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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원제는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이다. 영화에서 나쁜 사람을 맡고 있는 인물은 단연 율리에다. 율리에는 혼란과 방황 속에 늘 주변 사람에게 상처를 준다. 하나에 몰두하지 못해 제대로 된 직업이 없으며, 사랑하는 사람의 성공을 마음껏 축하해 주지 못한다. 사랑하지만 이별하기를 원하고, 임신했지만 아기를 원하지 않는다. 영화 내내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가득 채워지기를 바라고 있는 그녀는, 한마디로 최악의 인간이다. 결국 프롤로그부터 12개의 챕터를 지나 에필로그에 당도하고 나면, 율리에는 혼자다. 스토리는 원제 그대로 ‘세상 최악의 인간’의 삶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최악의 인간’을 이토록 사랑스럽게 묘사한다는 점에서 특별해진다. 영화의 메인 장면, 프리즈 프레임된 세상 속 자유로이 사랑하는 율리에와 에이빈드는 감독의 시선을 가장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감독은 최악의 인간을 위해 비현실적인 세계를 기꺼이 창조하고 있다. 그것만이 이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듯 말이다.
또한 카메라는 감독의 시선이라는 점에서, 그녀를 혼자 두지 않는다. 악셀의 출판기념회에 온 율리에는 멀리서 그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 왠지 씁쓸하고 공허해 보이는 율리에를 조명하던 카메라는 서서히 그녀에게 다가간다. 율리에가 밖으로 나와 홀로 텅 빈 거리를 걸을 땐, 옆에 가까이 붙어 그녀와 함께 있기를 택한다. 카메라는 율리에의 웃음과 눈물과 고뇌와 혼란, 그리고 벅참의 얼굴을 포착하며 외면하지 않는다. 그래서 관객은 율리에라는 인물에게서 나를 발견하고, 마침내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한국 영화 제목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에서 ‘사랑’을 맡고 있는 것은 감독의 시선, 나아가 자신을 바라보는 주체의 시선일지도 모르겠다.

2. 율리에가 찍은 얼굴들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에 이르기까지, 율리에는 계속 사진을 찍는다. 율리에는 단 한 번도 피사체가 된 적 없으며, 촬영의 주체로서 셔터를 누른다. 그녀는 무얼 찍고 있는 걸까.
에필로그에서 율리에는 우연히 그녀의 전 남자친구인 에이빈드의 아내를 촬영하게 된다. 촬영이 끝난 후, 율리에가 창밖을 바라보면 그곳엔 에이빈드와 그의 아내, 그리고 그들의 아이가 함께 있다. 화목하고 안정된 한 가족의 모습이다. 집으로 돌아온 율리에는 사진 파일을 열어 스틸컷을 확인한다. 눈물을 머금고 카메라 렌즈를 응시하는 배우의 얼굴은 이내 율리에의 얼굴과 조우한다. 이 장면에서 시작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려 보자면, 율리에는 계속해서 자신의 얼굴을 찍고 있다. 마지막 장에서 율리에가 찍은 것은 평행세계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자신의 얼굴일 것이다. 만약 그녀가 유산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예정대로 아기를 낳았더라면 말이다.
율리에의 전 연인, 악셀이 죽음을 앞두고 있자 그녀는 다시 카메라를 든다. 율리에는 그가 8살의 나이에 이사 와 살았던 집 앞에서, 그의 마지막 사진을 남긴다. ‘여기에서 어떤 것들이 기억에 남아?’라는 질문에 악셀은 과거의 장면들을 곱씹어 본다. ‘색깔들’ 그리고 ‘참 잘해줬던 동네 주정뱅이 아저씨’에 대해 말하는 악셀을 향해 율리에는 셔터를 누른다. 그렇다면 여기서 율리에가 찍은 것은 그녀에게도 끝끝내 도착할 죽음의 얼굴일 것이다. 12장의 제목, ‘모든 것엔 끝이 있다.’가 나타내듯, ‘모든 것’엔 그녀 또한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율리에가 남성 모델을 촬영하는 장면에서 율리에는 (영화 속 표현을 빌리자면) ‘그녀의 고향’을 찍고 있다. 율리에의 욕망이자, 꿈틀거리는 무엇. 한가롭고, 안정되어 있는, 보장된 삶과 충돌하는 ‘얼음 위의 밤비’의 얼굴이다.
에필로그에서 율리에는 완벽하게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표정은 예측하는 것을 거부한다. 이전 장면처럼 웃지도 울지도 않는, 말 그대로 ‘모르겠는’ 표정을 짓는다. 그럼에도 관객들이 묘한 해방감을 느끼는 것은, 그것이 율리에가 선택한 삶이기 때문이다. ‘얼음 위의 밤비’처럼 균형을 잃고 휘청거릴지라도, 율리에는 스스로 주체가 되어 카메라를 잡는다. 우리는 율리에가 찍은 그녀의 고향, 다가올 미래, 선택하지 않은 현재를 지켜보며, 그녀가 찍게 될 다음 챕터를 상상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