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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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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쌓인 묵은 공기들을 빼내려 아침의 창문을 연다. 쏟아져 들어오는 공기에 코 안이 오그라든다.

 

모든 것을 녹일 듯 작열하던 태양은 얼음벽에 가로막히듯 희부연 빛을 뿜어내며 힘을 쓰지 못하고, 영원할 것 같이 생명력을 뽐내던 초록 잎사귀들은 말릴 틈도 없이 아래로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가을이, 아니 어느덧 겨울이 코 앞까지 들이닥쳤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과 시시콜콜한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한 번은 주고받게 되는 질문이 있다. 네 조각의 변화가 돌아감을 느낄 수 있는 나라의 삶 속에서, 당신이 가장 애정하는 계절은 언제냐고 말이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내 주변의 많은 이들은 여름이라고 답하곤 했다. 그렇지—여름은 청춘 그 자체다. 얇아지는 옷차림과 빛나는 햇살, 새로운 사랑이 시작될 것만 같은 해변과 물빛 하늘. 고전에서도 여름은 젊은 사랑과 주체할 수 없는 생명력을 함축적으로 담는다. 나 또한 여름의 생긋함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그것이 내게 최고의 계절이냐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하진 않을 것이다. 나에게 있어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계절은 바로 겨울, 그것이 유일하다.


겨울을 사랑함을 고백하면 많은 이들이(특히 여름을 애정하는 이들이) 의문을 표한다. 납득할 만한 이유를 요구하는 듯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기도 한다. 아무래도 그렇지—겨울은 춥고, 황량하고, 삭막한 계절이니까. 그러나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겨울이 아름답다면, 그건 어떨까?


나에게 있어 아름다움은—그저 빛나는 것이 아니라—여백의 존재다. 이미 모든 걸 가진 남자에게 내가 필수불가결한 여인이 될 수는 없다. 이미 존재 자체로 충만한 무언가에서 새로운 사유를 뽑아내기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다. 나의 결핍과 철학이 들어갈 만한 여백이 존재하는 순간, 아름다움은 완성된다.


겨울은 죽음을 맞이한 외로운 계절이다. 빛나는 생명력도, 여물어가는 황혼의 지혜도 없다. 바람은 살갖을 찢듯이 포효하고 온 세상은 흑과 백만이 존재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나의 겨울 사랑은 시작된다. 시선을 현혹하는 빛도 색도 없어지는 순간, 온 몸이 얼어붙어 외투 안으로 파고 드는 순간, 귀에 들리는 건 나의 숨과 눈을 밟는 발자국 소리인 순간, 나는 진짜 나를 만난다. 짧은 걸음에도 내 안을 깊게 파고드는 생각들이 떠오른다. 음악을 들으면 가사 한 줄마다 심장에 아로박힌다. 모든 것이 날 것으로 다가오고 생생하다.


스스로의 안으로 침잠하기에 이보다 제격인 계절이 있을까. 때로는 내가 얼마나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자신을 만날 수 있을지 설레기도 한다. 나를 마주하는 일은 필연적으로 외롭고 처연하지만 뭐가 대수냐, 그것이 내가 가장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인 것을 나는 안다. 생명력과 활기보다 처절한 이 감정들을 더 사랑하는 이유는 뭘까? 어쩌면 내가 그저 겨울에 태어난 겨울아이라 그렇게 설계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글을 적다 보니 겨울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며 더 추워질 나날들이 기대가 된다. 20대의 마지막이 될 올해의 겨울엔 무엇 안으로 파고들어볼까. 제목만 보고 시집을 하나 구매할까, 미루었던 영화를 몰아볼까. 무엇이 되었든 올 겨울도 이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보려 한다. 세상의 모든 겨울아이들에게 이 글을 바치며 나의 겨울예찬을 끝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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