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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표지) 외로움의 함정.png

 

 

우울증은 현대인의 감기라는 말을 심심치않게 듣는다. 누구나 한 번쯤은 걸리는 게 감기인 것처럼 우울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표현이다. 그 말에 이견 없이 살았으나 이제는 다르다. 우리가 감기처럼 앓는 건 우울증이 아니라 외로움이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 대다수는 발원지를 자신에게서 찾는다. 누군가는 자신을 너무 못났다며 탓하고, 누군가는 남들은 다 버티며 살아가는데 자신은 그러지 못한다고 자책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스스로가 너무 부족하다며 자책한다.

 

그렇게 모두가 자신을 죄인으로 낙인찍는 종착점에서 만나 끝도 없는 우울 속으로 몸을 내던지고, 주변 사람부터 시작해 사회 전체와 멀어져 아무도 없는 외로움 속에서 고립이라는 감옥에 갇힌다.

 

앞서 말한 것들은 형태만 조금씩 다를 뿐 한없이 낮아진 자존감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뻗어 나온 가지들이다. 외로움은 내 주변의 사람들을 밀어내도록 부추겨 나를 고립시킴으로써 사회적 동물이 당연히 해내는 활동을 해낼 수 없도록 하는데, 그로부터 유발된 자괴감이 나는 저들의 일부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그 악순환의 반복이 최종적으로 자존감을 떨어트린다.

 

["외로움을 이야기할 때 중요한 것은 특정 상황뿐만 아니라, 심리적, 인식적 반응으로서의 정서까지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상황과는 상관없이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의 인식적 경향, 성격적 특징, 심리적 성향 등의 내면을 고려해야 한다. 외로움은 인식적인 정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석심리학자 칼 융Carl Gustav Jung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외로움은 주변에 아무도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남과 공유할 수 없는 것, 남과 공유할 수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칼 융이 말하는 이야기는 외로움을 분석하는 데에 두고두고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_Part1. 외로움은 어떻게 함정이 되는가 중에서 80쪽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이 외로움이라는 것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내 의지대로 휘두르면 된다.

 

저자는 외로움을 ‘상황과 인식의 조합으로 촉발되는 복합적 정서’로 정의한다. 이 말을 다르게 해석하면, 내가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정서를 불러오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다. 외로움이라고 하면 모두가 홀로 남아 쓸쓸해하는 부정적인 장면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나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즉, 외로움이 될지 자유가 될지는 오롯이 나의 관점에 달렸다.

 

["외로움의 함정에 빠져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괴로움, 불안, 전망의 부재와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들은 반복된 체험을 통해 형성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상처'를 경감함으로써 생활에 대한 긍정적인 실감을 불러일으키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긍정적인 이미지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포기하고 있던 소망과 희망이, 지원자와의 연결 속에서 '실현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느낀 순간을 계기로 생활 의욕이 회복되고 생활 개선으로 이어진다. 지원을 통한 작은 변화를 '기분이 좋다'고 느끼게 한다. 이러한 작은 성공의 누적 경험은 스스로에 대한 신뢰감과 더 큰 성공으로의 도전을 가능하게 한다."] _Part4. 고립에 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중에서 250쪽

 

외로움은 독감이다. 처음이라면 몸 하나 가누기 어려우리만큼 아프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고통이 빠르게 사라지지도 않는다. 어떻게든 마음 한구석에 자그맣게 남아 틈만 나면 사람을 괴롭힌다. 결국은 걸리지 않는 게 제일 좋다. 독감은 백신을 맞으면 된다지만 외로움은 그 정체를 똑바로 알아두는 게 곧 예방법이라 끊임없이 나에게 되새겨야 한다.

 

외롭다는 건 모든 것으로부터 떨어져 고립되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잠시 물러나 있을 뿐이라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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