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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에는
영화 <코렐라인>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렸을 때 한 번쯤 봤을 영화, <코렐라인>이 4K 리마스터링 재개봉으로 우리 곁에 다시 돌아왔다.
이 영화는 현실에 불만을 품은 소녀 ‘코렐라인’이 집 안의 작은 문을 통해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곳에서는 항상 바쁘기만 한 현실의 부모님 대신, 자신을 위해 무엇이든 해주는 ‘다른 엄마’와 ‘다른 아빠’가 그녀를 반겨준다. 그들은 코렐라인이 원하는 완벽한 식사를 차려주고,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찬 세상을 선물한다.
단, 그곳에 계속 살기 위해서는 코렐라인의 눈에 단추를 달아야 한다는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단추구멍으로 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영화 속 ‘단추 눈’은 단순한 공포의 장치가 아니다. 단추는 구멍이 작고, 시야를 제한한다. 그 작은 구멍을 통해 세상을 본다면, 세상은 단면적으로만 보일 것이다. '다른 세상' 속 사람들은 전부 단추 눈을 가졌고, 그들의 시선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 채 오직 ‘코렐라인’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단추 눈은 어쩌면 자신이 보고 싶은 세상만 보려는 욕망의 상징일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나에게 좋은 것만 눈에 담는 세계. 하지만 그 시야는 좁고, 결국 타인의 존재를 지워버린다. 완벽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진실된 관계가 없다.
만약 우리가 단추구멍으로 세상을 본다면 어떨까?
그 작은 시야로 내가 원하는 것만, 좋아하는 것만 보려고 할 것이다. 모든 것이 내 기준대로 완벽하게 맞춰져 있어 겉보기엔 안전하지만, 그 안에서 인간은 불완전함이라는 삶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완벽한 세상만이 꼭 행복한 건 아니다
어린 시절 이 영화를 봤을 때는, ‘나라면 저 문을 열었을까?’를 상상했다. 그러나 어른이 된 후 다시 봤을 때는, 오히려 무심해 보이던 부모님의 입장이 이해가 되었다. 그들은 아이의 기대를 다 충족시켜줄 수 없는 현실 속에서도, 꾸준히 삶을 버틴다. 그들의 피로는 무관심이 아니라, 현실을 지탱하기 위한 또 다른 방식의 사랑이었다.
‘다른 세상’은 그런 현실을 부정하고 도망치고 싶은 욕망의 산물이다. 하지만 영화는 묻는다.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는 세상이 과연 정말 행복할까?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워진 세상, 내가 주인공인 세상은 그만큼 얕고 닫혀 있기에 결국 공허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꿈꾸는 완벽한 현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로만 둘러싸인 세상. 듣기엔 이상적이지만, 그 안에는 성장도, 감정의 진폭도 없다.
때로는 하기 싫은 일을 하고,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마주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성장한다. 완벽함이 주는 안정감보다, 불완전함이 주는 움직임이야말로 삶의 필수적인 요소다.
단추를 달지 않은 시선으로
<코렐라인>은 공포 및 판타지 장르를 빌려, 성장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우리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포기해야 진짜 나로 남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코렐라인이 끝내 단추를 달지 않기로 한 것은, 불완전한 현실을 선택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4K 리마스터링 상영은 단순히 화질 복원이 아니라, 어린 시절 우리가 꿈꾸었던 완벽한 세계를 다시 마주하며 그 환상의 균열을 자각하게 만든다.
완벽하지 않기에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단추구멍처럼 닫힌 시야를 벗어나 세상을 온전히 마주할 때만이, 우리는 비로소 진짜 행복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