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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박령(地縛霊 : 자신이 죽은 곳을 떠나지 못하고 죽은 장소를 계속 맴도는 영혼)은 다양한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는 친숙한 존재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보통 귀신과는 달리, 지박령은 특정한 장소를 떠나지 못하는 안쓰러운 유령이다.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억울하게 삶을 마감한 그들은, 이승에 두고 온 것에 대한 집착을 못 버려 한 곳에 갇혀 버렸다. 그들이 놓친 것들은 해야 할 일, 사랑하는 사람들, 이루지 못한 꿈이다.


죽어서도 꿈을 꾸는 지박령의 기질은 이상주의자 혹은 몽상가의 특징과도 닮았다. 몽상가, 즉 ‘Dreamer’의 또 다른 뜻은 ‘꿈을 꾸는 사람’이다. 지박령 또한 몽상가들처럼 꿈을 꾸는 영혼이다. 사람이든, 육신을 잃은 넋이든 현실에 발을 붙이지 못하고 꿈 위를 둥둥 떠다니는 건 똑같은 것이다.


<비틀쥬스>,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고스트 베이커리> 등 이미 여러 뮤지컬에서 지박령에 대해 이야기하며 웃음과 감동을 줬다. 초연 뮤지컬 <#0528> 또한 지박령이 등장한다. <#0528>은 13년 전 생을 마감한 뮤지컬 배우 지박령과 뮤지컬 배우 지망생인 인간이 만들어가는 판타지 코믹극이다. 2025년 10월 22일 서울 대학로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 1관에서 개막하는 <#0528>은 중국 라이센스 작품으로, 한국에선 처음 선보인다.


한국 관객에겐 다소 낯선 중국 뮤지컬이었지만, 탄탄하고 깊은 작품성으로 호평받으며 매진 행렬을 기록한 <접변>의 제작사 포커스테이지가 <#0528> 제작에도 나섰다. <#0528>은 중국 티켓 예매처 다마이(Damai) 평점 9.8점, 상하이 뮤지컬·이머시브 공연 랭킹 1위, 2023년 ‘연예대세계 뮤지컬 풍운차트’ 연예신공간 창작뮤지컬 부문 우수 작품에 선정된 웰메이드 작품이기도 하다.


<#0528>의 극 중 배경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다. 뮤지컬 배우 지망생 ‘에기’는 말도 안 되게 저렴한 월세방 528호에 이사를 오지만, 그곳엔 이미 두 유령 ‘도리스’와 ‘브랜든’이 살고 있다. 처음엔 528호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다투던 그들은 에기의 오디션 합격을 목표로 힘을 합치며, 꿈을 이루기 위한 아이러니하고 환상적인 동거를 이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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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고향 켄터키를 떠나 뉴욕 브로드웨이로 온 열정 가득한 청년 ‘에기’ 역은 이진우, 김서환, 조훈이 연기한다. 13년 전 화재로 세상을 떠났지만 528호를 떠나지 못하는 까칠한 완벽주의자 유령 ‘도리스’엔 유태율, 황민수, 현석준이 캐스팅됐다. 도리스의 오랜 동료이자 친구지만, 그와는 반대로 따뜻하고 유쾌한 유령인 ‘브랜든’ 역엔 박좌헌, 심수호, 장두환이 이름을 올렸다. 다양한 작품을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들이 이번에는 어떤 캐릭터와 무대를 구현해 낼지 뜨거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중국 포커스테이지와 한국 네버엔딩플레이가 공동 제작한 <접변> 한국 초연(2024)은 중국 문화를 이해하는 한국 제작진이 참여했다. 한국 관객의 정서를 따르면서도 중국의 문화적 색깔 또한 유지해 보편성과 특수성을 모두 잡은 것이다.


<#0528> 또한 <접변>의 성공 모델을 그대로 따르며, 원활한 한국화를 이끌 수 있는 창작진이 뭉쳤다. 뮤지컬 <멤피스>, <마리 퀴리>, <팬레터> 등 다수의 작품을 성공적으로 이끈 김태형 연출이 무대를 지휘한다. 음악극 <섬:1933~2019> 및 <태일>의 작가인 장우성이 윤색과 작사를 책임졌으며,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리진>의 엄다해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웨스턴 스토리> 등 여러 작품에서 활약한 홍유선이 안무를 맡는다.


<#0528>은 웃음과 재미, 한편으론 깊은 공감과 묵직한 울림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누군가는 꿈을 포기 못 하는 사람을 미련하다고 비웃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꿈을 꾸는 이들의 순수한 마음은 아무나 쉽게 흉내 내지 못한다.


평범한 삶, 혹은 생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저승으로 떠나는 것처럼 <#0528>의 캐릭터들이 발 디뎌야 할 현실은 안정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이 불안정한 꿈을 향해 달려드는 모습을 보며, 아이러니하게도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과 유령도 뭉치게 만드는 ‘진심’은 번역이 필요 없는, 세계 어딜 가나 통하는 지극히 보편적인 정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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