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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느낌’이라는 이미지와 가꾸어지는 아름다움이 교차하는 시대다.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 망을 통해 하루아침에도 유행하는 것과 아름다운 것은 새로 태어나고 다시 죽는다. 그 ‘요즘’의 정점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아 온 예술가 페트라 콜린스(Petra Collins)의 사진 개인전이 《페트라 콜린스: fan girl》라는 이름으로 서울시 종로구에 소재한 대림미술관에서 2025년 8월 29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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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자신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반영한 개인적 서사를 바탕으로 스스로 ‘첫 번째 팬걸’이 되기를 선언한다. 전 세계 최초로 열리는 페트라 콜린스의 미술관 개인전인 이번 전시의 제목이 ‘fan girl’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청소년기부터 작업을 시작한 예술가, 여성이자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자신을 혼란스럽게 하는 모든 자의식을 사진에 반영한다. 사회가 강요하는 정체성 속 개인의 혼란,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적인 시선과 불안정한 유년 시절뿐만 아니라 카메라 앞에 놓인 모든 여성의 이야기를 상징적이고 주체적으로 해석한다.

 

관객은 그런 작가의 작품을 세 가지 섹션을 통해 만난다. 순서대로 ‘비커밍 페트라 Becoming Petra’, ‘시선 The Gaze’, ‘뉴 노스탤지어 New Nostalgia’로 이동하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작가가 특유의 미감으로 열다섯 살 때부터 작업한 작품을 그의 성장 궤적에 따라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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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섹션 ‘비커밍 페트라’에서 관객은 ‘아름다움’의 아주 얇은 바깥막을 가장 먼저 바라볼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소위 ‘요즘 느낌’이라고 부르는 미적인 것에 아주 가까이 자리한다. 하지만 ‘텀블러Tumblr 걸’이었던 작가가 현재에 이르러 상업 광고, 뮤직비디오, 패션 매거진, 의류 브랜드 등 다양한 형식의 작업으로 계속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아름다움’의 본모습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아름답게’ 그려진 모습의 처절한 뒷면을 누구보다 자세히 경험했고, 괴로움을 뚫고 지나온 다른 소녀들은 그 경험에 공감했다.


페트라 콜린스가 사용하는 파스텔톤의 안락한 색감과 연출은 가장 바깥의 아름다움을 위해 작동하지 않는다. 대신 작가 자신에서 출발하는 모든 청소년 여성의 삶과 그 삶의 바깥에서 그들과 작가 본인을 억압하는 어떤 힘을 표현한다. 정식적인 기술 교육이 아닌 눈에 보이는 방식을 그대로 체득하며 사진 활동을 시작한 그는, 그가 목격한 세상과 꿈꿔 온 모습을 솔직하게 결합한 사진을 통해 그 힘을 세상에 보여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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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섹션인 ‘시선’에서는 연극적 설치와 함께 몸과 정체성에 관한 탐구가 이어진다. 기묘하다고 느껴질 만큼 혼합된 감정과 색의 표현은 스스로 겪었던 혼란과 억압에 대한 표현일 수도 있겠다. <내가 될 수 있는데, 왜 너가 되려 해?>라는 부제를 가진 <바론 Baron>(2019) 작업에서는 신체를 표현한 구조물을 통해 솔직하게 자기 자신을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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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섹션 ‘뉴 노스탤지어’에서 작가는 스스로 느끼는 노스탤지어가 “꼭 과거에 대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한 번도 삶아보지 못한 삶”이나 작가가 겪지 못한 “십대 시절에 대한 그리움”에 가깝다고 말하며 “제가 만드는 이미지들은 모두 내가 꿈꿔왔거나 과거의 내가 살았으면 하는 세계를 만드는 것”에 가깝다고 밝힌다.


그러니 ‘비커밍 페트라’에서 ‘시선’을 거쳐 ‘뉴 노스탤지어’에 다다른 관객은 페트라 콜린스가 포착해 온 세계를 함께 마주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아름다움’은 겪어보지 않았지만 늘 동경하는 것으로 자리한다. 우리는 늘 그것을 갈망하며 닮으려고 애쓰지만, 사실 그 ‘아름다움’이란 건 허상의 이미지라는 것, 쫓으려 하면 할수록 그 모양새를 기이하게 바꾸어나가며 그보다 심한 갈증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깨닫는다.

 

 

많은 것은 맥락과 관련이 있어요. 

카메라, 펜 같은 도구 뒤에 누가 있느냐가 중요하죠.

특히 여성이나 소녀를 기록할 때는, 그들을 대상이 아닌 주체로 바라봐야 해요. 진짜 사람으로 존중하고, 한 가지 모습만이 아닌 그들의 다양한 면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A lot of it has to do with context.

Whoever’s behind the camera or pen or whatever.

It’s also, if we’re documenting women or girls, having them as subjects rather than objects.

Really treating them as, like, human beings.

And capturing them in a multifaceted way, not just on one level.


Petra Collins, HuffPost, 2015.

  

 

우리는 제각기 다른 모양의 상처와 아름다움을 끌어안은 채 살아간다. 페트라 콜린스는 소녀의 눈동자에서 그 양가성을 읽어냈다. 그의 렌즈 속에 포착된 소녀는 작가 자신이 되기도 했고, ‘팬걸’들이 되기도 했다.


끝없는 착취를 통해 만들어지는 허상의 이미지는 ‘아름답다’. 과연 그 ‘아름다움’을 진짜로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첫 번째 팬걸’이 된다. 그러니 전시를 모두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작게 중얼거려 본다. 나와, 너와, 세상의 모든 소녀들에게. 그 누구보다 자신의 ‘첫 번째 팬걸’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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