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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매니아인 나는 공포영화를 사계절 내내 품고다닐 정도로 좋아한다. '미드소마', '유전', '서브스턴스' 등 다루고 싶은 공포 영화는 차고 넘치지만 문득 누가봐도 괜찮을 '진짜' 공포 영화를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공포 영화 꽤나 본다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 되게 무서운 영화야'하는 영화보다 더 무서운 영화는 '나 별로 안 무서워. 그냥 자연스럽게 표현한거야'하는 영화다. 영화 '큐어'는 이 두 가지 모두에 충족하는, 발버둥쳐도 빠져나오기 힘든 서늘한 늪같은 영화다.

 

일본에서 1997년 12월에 개봉한 영화는 한국에서 2022년 7월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정식 개봉하였다. 25년 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상미, 다루는 스토리가 전혀 올드하지 않고 신선했으며 이 영화를 이제 만났다는 것이 한탄스럽기도 하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영화 '큐어'는 쿠팡플레이나 유튜브 대여 혹은 구매로 시청가능하다.

 

도쿄에서 기이한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형사 타카베(야쿠쇼 코지)가 사건 해결에 나선다. 살인의 범인은 모두 달랐지만, 피해자의 목이나 가슴에 X자 절개가 남아 있다는 점, 가해자들이 자신의 행위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사건 직전 한 인물을 우연히 만났다는 공통점으로 인해 기이한 연쇄 살인으로 여겨진다. 타카베 또한 그 인물을 만난 후 점점 정신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하고, 영화는 그의 또 다른 시작을 암시하며 조용히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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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어'의 관람 포인트

 

1. 모호함 속 진정한 의미

 

영화 속 사건들은 반복되지만,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는 어떠한 원한 관계도 드러나지 않는다. 게다가 이들을 살인으로 이끈 미미야는, 직접적인 명령이나 세뇌, 최면을 사용하는 인물도 아니다. 그는 단지,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은 무슨 일을 하나?” 같은 정체성과 존재에 관한 질문을 던질 뿐이다. 이 질문들은 가해자의 무의식 속 폭력적인 본능을 건드리게 되고 살인으로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물론, 무의식을 건드렸다고 해서 무슨 살인까지 일어나나 생각할 여지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감독이 말하고 하는 바는 우리 모두가 평범함과 선함이라는 이름 아래 감추고 있는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확실한 원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 자체의 모호함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과연 미미야를 나쁜 인물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가. 이 영화의 모호함은 미미야의 존재로 더욱 극대화된다. 그는 살인에 직접적인 가담은 하지 않았지만 그들에게 트리거로 작용해 살인을 이끌어낸다. 내면의 어두움을 건드는 존재인 미미야를 통해 감독은 악이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잠재되어 있음을 확실하게 드러낸다. 논외로, 철학을 전공한 필자 입장에서 미미야의 존재와 그가 던지는 질문들은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떠올리게 한다. 소크라테스는 참된 질문을 통해 제자들이 스스로 진리에 도달하도록 이끄는 지혜로운 안내자였다. 그런 점에서 보면, 미미야는 마치 어두운 방향으로 작용하는 소크라테스, 즉 **‘악한 소크라테스’**와도 같다. 그는 진리를 인도하지 않고, 인간 내면의 혼돈과 파괴의 가능성을 조용히 끌어올린다.

 

2. X의 의미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목이나 가슴, 또는 벽에 X자를 남기고 떠난다. 이 X의 의미에 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간단하게 그 존재가 끝났음을 알리는 의미이다. X는 보통 없음, 삭제의 의미로 작용하기 때문에 그 존재가 끝났음을 일종의 표식으로 남겼던 것이다.

 

두 번째론 목적, 동기도 없이 벌어진 살인에 의미가 없음(X)의 표식을 담은 기호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X는 존재의 소멸이자 소멸 속 존재하고 있음을 알리는 표식이다. 마치 삶과 죽음, 있음과 없음의 교차점에 새겨진 낙인처럼, X는 ‘무(無)’를 그리지만, 그 안에는 ‘누구였던가’의 메아리가 남아 있다.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 참조)

 

3. 타카베의 변화 (스포0)

 

영화 초반 형사 타카베는 책임감있는 모범적인 형사이다. 그러나, 미미야를 만난 후로 흔들리게 되고 치매가 있는 아내에게도 다정하고 인내심 있게 대하며,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철저히 통제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미미야와의 접촉 이후, 그의 내면은 점점 흔들리기 시작한다. 특히, 아내의 행동에 폭력적으로 반응하는 장면은 초반의 모습과 극명히 대비되며, 타카베의 심리적 균열을 명확히 드러낸다. 결국 영화 말미, 사건은 마무리된 듯 보이지만 타카베가 과연 정의로운 형사로 남은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미미야로 변화한 것인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큐어'의 찝찝한 결말은 관객으로 하여금 인간의 깊은 심연을 건드려 질문을 만들어내고 생각하게 한다.

 

잔인한 장면 없이 잔인한 영화를 보고 싶으신 분들, 깜짝 놀라는 무서운 잘면 없이 무서운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께 조심스레 권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미미야가 아닌 제가 묻겠습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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