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19 이후 공연계가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뮤지컬의 밈(meme)화, 그로 인해 더 부각되는 뮤지컬의 익살스러움과 유쾌함의 매력, 이를 놓치지 않는 트렌드 세터들의 홍보 협업으로 인해 공연의 대중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고 느껴진다. ‘유명한 것으로 유명하다'는 말이 이렇게 다양한 뮤지컬에 적용되는 말이 되다니, 감격스럽다.
늘 고질적으로 지적받는 공연계의 문제점은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이다. 티켓 값은 물론이요, 작품에 대한 제한적 정보, 예매 방식, 관람 문화 등이 모두 모여 접근성을 떨어뜨렸다. 작품에 대한 제한적 정보라 함은 매체 배우들보다 낮은 인지도의 배우들, 음원 사이트 같은 곳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넘버, 넘버라는 용어처럼 대중 매체와 다른 뮤지컬 용어에 대한 러닝 프로세스 같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사실 티켓 값에 대한 진입 장벽은 낮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높아졌다면 더 높아졌다. 매 해 대극장 티켓값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더 크고 웅장한 연출을 보여준다는 명목 하에 더 높은 티켓값이 책정되고 있다. 실제로 기술의 결합으로 인해 공연이라는 포맷의 발전은 필요하지만, 공연의 대중화를 더 저해시키고 마니아화를 더 강화시킨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30일 밤의 뮤지컬>은 공연의 대중화를 위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에는 30개의 뮤지컬에 대한 설명이 등장한다. 각 뮤지컬의 핵심 정보와 스토리라인을 짚어주고, 각 작품의 역사적 배경이나 실제 공연 비하인드를 직접 취재한 내용이 담겨있다. ‘작품에 대한 제한적 정보'가 진입장벽이었던 사람들에게는 뮤지컬 입문에 큰 도움이 될 책이다.
특히 이 책은 각 작품의 긍정적인 면을 확연하게 조명한다는 점이 대단하다. 모든 작품마다 호불호의 포인트가 있겠지만, 각 작품의 호감 포인트를 유려하게 설명 들은 후의 관람은 또 다른 시야를 넓혀준다. 더 넓은 사고로 작품을 바라보고, 더 깊은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입문자뿐만 아니라 뮤지컬 애호가들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책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철저히 뮤지컬을 위한, 뮤지컬에 의해 구성되어 있다. 머리말을 제외하고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거의 배제했다. 심지어 아웃트로 글도 없다. 뮤지컬 용어 설명을 첫 작품이 들어가기 전 설명해주며 친절하게 시작하고, 각 작품마다 넘버를 감상할 수 있도록 QR코드가 수록되어 있다. 심지어 배우가 인상적인 뮤지컬의 경우 각 배우별 버전을 수록할 정도로 애정이 담겨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단순 뮤지컬 작품에 대한 설명에 그치는 글도 아니다. 작가는 본인이 직접 취재한 에피소드나 직접 브로드웨이, 해외의 공연장에서 촬영한 사진도 수록했다. 본인의 감상을 적절하게 담지만 결코 작품 본질에 해가 되지 않도록 담는다. 리뷰 형식이지만 문체가 돋보이는 부분도 있는데,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었다.
그 누구도 원해서, 선택해서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고, 모두 ‘희로애락'를 겪습니다. 의도치 않게 바닥까지 떨어져 허우적거릴 때, 짙은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을 때, 존재의 이유를 도저히 알 수 없을 때, 나를 만든, 그것이 신이든 그 누구이든 원망하고 증오했던 경험이 있을 텐데요. 나를 세상에 내놓고 방치한, 나와 관계를 만들다 놓아버린, 그 무책임하고 비겁한 상대를 향해 복수심을 불태운 적도 있을 겁니다. 작품의 ‘괴물'처럼 망가지고 망가뜨리고 싶은 기분, 그 처절한 고독과 외로움에 닿아봤다면 이미 200년 전의 원작부터 이후 수없이 변주된 작품들의 메시지를 모두 관통한 게 아닐까 합니다.
p327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글이다. 원작 소설로 유명한 <프랑켄슈타인>의 뮤지컬은 우리나라 창작진의 몫이었다는 것을, 뮤지컬을 좋아하는 나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특히 ‘앙리'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부여해서 미묘한 감정을 잘 풀어냈다는 평은 익히 들었으나, 이를 보편적 정서로 유연하게 확대한 이 설명은 프랑켄슈타인의 관람객과 관람객이 아닌 모두를 프랑켄슈타인의 팬으로 만들 수 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공연이 인기 많은 이유는 수만가지이지만, 개인적으로는 ‘See what’이 큰 부분이라고 생각해왔다. ‘See what I wanna see’,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이 문장은 어떤 공연을 어떻게 해석하든 네가 본 그것이 맞다는 의미로 공연 팬들에게 널리 퍼진 개인 취향 존중의 사상이다.
이처럼, 같은 공연을 보고도 느끼는 바가 아주 다를 수 있다는 것이 기본적으로 공연 관람의 정서인데, 그것을 한 사람의 관점에서 담아내는 게 꽤 까다롭고 예민한 작업이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이 책은 읽고 나서 나의 ‘See what’을 넓혀주는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만의 공간에서 즐기는 N차 관람 뮤지컬의 감동'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어울리는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