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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나는 고독이 익숙하다.

   

정확히는 고립, 혹은 외로움이 아니라, 단절된 환경 속에서 고립감을 덜 느끼는 편이라는 것이다. 약속도 많이 잡지 않고, 가끔은 휴대폰으로 연락이 오는 것이 짜증스러울 때도 있다. 


그래서 늘 ‘고독’과 ‘외로움’은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고독은 선택이 가능한 어떤 홀로만의 공간이지만,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강력한 감정이니까. 



(평면표지) 외로움의 함정.png


 

사람들은 알기 싫은 것에 대해서는 모호하게 그 의미를 뭉개버리는 경향이 있다. 외로움도 비슷하다. 그런데 이 책의 1장에서 이 ‘외로움’이라는 단어에 대해 정면으로 다룬다. 외로움을 뜻하는 단어 중 ‘loneliness’는 부정적인 의미이지만, ‘soltitude’는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전세계적으로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이 혼자됨에 대해 우리는 성찰할 필요가 있다. 앞서 말했듯 영어권에서는 ‘loneliness’와 ‘solitude’를 구분하지만, 한국어에는 이 같은 차이를 드러내는 적확한 어휘가 없다. 이는 집단주의 문화권에서는 고독을 대체로 부정적인 상태로 이해하는 반면, 개인주의 문화권에서는 자기 성찰과 독립의 조건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과도 맞닿아 있다.



 

1. 외로움과 고립



외로움은 앞서 말한 대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언제, 어떤 상황에서라도 흔히 경험하게 되는 보편적 정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외로움은 상황과 인식이 결합된 복합적인 정서이다. 같은 조건에 살더라도 개인이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외로움은 전혀 다른 성격을 띤다. 


책에서 칼 융을 인용했는데, 융은 외로움이 “주변에 아무도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남과 공유할 수 없다고 느낄 때” 발생한다고 말한다. 


나 역시 극소수의 친구와 어울리고, 월에 약속 횟수도 극히 적지만, 외로움의 감정을 느낀 적은 드물다. 오히려 혼자 있을 때 자유로움을 느끼고, 가끔은 울적함마저 즐길 때도 있다. 그렇게 본다면 약속이 끊이질 않는 사람이 나보다 외로울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동생에게 하자, 언니는 『외로움의 함정』을 읽을 필요가 없지 않냐고 물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외로움의 함정 단계는 1, 2, 3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일상적 외로움은 개인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지만, 어떠한 실재적인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개인이 인식하는 상황과 자신이 크게 변화한다면, 일상적 단계의 외로움은 해결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개인의 생활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영위할 수 없을 때, 2단계 심화적 단계로 접어들고, 이러한 상태에서 또 한 번 충격적인 사건 사고가 일어났을 때 최종적인 고립적 단계로 접어드는 것이다. 


이때 고립적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빠져 나오기 때문에, 더더욱이 개인적인 사회로 접어드는 지금 우리는 이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국가나 지자체의 개입 필요도 있지만, 자기방임은 자신의 환경 개선이나 인식 개선에 관심이 없고 사회적 개입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렇듯 고립적 단계는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고통을 수반하는 일종의 병리적 단계이다. 


그렇기에 충분히 자기인식이 필요하다. 거주 상황, 경제 상황, 가족 상황, 사회관계 상황, 그리고 상황의 지속 기간에 대한 인식으로 나눌 수 있다. 사회적인 자기 페르소나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지만 뚜렷한 자기인식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2. 사회적 고립


  

2장에서는 사회적 고립의 발생 배경과 그 실상에 대해 다루는데, 매우 흥미로운 파트였다. 특히 한국인 저자가 썼다는 점이 굉장히 크게 작용했는데, 여태까지는 이런 비문학 도서는 주로 외국인 저자가 쓴 것을 많이 읽었다. 그러나 한국인 저자가 써서 매우 편안하게 읽혔고, 발생 배경과 공간을 살펴볼 때 이해가 무척 잘 됐다. 집단적인 문화와 급성장, 한국인들이 애청하는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 급속한 디지털화 등.


개인적으로는 디지털화 때문에 사회적 노약자층이 고립돼가고 있는 것과, 생성형 Ai를 다룬 것이 무척 재밌었다. 나 역시 챗GPT를 잘 쓰고 있는데, 공동체 내에서 서로 교류하는 것이 아닌 AI와 소통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교류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무한 경쟁을 전제로 하며, 이 과정에서 뒤처진 개인은 ‘잉여적 존재’로 낙인찍힌다. 그 결과 공동체 의식은 약화되고, 개인은 소속감을 상실한다. 그러나 연구 결과들은 한결같이 인간의 행복과 회복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돈, 지위, 지능이 아니라 만족스러운 친밀한 관계임을 보여준다. 마음이 통하는 단 한 사람만 있어도 삶의 의미를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외로움 극복에는 개인적·사회적 대응이 동시에 필요하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작은 성공 경험을 축적해 자기 신뢰를 회복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자기 충전의 기회로 전환하며, 외로움의 감정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사회적 차원에서는 고립된 개인을 섣불리 규정짓지 않고 에어백을 해주는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이 책을 읽어보면 자기자신에 대한 인식적인 전환이 가능하다. 고립에 빠지지 않기 위해  개인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립에 사회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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