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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채식주의자》

 

영혜는 잠 이루지 못한 채 꾸었던 꿈 이후, 채식을 결심한다.

  

그녀가 풀어내는 꿈의 이야기는 생경할 만큼 섬뜩하고 고통스럽다. 이 외에도 책에는 거북하고 불편한 표현들이 많다. 그러나 영혜를 집안에 마땅히 있어야 할 가구 정도로 여기는 남편, 오토바이에 끌어 죽인 흰 강아지처럼 딸에게 폭력을 서슴지 않는 아버지, 처제의 몽고반점에서 미적 극치를 찾으려는 형부의 태도보다 더 잔혹하게 묘사된 것은 없다.

 

그러니 신랄한 표현에 대한 고통스러운 의문, 고기를 잘 먹던 영혜의 채식에 대한 표면적 의문보다 그 한 꺼풀 아래에서 영혜가 왜 채식으로써 고통을 삼키게 되었는가에 마음이 닿으면 좋겠다.


책 『채식주의자』를 재단한 날붙이처럼 정교한 활자들이 헐떡이는 심장에 닿는 감촉을 참기 어려웠다. 그럴 때마다 글을 쓴 작가를 떠올렸다. 로맨틱한 가사를 들을 때, ‘가수는 어떤 사랑을 해서 이런 노래를 썼을까’ 생각하듯, 이 글 또한 작가가 겪은 고통에 대한 반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쳐내기 힘들었다.


그래서였을까. 영혜와 언니 인혜, 두 여자는 어쩌면 한 인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병원에 들어간 여자와 그를 돌보는 여자가 서로 다른 존재가 아니라, 경계를 넘지 않고 돌아온 사람과 끝내 넘어버린 사람의 차이일 뿐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버팀목이 ‘아이’였다는 사실이 서글프게 다가왔다.


아침에 엄마가 하얀 새가 되어 사라지는 꿈을 꾸고, 무서움에 엄마 품에 얼굴을 묻고 우는 어린아이.

 

그 아침은, 엄마가 검푸른 어둠의 뒷산에서 박명 속으로 사라지려던 날이었다.

 

이 모든 것이 단순한 우연으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가족이니까’라는 말은 영혜에게 와닿지 않는다. 채식주의자가 된 이후 남편은 이혼했고, 정신병원에 들어간 뒤로는 부모 또한 외면했다. 영혜를 돌보는 이는 오직 언니 인혜뿐이다. 그러나 인혜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혼났을 때 장녀라는 이유로 체벌을 면하고, 동생을 향한 손찌검을 외면한 적이 있다. 지금은, 억지로 영혜의 입을 벌려 고기를 넣으려던 아버지의 폭력을 막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반면 영혜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삼킨 것들이 아무리 게워내도 끝내 토해지지 않는다.


정신병원에서도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 영혜를 바라보는 언니의 마음은, 죽음이 아닌 다른 끝을 바라는 간절함과 함께, 어떤 공포와 분노, 고통으로 내게까지 뻗쳐왔다.

 

애써 “꿈이었어”라며 동생을 다독이는 그녀의 입술은 굳게 다물려 있었고, 그 눈길은 끈질기게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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