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은 늘 ‘지금, 여기’에서만 만날 수 있는 예술이다.
얼마 전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 공연을 보고 왔는데,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황홀한 노래에 너무 행복하면서도 장면 하나하나가 끝날 때마다 '이걸 또 언제 보나'라고 생각하며 아쉬워한 기억이 있다. 그 순간만 누릴 수 있다는 게 아쉽지만, 동시에 그게 뮤지컬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윤하정 기자의 『30일 밤의 뮤지컬』은 바로 그 순간의 진한 감동을 책 속에 고스란히 담아내 독자에게 전해준다.
책에서는 30편의 뮤지컬이 소개되는데, 단순히 줄거리나 넘버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서 작품을 입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각 공연의 창작진(극작, 작사, 작곡, 프로듀서, 연출) 정보를 정리하고, 주요 인물의 특징도 간단히 설명해 작품을 잘 몰랐던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여기에 역사적 배경이나 실제 공간에 얽힌 비하인드까지 덧붙여주니 공연을 책으로도 풍성하게 즐길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책의 첫 장에 등장하는 [오페라의 유령]에는 원작 소설의 배경이 된 오페라 가르니에 하우스 이야기가 담겨 있었는데 이곳 지하에는 실제로 호수 같은 공간이 존재한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되니 무대 위 팬텀의 공간이 더욱 실감나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동물을 캐스팅한 뮤지컬’ 장에서는 반가운 작품을 발견했는데 바로 [라이온 킹]이다. 거의 8년 전, 대학생 때 유럽 여행을 하면서 런던에서 공연을 본 추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무대의 막이 오르고 'Circle of life'의 첫 소절이 울려 퍼지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책을 읽으며 그때의 장면이 다시 떠올라 행복했고, 다시 한번 공연을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단지 동물을 흉내냈다고 생각했던 배우들의 분장이 아프리카의 마스크와 일본 전통 인형극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설명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가웠던 건 프랑스 뮤지컬을 별도의 챕터로 다뤘다는 점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 [로미오와 줄리엣]은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작품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나에게는 특별한 공연들이다. 프랑스 뮤지컬을 처음 보고 매력에 빠져 유튜브에 있는 오래된 영상을 반복해 시청하기도 하고, 넘버들을 따라 부르고 싶어 불어를 배우기도 했기 때문이다. 20주년 내한 공연으로 얼마 전에 무대에서 만났던 [노트르담 드 파리]를 책 속에서 다시 만나니 그때의 감정이 떠올라 읽는 내내 즐겁기도 했다.
『30일 밤의 뮤지컬』은 뮤지컬 입문자와 애호가 모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공연장을 자주 찾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각 작품의 줄거리나 배경지식뿐만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궁금한 넘버 영상을 볼 수 있는 QR코드까지 제공해 친절한 안내서 역할을 한다. 이미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 책을 읽으며 공연장에서 느꼈던 감정과 내가 좋아하는 장면들을 회상해볼 수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그동안 내가 좋아했던 음악과 장면들이 생생하게 떠오르면서 내가 뮤지컬을 왜 좋아하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직 관람하지 못했던 뮤지컬은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봐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뮤지컬의 매력을 알아가고 싶은 사람, 이미 알고 있는 뮤지컬의 세계를 좀 더 넓혀보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