된 선택으로 인한 흔적을 밀도 있는 대사로 보여준다. 관객은 극이 진행됨에 따라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전사를 알게 됨과 동시에, 이들이 쌓아온 시간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극의 마지막에서는, 두 사람 사이이 관계의 시작이었던 음악을 들으며 이야기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연극 <도어 넥스트 헤븐>은 공간의 특성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이야기가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 무대가 된 카페의 질감과 작품의 이야기가 맞물린 점도 인상적이었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카페라는 공간의 특성과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서 있는 이야기의 정서가 조화를 이룬 것도 인상 깊었다.
마지막으로, 음악이라는 소재 역시도 극의 서사를 시작함과 동시에 두 인물의 감정과 이야기를 갈무리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카페라는 배경이 가진 라이브 음악의 이미지와 연결되어, 음악은 인물 간 관계의 시작이자 서로 갈등하게 되는 이유가 되고, 그렇게 작품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요소가 된다. 어느 순간에는 음악이 대사보다 등장인물의 더 많은 것을 설명해 주기도 하고, 관객의 생각과 감정 역시도 움직이게 만들기도 한다.
독특한 공간에서 진행되는 <도어 넥스트 헤븐>은 12월 21일까지 상연된다. 한번 카페를 찾아, 카페라는 친숙한 공간이 어떻게 연극의 무대로 바뀔 수 있는지, 그리고 작은 공간에서 얼마나 큰 서사를 품어낼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