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어화’는 2016년 개봉한 한국 영화이다.
큰 흥행을 거두진 못했지만, 시대적 작품인 만큼 예술적인 소품이나 장면들이 많아 한번쯤 볼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더해 생각해 볼 지점들이 꽤 있어 후기를 남기게 되었다.
194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조선의 마지막 기생이자 정가(正歌) 명창인 소율과 소율의 절친이자 사람을 사로잡는 목소리를 가진 연희의 이야기이다.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재능으로 사랑 받는 정가의 명인 소율과 어린 시절 아버지의 노름빚 때문에 단돈 5원에 팔려 온 연희는 동무였다.
당시 기생은 권번에 들어가 소리와 가무를 공부해 그 실력에 따라 ‘일패’, ‘이패’, ‘삼패’ 기생으로 구분되었고, ‘일패’ 기생들은 술자리 시중이 아니라, 공연을 나가는 예인(藝人)이 되었다. 소율과 연희는 일패 기생으로 평생 예인으로 살자고 약속한다.
소율의 애인인 윤우는 작곡가로 조선의 혼을 담은 노래를 만들고자 하는 이상주의자이다. 극 중 소율은 대중가요인 ‘조선의 마음’을 부르고 윤우에게 자신의 노래로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기생인 소율은 공식 음반 활동이 어렵다. 그 시대의 사회적 규범상 기생은 공식적인 예능인으로, 대중가요를 부르는 건 불가능했다. 레코드 녹음, 공연 계약 또한 일반 여성이나 일본계 가수들에게만 허용되던 시기였기에 소율이 권번(기생학교) 안에 있는 한, 녹음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우연히 연희의 노래를 윤우는 연희가 대중가요에 맞는 목소리를 가졌다고 생각하며 ‘조선의 마음’을 연희에게 주고 싶어 한다. 연희는 평생 기생의 도를 지키면서 예인으로 살자고 한 소율의 약속에 고민하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결국 권번을 나와 ‘조선의 마음’을 부르게 된다.
소율은 그런 연희를 축하하지만, 점차 윤우의 시선이 연희에게 향하는 것을 느끼며 불안한 마음이 든다. 결국 무대가 끝난 뒤 연희를 기다리던 소율은 윤우와 연희가 입을 맞추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들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이후 소율은 경무국장을 찾아가 몸을 팔며 ‘조선의 마음’이 총독부 심의에서 불통을 받도록 한다. 또한 경무국장의 힘을 빌려 소율도 대중가요를 발매한다. 하지만 잘 팔리지 않았고 반면 연희의 ‘조선의 마음’은 경성 전역에 암암리에 퍼지게 되며 대중가요 안에서 소율은 연희에게 깊은 패배감을 느낀다.
‘조선의 마음’은 일본 검열에 저촉될 수 있는 민족주의적 곡이었기 때문에 윤우와 연희는 노래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윤우와 연희는 소율에게 둘에 사랑을 들킨 뒤에도 서로의 사랑만을 생각하며 소율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질투와 상처에 휩싸인 소율은 노래가 하고 싶다는 연희의 말에 일본군 위안부 특별가수로 소개해 주고 그곳에서 중위에게 겁탈당하려는 것을 막다가 중위를 살해한다. 이후 연희는 소율을 찾아와 모두 너의 짓이라며 화를 내고 그런 연희에 소율은 네가 모든 걸 훔쳐 갔다고 말한다.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며 비 오는 거리에서 싸우는 와중 일본 경찰들이 찾아와 중위를 죽인 범인인 연희를 찾고 연희는 도망치다려가 죽게 된다.
이후 윤우가 모든 사건의 원흉이 소율임을 알고 찾아온다. 이때 소율은 정가인 ‘사랑, 거짓말이’를 불러준다.
현대 시절로 돌아와 복원된 ‘조선의 마음’과 ‘사랑, 거짓말이’을 들으며 그때를 회상하는 소율의 모습으로 막을 내린다.
영화 속 상징을 생각하자면 ‘시대의 흐름에 놓인 노래, 그리고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정가에서 대중가요로 넘어가는 시대의 흐름에서 정가 명창인 소율과 대중가요에 더 적합한 목소리를 가진 연희. 영화 전반에서 권번을 나가지 못했던 소율과 그 밖을 나간 연희의 대조적인 모습이 두드러진다.
또한 소율과 연인관계였던 윤우는 조선의 마음을 대변하는 가요를 만들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매력적인 목소리를 지닌 연희가 ‘조선의 마음’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노래만 부르면 되는데 서로 사랑까지 해버린 둘은 소율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조선의 마음’을 통해 사람들에게 닿고자 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 홀로 놓인 소율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맞는 답은 없다. 다만 연인도, 친구도, 노래도 모두 잃은 소율의 선택을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영화를 다 보고 난다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해어화(解語花): 말을 이해하는 꽃, 기생이자 예인 일컫기도 하는 말로 꽃말의 뜻을 알고 보면 더 보이는 것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 사랑, 거짓말이 가사 중 -
꿈에 보인 다는 말이 더더욱 더더욱 거즛말이니
사랑 거즛말이 사랑 거즛말 이로다 사랑 거즛말 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