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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흔히 오늘날을 혐오의 시대라고 한다.

  

장애인, 여성, 특정 지역 출신자 등의 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배척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일상에 자리 잡으며 파급력은 더 커졌다. 매년 실시되는 인권 의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혐오 표현을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사람들이 범주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즉, 혐오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연하는 혐오의 또 다른 문제점은 혐오가 마치 유희를 위한 놀이라고 포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라는 핑계로 아무렇지 않게 혐오가 확산되며, 이를 지적하는 이를 오히려 더 이상하다고 몰아가기도 쉬워졌다.

 

연극 <맵핑히틀러>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독재자 히틀러를 맵핑하여 혐오가 만연해진 한국 사회를 살핀다.

 

여기서 매핑은 어떠한 값을 비슷한 다른 값에 대응시키는 과정을 뜻한다. 그리고 연극에서 독재자 히틀러는 한국의 공시생 한들호에게 맵핑되어, 한들호가 어떻게 유튜브라는 온라인 플랫폼과 한국 사회의 혐오를 이용해 권력을 쥐게 되는지를 그린다.

 

맵핑되는 인물은 히틀러만이 아니다. 히틀러의 옆에서 대중을 선동했던 괴벨스는 한들호의 유튜브를 돕는 고보슬로 맵핑된다. 그리고 점점 힘을 키워나가는 한들호와 고보슬에게 각각 룀과 괴링을 맵핑한 최래민과 정가람까지 합류한다.

 

연극은 2023년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한들호부터 시작해, 이들이 어떻게 권력을 차지하게 되었는지, 혐오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이들과 같이 혐오를 이용하고 퍼뜨리는 자들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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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한다면 무거운 소재를 블랙코미디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한들호와 그 측근들은 우스꽝스럽게 삼국지의 도원결의를 따라하고, 말도 안 되는 말들을 늘어놓으며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그 한편으로는 인터넷 선동이나 유튜브를 통한 여론몰이 등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혐오들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느껴진다.

 

연극의 우스꽝스러운 허구와 웃을 수 없는 현실 사이의 교차점이 흥미로운 연극이다.


그럼에도 조금 보충되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한들호가 혐오로 대중을 움직이게 되는 과정이 더 세밀하게 다루어졌으면 하는 점이다.

 

실제 역사에서 히틀러와 괴벨스가 권력을 얻고 대중을 선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언변이 뛰어나서 뿐만이 아니라, 대중의 분노와 불안을 정확히 알고 이용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작품에서도 한들호가 대중 내면의 분노와 증오를 어떻게 건들었으며, 혐오가 어떻게 재생산될 수 있었는지 조금 더 깊이 논의하고, 관객이 고민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다만 작품이 블랙 코미디의 형식으로 현실을 쉽고 접근성 있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충분히 앞으로 발전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혐오에 대해 예술에서 꾸준히 지적하는 일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혐오를 단순히 놀이로 치부하는 분위기 속에서, 문제를 직시하고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래 예술은 당연하다고 여겨지던 것에 질문을 던지고, 교훈을 얻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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